취업이 급하다 보니 ‘이력서 부풀리기’ 신공을 발휘하는 구직자들이 많다. 국내에서는 그다지 죄악시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을 봐주지 않는다. 부주의한 채용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혹은 외부 업체를 통해 ‘사전 인사 검증’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 늘어났다. 그 덕분에 인사 검증 비즈니스도 동반 성장 중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 않나. 그 예방주사 격에 해당하는 ‘사전 고용 심사’와 ‘평판 조회’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기업도 인사 검증 시대] 당신도 걸릴 수 있다
“에이. 요즘 이력서 마사지(과대 포장) 안 하는 사람도 있나요?”

대기업의 중견 간부로 일하다가 이직하기 위해 헤드헌팅 회사에 문을 두드린 한 구직자의 말이다. 그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프로젝트를 적어 넣거나 미국의 대학에서 단기로 ‘경영자과정’ 수업을 들어놓고선 이를 ‘석사 학위’로 둔갑시키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정도쯤은 ‘애교’라고 말해 담당자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최근 ‘고용 심사’ 사업 분야를 강화한 헤드헌팅 기업 엔터웨이 파트너스의 김경수 대표는 얼마 전 한 기업의 직원 200여 명 가운데 20%가 과장·허위로 이력서를 기재한 사실이 적발돼 난감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고급 인력 채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력서마다 한 유명 전자회사의 인기 휴대전화를 자기 손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학력에 이어 요즘은 ‘경력 뻥튀기’를 하는 이들도 많아 진위를 가려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인사 담당자 317명을 대상으로 신입 채용 시 지원자가 이력서에 기재한 내용이 신뢰가 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지 물었더니 47.3%가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1998년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 내 약 80% 이상의 기업이 평판 조회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과정에서 ‘마약 검사’까지 철저히 진행하는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인력 검증’을 한층 강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국내에는 2008년 ‘신정아 사건’을 필두로 몰아닥친 ‘학력 위조 광풍’의 반사 효과로 해당 시장이 급성장했다. 또 최근에는 출범 한 달 만에 박근혜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 가운데 중도 낙마자가 6명으로 늘자 ‘인사 검증’에 대한 국민적 관심 또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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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술버릇’까지…비밀은 없다

기업의 인사 채용 과정에서의 ‘검증’은 대개 두 종류로 진행된다. ‘백 그라운드 체크(background check)’인 신원 조회,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인 평판 조회가 그것인데, 신원 조회는 이력서에 기재된 학력·경력·자격증 취득 여부는 물론이거니와 음주운전이나 폭행 등의 범법 여부, 건강 상태, 채무 관계 등 신상과 관련된 ‘사실’을 면밀히 확인한다. 평판 조회는 후보자의 대인 관계, 조직 관리 역량 등을 이전 직장의 동료나 관련이 깊은 주변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각도로 확인하는 행위다.

‘평소에는 너무나 반듯하고 업무 능력도 탁월하지만 술에 취하면 여직원을 더듬는 버릇이 있다’는 사실이 ‘평판 조회’에서 밝혀져 입사가 취소된 사례도 있다고 했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이를 두고 ‘뒷조사’가 아니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정이 우선시되는 국내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채용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요즘 대부분의 기업들은 ‘평판 조회’의 순기능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엔 비용 발생이 부담스럽다며 거절하던 기업들도 많이 바뀌었다. 한상엽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평판 조회는 서구 기업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인재 검증 수단으로, 인력 채용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예전에 우리 사회는 ‘간판만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철저한 검증 없이 무조건 채용하곤 했는데, 이는 사업의 성과나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기업들이 ‘인재 검증’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했다.

소수의 임원들만 ‘검증’해 달라고 했다가 신입 사원 전체로 대상을 확대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의 운전사부터 자녀의 원어민 영어 강사까지 검증 의뢰가 다양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사전 고용 심사’ 업무를 특성화해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정혜련 퍼스트어드밴티지 한국 지사장은 국내에는 ‘학력 위조’가 많다고 했다. “가짜 학위 증서를 제출하거나 수료를 졸업으로, 캠퍼스를 본교 출신으로 취업에 유리하도록 부전공과 전공을 바꾸는 사례 등등이 심심치 않게 적발된다”고 말했다. 허위 사실이 가장 많은 부분은 ‘해외 학력’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요즘 해외 학력만 집중적으로 조회해 주는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요즘 경력직 채용이 많다 보니 기업에서는 업무의 성격에 적합한지, 직무 능력을 갖췄는지, 대인 관계나 조직 관리가 탁월한지 등을 점검하고 마지막으로 반드시 신변 관리 부분도 확인하는 추세다. 최종 단계에서 평판으로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며 구직이나 이직 시에는 더욱 ‘개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검증은 결국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게 되고 기업이 정직과 신뢰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면 결국 투명한 사회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