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금호타이어 인수전, 승자는]
‘우선매수청구권 부활’ 조항 노리고 장기전…채권단과 치열한 수 싸움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되찾으려는 자’와 ‘비싸게 팔려는 자’ 그리고 ‘눈독 들이는 자’. 금호타이어 인수를 둘러싼 이 셋 중 승자는 누굴까. 각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을 전개하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이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당초 금호타이어는 매각 대금 9550억원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와 우선매수청구권(매각대금+1주)을 지닌 ‘원주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쟁 구도로 4월 중 인수의 승자가 가려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를 놓고 박 회장과 주주협의회(채권단)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당장 주인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심지어 재입찰, 상표권 분쟁, 법정 다툼 등의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인수자가 결정되기까지는 우선협상약정서에 따른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유효기한인 최장 6개월의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셋 중 누구 하나 포기하려고 하는 이는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박삼구 회장의 ‘6개월 연장카드’ 통할까
◆ 되찾으려는 박삼구, “그룹 재건 위해”

우선 금호타이어 인수를 가장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이는 박 회장이다. 애착이 남다르다. 금호타이어는 주력 계열사이기도 하지만 그룹 재건을 위해 박 회장이 반드시 인수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이미 2015년 5월 그룹의 모태 회사인 금호고속을 3년 만에 되찾았고 그해 말에는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금호타이어만 남았다. 현재 지분 42.01%를 들고 있는 채권단으로부터 되찾아 오면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를 중심으로 그룹 수직 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다.

또한 금호타이어는 향후 그룹의 캐시카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박 회장으로서는 꼭 잡아야만 한다. 금호타이어는 미국 조지아공장을 비롯해 중국·베트남 등 4개국에 9개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타이어업계 2위, 글로벌 타이어업계 14위 기업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고 그룹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등 그룹 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금호타이어는 1960년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자가 처음 회사를 설립한 이후 반세기 동안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다. 박 회장이 처음 직장 생활을 한 곳도 이곳이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은 줄기차게 “금호타이어 인수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마무리”라며 인수 의지를 강조해 왔다.

현재 박 회장은 2009년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113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노력을 인정받아 채권단으로부터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았다. 박 회장이 더블스타와 같은 가격 이상만 제시하면 금호타이어를 바로 되찾을 수 있다.
박삼구 회장의 ‘6개월 연장카드’ 통할까
◆ 장기전 카드 선택한 박삼구 회장

하지만 당장 돈이 없다.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되찾아 오면서 사재는 물론 그룹의 자금을 한계까지 끌어온 상황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를 구하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최근까지도 언론과 접촉할 때마다 “복수의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인수 자금 1조원을 확보했다”, “도와주려는 곳이 여럿 있다”고 거듭 말했다.

박 회장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지난 2월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투자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개인 자본금 1억원으로 ‘금호인베스트’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제동이 걸렸다. 주 채권자인 KDB산업은행은 우선매수청구권 약정서에 달린 ‘주주협의회 사전 동의 없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제삼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조항을 들어 컨소시엄 불가 방침을 내세웠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사실상 우선매수청구권을 컨소시엄에 양도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컨소시엄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게 KDB산업은행의 논리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에 아무런 기여도 없었던 더블스타에는 컨소시엄을 허용하고 금호그룹에는 컨소시엄을 허용해 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는 뜻을 밝히며 결국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회장은 그 대신 재입찰 요구와 금호타이어의 상표권 사용 불허 그리고 법적 소송 제기 등 장기전을 준비 중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과 맺은 우선협상 약정서에 따라 ‘매각 작업이 6개월이 지나면 더블스타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사라지고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한다’는 조항을 노리고 있다.

박 회장은 일단 자금적 문제가 발목을 잡는 만큼 최대한 시간을 끌어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 채권단, “높은 값 쳐줄 때 팔아야”

반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를 조속히 매각하길 원하고 있다. 더블스타는 매입가로 9550억원을 써냈는데 채권단은 평가 차액만 6231억원을 남기게 된다.

