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넘어 미국으로 확산되는 ‘K뷰티’… 수출산업으로 위상 변화

화장품 산업 해외 매출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주요 화장품 기업의 해외 매출 성장률은 연평균 30%를 넘어 전체 매출 증가율을 훨씬 웃돌았다. 이 인기는 ‘한류’의 열풍이 한몫 했다. 케이팝을 필두로 한국 영화와 드라마로 이어진 한류의 열풍이 ‘케이뷰티’로 이어지면서 한국 화장품이 새로운 한류 산업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제품 현지화와 유통, 그리고 마케팅이다.
[SPECIAL REPORT] 글로벌 여심 사로잡은 한국 화장품의 매력
한국 드라마, 한국 가요로 시작됐던 ‘한류’ 열풍이 이젠 화장품으로 옮겨 붙었다. 한국 여성들의 메이크업 스타일을 따라하고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이 한국 브랜드 화장품의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위원장 신동빈)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가장 구매하고 싶은 쇼핑 품목을 조사한 결과 뷰티 제품이 32%로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한국의 화장품은 저가인 실속형 브랜드숍에서 고가의 백화점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지난 몇 년간 인기 품목이었던 BB크림(Blemish Balm: 피부의 결점을 가려 주는 우수한 커버력을 지님) 외에도 ‘이니프스리’의 녹차 성분 에센스, ‘스킨푸드’의 발효 에센스, ‘토니모리’의 달팽이 크림, 한국에서 개발한 CC크림(Centrelly Correction: 화사한 피부 톤 보정과 매끄러운 피부 결을 표현) 등 한국 제품들이 쇼핑 위시리스트에 올랐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명동에서 가장 실감할 수 있다. 100개가 넘는 화장품 로드숍이 들어선 명동은 일명 ‘코스메로드(cosmetic+road)’라고 불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쇼핑 1번지’로 각광받는다. 지난 12월 3일 명동에서 만난 대만인 제스 펭(Jess Peng·32) 씨는 “한국인들은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다. 새로운 파운데이션과 아이라인 스타일이 있고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이 좋은 것 같아 따라하고 싶어 제품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대만인 셀(Cel·35) 씨 역시 “한국 화장품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이 뛰어나다. 한국에 오면 꼭 화장품을 사 간다”고 말했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 관계자는 “외국인들에게는 송혜교·소녀시대·김현중과 같은 한류 스타들처럼 ‘하얗고 깨끗한 피부’, ‘세련된 메이크업’이 선망의 대상”이라며 “해외 여성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한국 여성들은 민낯인데도 어떻게 완벽한 피부 결과 톤을 자랑할까’다. 그 해결점은 바로 제품 구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각 업체들은 ‘스타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아이돌 등 유명한 연예인을 화장품 모델로 해 사람들에게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이니스프리’ 소녀시대 윤아, ‘입큰’ 소녀시대 티파니, ‘더 페이스샵’ 미스A 수지, 소녀시대 서현, 김현중, ‘네이처리퍼블릭’ 소녀시대 태연, 엑소를 모델로 해 사람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한류 스타의 하얗고 깨끗한 피부 동경

최근에는 화장품과 드라마가 만나 제품을 개발했다. 한류 스타로 인기몰이 중인 장근석이 출연하는 드라마 ‘예쁜 남자’와 한국 1호 뷰티 디렉터인 피현정 씨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예쁜남자 45도 립 락커 by P.DIRECTION’을 지난 12월 1일 전국 올리브영 매장에서 출시했다. 한국 최초의 뷰티와 드라마와의 제휴다. 피현정 씨는 엘르 뷰티 디렉터, 에비뉴엘 편집장 출신 뷰티 디렉터로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한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가 된 CC크림을 최초로 개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해외로 이어진다. 많은 국내 화장품사들은 해외에 단독 매장을 내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로 최근 5년간 생산 11.9%, 수출 23.3%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며 세계 11위 시장에 진입했다.

주요 화장품 기업의 해외 매출 성장률은 2010~2012년 연평균 30%를 넘어 전체 매출 증가율을 훨씬 웃돌았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해외 매출은 2010년 908억 원에서 지난해 2323억 원으로 2년 만에 156%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화장품 매출 성장률 36%의 4배가 넘는 수치다. 해외 매출 중 수출액은 2011년 1384억 원에서 지난해 1845억 원으로 1년 만에 36% 신장했다. 지난해 해외 매출의 영업이익률도 16%로 한국(11%)보다 좋았다.

