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비행기광’ 프랭크 왕이 2006년 창업… ‘북미 강자’ 3D로보틱스도 주목
‘드론계의 애플’ 中 DJI, 세계시장 70% 장악
중국의 드론 제작사 이항(Ehang)이 선보인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드론.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는 중국 ‘DJI’가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프랑스의 ‘패럿’과 미국의 ‘3D로보틱스’도 각각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 드론 시장을 움직이는 빅3 업체에 대해 알아봤다.

◆DJI, 홍대앞에 초대형 매장 오픈

중국 ‘다장촹신커지(大疆創新科技·DJI)’는 세계 1위 상업용 드론 제작 업체다. 본사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에 있다. 4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드론계의 애플로도 불린다. 미국·독일·네덜란드·일본·중국·홍콩·한국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올해 36세인 프랭크 왕은 DJI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중국 항저우 태생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보다는 모형 비행기 조립에 관심이 많았다. 상하이 화동사범대 심리학과에 진학한 후에도 모형 헬리콥터 조립에 빠져 살았다.

프랭크 왕은 결국 사범대를 중퇴하고 홍콩과기대에 진학해 로봇과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그의 로봇연구팀은 2005년 열린 홍콩 로봇 경진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프랭크 왕은 2006년 졸업과 동시에 경진 대회 상금과 로봇을 판매한 돈 3억원으로 DJI를 설립했다. 그는 회사 설립 초기 드론 운영체제 개발에 집중했다. 2013년 소형 드론을 출시하면서부터 세계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성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이른바 ‘가성비’ 좋은 보급형 드론으로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드론계의 애플’ 中 DJI, 세계시장 70% 장악
DJI의 '팬텀4'

DJI의 주요 제품은 촬영용 드론인 ‘팬텀’ 시리즈다. DJI는 소니와 협력해 개발한 일체형 카메라를 팬텀 시리즈 등에 장착, 출시하고 있다. 팬텀 시리즈의 국내 판매가는 46만~200만원 선이다.

DJI는 최근 농업용과 수색·구조용 등 다양한 상업용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은 약 80%에 달한다. DJI의 2014년 매출은 약 5000억원, 지난해 매출은 약 1조15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DJI는 최근 국내시장에 본격 상륙하기도 했다. DJI는 지난 3월 12일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 ‘DJI코리아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DJI가 해외에 정식 판매처를 오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JI코리아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최신 제품인 ‘팬텀 4’ 등 팬텀 시리즈를 비롯해 ‘인스파이어 1’, ‘스프레드 윙’ 시리즈, ‘매트리스 100’, ‘가이던스’, ‘로닌’ 시리즈 등 DJI의 모든 제품을 판매한다.

라운지는 세계 항공 영상 및 콘텐츠를 시각적으로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체험 공간에서는 DJI 제품의 특징 설명은 물론 드론 데모 비행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애프터서비스(AS)센터에서는 펌웨어 업데이트와 제품 수리 등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는 그동안 DJI의 공식 판매처가 없었다. 제품은 주로 병행수입을 통해 판매됐다. 소비자들은 AS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프랭크 왕은 “홍대는 지역 예술과 인디 음악, 팝 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독특한 문화적 배경이 존재하는 곳이고 DJI는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느낄 수 있는 문화의 구축을 지향한다”며 “이러한 공통점이 홍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태현 DJI코리아 법인장은 “한국 시장은 강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스토어 방문 고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패럿’, 앱으로 드론 조종

‘패럿(Parrot)’은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드론 제작 업체다. 본사를 비롯해 각국 지사에 9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패럿은 1994년 앙리 세이두가 설립했다. 자동차 주변기기 업체로 출발했지만 드론 시장으로 눈을 돌려 성공한 케이스다. 패럿의 매출은 2014년 약 1370억원, 지난해 약 4350억원이다.

패럿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조종 장치가 따로 필요 없다는 점이다. ‘비밥’을 제외한 모든 드론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기와 연동해 컨트롤할 수 있다.

패럿의 주력 제품은 미니 드론인 ‘롤링 스파이더’ 시리즈다. 저렴한 가격에 조작도 쉬운 편이어서 아이들 선물용 등으로 특히 인기다. 롤링 스파이더의 국내 소비자가는 10만~28만원 선, 비밥은 50만~120만원 수준이다.