채권단이 2013년과 2014년 금호타이어 출자 전환을 위해 받은 전환사채(CB) 1580억원을 매각한 차액 1800억원을 더하면 금호타이어 매각으로 8031억원을 버는 셈이다.

금호타이어의 최근 실적은 좋지 않다. 금호타이어는 작년 당기순손실 379억원으로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3.1%, 11.7% 줄었다.

2012년 매출액 4조706억원, 영업이익 3753억원을 기록한 이후 실적이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1만1000원대를 웃돌던 주가는 8000원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인건비 비중이 높아진데다 업계 1위 한국타이어와 3위 넥센타이어의 사이에서 시장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과의 관계도 우호적이지 않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여파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해외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자본 유출에 대한 억제 정책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소규모 M&A에도 애를 먹는 상황이어서 금호타이어와 같은 대형 거래는 더더욱 승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채권단으로서는 우선협상대상자 더블스타의 지위 유효기한인 6개월이 지나 다시 재입찰에 들어가면 지금의 금액을 받을 수 없다는 가정도 고려해야 한다.

매각을 둘러싼 여건은 시간이 갈수록 채권단에 우호적이지 않다. 정치권과 여론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는 데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심지어 대선 후보들은 국내 매각을 공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국내외 상황이 어수선하다고 해서 정해진 절차를 중단하거나 늦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싸게 팔 것이라면 공개 매각에 나설 필요도 없었다”며 “재입찰로 매각을 다시 추진하면 지금의 가격을 받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삼구 회장의 ‘6개월 연장카드’ 통할까
◆ 글로벌 기업 꿈꾸는 더블스타

더블스타 역시 금호타이어에 대한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발생하는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블스타는 2015년 매출액 기준 글로벌 34위 기업으로 중국 칭다오와 시안에 각 한 곳씩 공장을 두고 있다.

중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으로 광산업 전용 타이어, 도심 대중교통 버스용 타이어, 중·장거리 버스 타이어, 소방 차량용 타이어 등 상용차용 타이어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상용차용 타이어를 생산하는 업체로는 중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상용차용 타이어보다 승용차용 타이어에 강점을 두고 있는 업체다. 특히 중국 정부가 해외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설립을 제한하면서 금호타이어가 이미 갖고 있는 중국 공장이 매력 요인으로 꼽혔다.

더블스타 관계자는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는 독립적인 경영을 해 나갈 것”이라며 “버스 및 트럭 타이어 분야의 강점을 갖고 있는 더블스타와 승용차용 타이어 분야의 강점을 보유한 금호타이어가 만나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한국·중국·베트남에 들어선 9개 타이어 생산 공장을 토대로 글로벌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 세계 9개 판매법인, 16개 해외 지사와 사무소를 통해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형성 중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최종적으로 인수하게 되면 더블스타는 단숨에 글로벌 10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2015년 기준 더블스타 매출액은 7억4100만 달러로 34위, 금호타이어 매출액은 16억6300만 달러로 14위였다. 두 업체의 매출액을 합하면 34억400만 달러에 이른다.

더블스타는 상당히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외 기업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불허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높아지자 더블스타는 임직원 고용 승계와 현지 인력 추가 채용 의사까지 전달한 상태다.

더블스타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인수 후 현재 금호타이어 임직원에 대해 고용을 승계 및 유지하며 금호타이어의 기업 가치 제고 및 지속 성장을 위해 지역 인재를 더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채권단과 합의했다”며 “금호타이어의 최대 주주가 된 이후에도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호타이어 생산 규모의 40%가 중국에 있고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주요 돌파구 또한 중국에 있다”며 “더블스타는 일련의 혁신 경험과 중국 시장에서의 명성 및 영향력으로 금호타이어가 겪고 있는 경영난과 관리 측면의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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