특히 LG생활건강은 ‘후’ 브랜드를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홍콩의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레인 크로퍼드 타임스퀘어점을 ‘후’ 플래그십 매장으로 집중 육성해 전 세계 트렌드세터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K뷰티(K-Beauty)의 위상을 높일 계획이다. 한국 화장품에 관심이 높은 홍콩·중국 여성들이 한국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후 비첩 자생 에센스’ 등 인기 품목을 구매해 사용해 본 경험 등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입점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진희 LG생활건강 후 브랜드매니저는 “한방 화장품 ‘후’는 아시아 여성의 피부에 적합한 차별화된 한방 기술력과 한국 전통미를 살린 세련된 디자인을 내세워 까다로운 중화권 여심을 사로잡아 글로벌 브랜드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도 2년 만에 해외 매출이 2667억 원에서 4428억 원으로 66% 성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성장률 38%의 2배 수준이다. 특히 해외 사업에 앞장서는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까지 연매출 1조 원대의 초대형 브랜드를 다섯 개 육성하기로 했다. 그 대상은 설화수·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다. 과거 10년간 중·고가 브랜드인 설화수·라네즈·마몽드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했지만 앞으로는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로 저가 시장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의 중심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에서만 내년 5000억 원, 2016년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중국 비중을 올해 10%에서 2020년 2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중국에 처음 진출해 매장을 47개로 늘렸고 내년 상반기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에뛰드는 지난 11월 상하이에 중국 1호점을 열고 대대적인 ‘한류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 밖에 브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수출도 이 기간 174억 원에서 283억 원으로 64% 늘었다. 화장품 개발 생산(ODM) 업체인 코스맥스는 수출이 226억 원에서 292억 원으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법인인 코스맥스차이나의 매출이 252억 원에서 586억 원으로 뛰었다. 수출과 현지법인 매출을 합친 해외 매출이 2년 만에 84% 증가한 셈이다. 주요 화장품 업체의 해외 매출 증가는 수출 신장과 함께 외국 업체 인수·합병(M&A) 등으로 해외법인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외 매출이 급성장한 LG생활건강은 일본에서 인수한 긴자스테파니의 매출이 반영됐고 코스맥스는 코스맥스차이나의 매출이 급성장했다.

눈여겨볼 점은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미국 시장에서도 한국 화장품이 인기라는 점이다. 특히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천연 유기농 제품이 인기를 얻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 등 한국 화장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인기의 원인은 천연·한방 화장품, 아토피나 건선 피부에 좋은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지도를 높이며 미국 유기농 화장품 시장 공략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화장품은 고급 원료와 기술력을 갖춘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 고객 상당수가 재구매에 나서고 있다. 한국 화장품에 함유된 달팽이, 제주 용암 등의 이색 성분 및 동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원료들이 미국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국의 전통 감성이 뚜렷한 화장품이 명품으로 주목받아 작년에는 고급 백화점의 연말 추천 선물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BB크림은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과 베이스, 파운데이션의 복잡한 단계를 생략할 수 있는 간편함으로 각광받으면서 미국 최대의 화장품 매장인 ‘세포라’에 한국산 BB크림 전용 코너가 개설`됐다.


유기농 제품 앞세워 미국 상륙
올해로 미국 진출 10년째인 아모레퍼시픽은 상위 1%를 타깃으로 하는 최고급 백화점에 입점해 하이엔드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아모레와 설화수 매장이 없는 지역에서도 제품 구입 문의가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단독 온라인 몰을 구축하기도 했다.

아모레는 2003년 뉴욕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에 첫 매장을 열었고 2005년 워싱턴으로 시작해 뉴저지·시카고·마이애미·샌프란시스코 등지의 니먼 마커스 백화점에 연달아 입점했다. 올 상반기에는 또 다른 백화점 체인인 노드스트롬에 진출해 연말까지 7개 매장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이로써 아모레퍼시픽의 미국 내 매장은 백화점 36개, 세포라 140개 등 총 176개에 달한다. 지난 2월 니먼 마커스 백화점이 시행한 특별 행사 기간에 대부분의 글로벌 브랜드는 매출이 10% 증가한 데 비해 설화수만 80%나 뛰었다.