◆미국 3DR, 개발 커뮤니티가 모태

‘3D로보틱스(3DRobotics, 이하 3DR)’는 북미 최대 드론 제작 업체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있다. 생산 시설과 사무실은 미국 샌디에이고와 텍사스 오스틴, 멕시코 티후아나 등에 있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3DR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와이어드 매거진 편집장이던 크리스 앤더슨과 호르디 무뇨스가 설립했다. 앤더슨은 2007년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레고 조각을 이용해 처음 드론을 만들게 됐다. 그는 이를 계기로 현재 세계 최대 개방형 로보틱스 개발 커뮤니티로 꼽히는 ‘DIY드론스’를 개설한다.

앤더슨은 DIY 커뮤니티에서 만난 19세 전자공학 귀재 무뇨스와 의기투합, 2009년 3DR를 설립하게 된다.

3DR의 강점은 DIY와 오픈 소스다. 앤더슨과 무뇨스는 드론 개발 과정에서 고객의 의견을 종합해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을 도입, 기존 드론보다 저렴한 제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2012년 3DR의 사업 영역이 DIY 커뮤니티보다 훨씬 더 커지면서 앤더슨은 잡지사를 그만두고 무뇨스와 함께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다. 3DR의 2014년 매출은 약 500억원 수준이다.
‘드론계의 애플’ 中 DJI, 세계시장 70% 장악
3DR의 '솔로'

3DR의 주요 제품은 스마트 드론 ‘솔로’다. 솔로는 두 개의 1GHz 컴퓨터로 구동되는 최초의 드론이다. 버튼 하나로 이착륙이 가능할 만큼 기존 드론보다 조작이 간편하다. 기체 분실 시 조종기의 중앙처리장치(CPU) 기록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솔로는 글로벌 액션 카메라 1위 브랜드인 ‘고프로(GoPro)’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솔로 제품의 국내 가격은 130만원대다.

솔로를 국내에서 독점 수입, 유통하는 ‘세파스’ 관계자는 “카메라 탈부착이 불가능한 기존 드론과 달리 솔로는 액션캠을 때어내 일상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드론계의 애플’ 中 DJI, 세계시장 70% 장악
◆[돋보기]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드론 경쟁력

글로벌 드론 산업에서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중국 업체들은 특히 드론 제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16’에 참가한 27개 드론 업체 가운데 중국 업체는 DJI를 비롯해 12곳에 달했다. 한국 기업은 소형 드론을 생산하는 바이로봇 단 한 곳뿐이었다.

중국에선 DJI 외에도 이항(Ehang)·하워(Harwar)·케라(walkera) 등 약 400개의 드론 제조업체(부품회사 포함)가 영업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한 곳도 중국 업체다. 이항은 ‘CES 2016’에서 사람이 탈 수 있는 ‘이항 184’를 소개했다. 이 드론은 일반 승용차 한 대의 주차 공간에 들어맞는 크기로 디자인됐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까지 싣고 23분간 비행할 수 있다.

승객은 ‘이륙’과 ‘착륙’ 두 가지 명령만 내리면 된다. 최고 속력은 시속 100km 정도다. 완전 충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두 시간이다.

미국 방위산업 컨설팅 업체인 틸그룹에 따르면 2014년 5조원 규모인 세계 드론 시장은 2020년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시장도 2022년에는 6000여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choies@hankyung.com

[기사 인덱스]
-왜 지금 드론인가?
-드론 비즈니스, 단순 제작서 활용으로…상업화 시도 ‘봇물’
-진화하는 드론 인공지능…‘물체 자동 식별·추적까지’
-‘드론계의 애플’ 中 DJI, 세계시장 70% 장악
-케빈 온 DJI 대외협력총괄 “삼성 드론? 불가능은 없지만…”
-‘송골매’ 후예들, 세계 선두 노린다
-드론 시범 사업 ‘거북이 걸음’
-일본에선 드론 잡는 특수부대까지 등장
-조종법 간단하지만 3차원 공간 이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