강학회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장은 “최근 세계 화장품 산업 동향은 첨단 바이오 기술 도입과 홍보, 피부 특성 연구, 안티에이징 카테고리 확장으로 최근 고도화, 고객 이슈화의 방향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 화장품의 강점은 제형인 만큼 효능 소재 개발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SPECIAL REPORT] 글로벌 여심 사로잡은 한국 화장품의 매력
아모레퍼시픽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한인 교포나 동양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대신 미국 중상층이 선호하는 고급 유통 채널을 뚫는 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또 미국 뷰티 산업의 중심지 뉴욕 소호에서 10년째 ‘스파’를 운영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그리고 유기농 원료 재배 등 제품 연구에 몰두한 것이 주효했다. 또한 고가 제품인 만큼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하는 TV 광고보다 타깃 마케팅에 중점을 뒀고 해외 임직원이 5800여 명으로 4700여 명인 한국보다 많은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철저한 현지화에 성공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중소기업 브랜드도 미국에 진출했다. ‘닥터자르트’는 한국 피부과 전문 브랜드로, 세포라 등 대형 유통회사에 BB크림 6종을 내세우며 브랜드존을 오픈했다. 처음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으며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60%였다. 최근에는 BB크림에 스킨케어 성분이 함유된 CC크림을 출시했다. 소망화장품도 글로벌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꽃을 든 남자’ 브랜드 모델로 월드스타 싸이를 발탁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달팽이 크림으로 명성을 떨치는 토니모리는 현재 중국·일본·홍콩·대만·미국 등을 포함한 전 세계 30여 개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약 120개의 해외 단독 매장과 1500여 개의 숍인숍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밖에 여러 화장품 업체들은 직접 해외에 지점을 개설하거나 국제 화장품 박람회에 참여해 판매 경로를 확대하는 등 해외 진출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 코스메슈티컬 대표 브랜드 고운세상 코스메틱은 지난 11월 말 ‘2013 모스크바 인터참 추계 국제 화장품 미용 박람회’에 참가했다.

‘흔적크림’으로 알려진 ‘아이소이’는 11월 13~15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뷰티 박람회 ‘코스모프로프 홍콩’에 참가했다. 아이소이 해외 마케팅 담당자는 “바이어들이 천연 성분만으로 화장품의 기능성을 동시에 높여 온 아이소이만의 독특한 기술력과 철학에 놀라워 한다”고 전했다. 아이소이는 현재 홍콩·마카오 등 한류 프리미어 멀티숍 ‘스위트메이’에 입점했고 인도네시아·싱가포르의 레젤홈쇼핑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화장품 7대 강국’ 청사진

이러한 기업의 수출 호조로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무역수지가 흑자 전환됐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10억6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6% 증가했다. 처음으로 수입액(9억7800만 달러)을 넘어섰다. 한국 화장품의 대미 수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7016만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22.6%나 늘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관계자는 “과거 화장품 산업은 내수가 대부분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2~3년 새 해외 매출 비중이 두 자릿수를 차지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며 “제품 경쟁력 향상과 한국 대중문화 인지도가 해외에서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일본·홍콩 시장이 한국 화장품 수출의 5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유럽 선진국 등에 수출 여지가 보이고 있다”며 “수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화장품 산업은 놀라울 정도의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에 달하는 수출 증가율은 다른 품목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SPECIAL REPORT] 글로벌 여심 사로잡은 한국 화장품의 매력
화장품 산업의 선전에 정부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싸이를 내세워 코스메로드를 홍보한데 이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공동으로 ‘화장품 산업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 각 부처가 화장품 산업에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지난해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은 2257억 달러로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4%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63억400만 달러로 11위를 기록했으며 세계 100대 브랜드에 3개를 올렸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최근 ‘화장품 산업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생산액을 15조 원으로, 수출액 60달러, 수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40%까지 확대해 화장품 7대 강국에 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프랑스·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기술 수준 및 브랜드 인지도, 내수 위주의 마케팅으로 산업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화장품 업체들은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안정림 대한화장품협회 부회장은 “화장품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쉬운 길은 품질 경영, 그다음이 유통과 브랜드 구축”이라며 “원료·제품의 안전성 확보와 지속적 관리 요소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장품 산업 글로벌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라도 국제적 인증 등을 연구하고 국제 변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 브랜드 가치의 제고가 산업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 확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 차원보다 긍정적인 한국 화장품 콘셉트 확보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정 브랜드의 성공보다 한국 브랜드 가치를 키워 내 한국 브랜드 전반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 하고 기업 이미지와 국가 이미지가 상호작용해 한국 화장품이 아세안 시장에서 하나의 문화 코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