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인터뷰]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소장, “사막의 소상인, 어떻게 비즈니스 대부로 성공했냐고?”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인도는 어떻게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대부로 우뚝 섰을까. 국내 ‘인도통’으로 통하는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소장을 만나 세계가 ‘인도 상인’을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소장 "인도 상인, 비즈니스에 천부적인 감각"
(사진)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소장. /인도경제연구소

Q. 소장님이 쓴 책 ‘마르와리 상인’ 서두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장사를 잘하는 사람으로 인도 상인을 꼽았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인도 경제를 이끄는 기업인의 상당수가 전통적인 상인 카스트 출신이에요. 인도 카스트제도의 네 개 계급(성직자 브라만, 무사·행정가 크샤트리아, 상인 바이샤, 천민 수드라)에서 상인 카스트는 셋째인 ‘바이샤’에 속하죠.

이들은 오래전부터 비즈니스만을 전문으로 해왔어요. 친시장주의자들로 시장을 아주 잘 알죠. 본능적인 숫자 감각과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 자본에 대한 뛰어난 접근성과 천부적인 감각까지 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비즈니스를 몸에 익혀 온 거예요.

바이샤 중에서도 유명한 집단이 인도 북서쪽 라자스탄 지역의 상인을 일컫는 ‘마르와리 상인’입니다. 이들은 16세기를 전후로 황량했던 고향인 사막을 떠나 인도 전역에 진출해 세계 비즈니스 대부로 성공했어요.”

Q. 현재는 카스트제도가 폐지됐는데요, 과거의 바이샤 집단이 현재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인도 기업을 이끄는 기업인의 상당수가 전통적인 바이샤 출신이에요. 인도의 20대 대기업 소유주 중 상인 카스트 출신 기업인은 15명입니다. 이 중에서 마르와리 상인이 소유한 기업은 9개나 되죠.

인도 최대 글로벌 기업인 아디티야비를라그룹을 비롯해 세계 최대 철강 회사인 아르셀로미탈스틸, 세계 3위의 정보통신 서비스 기업 바르티에어텔 등이 마르와리 기업입니다.

인도 경제의 폐쇄성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1990년대 인도가 개방화되면서 전 세계에서 바이샤들이 활약하고 있는 거죠.”

Q. 이들은 어떤 성향을 갖고 있나요. 세계 비즈니스 대부로 성공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바이샤라는 특성 외에 이들의 성공 요소를 두 가지로 축약할 수 있어요. 생존과 상생입니다.

이들은 13억 거대 인구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누구보다 생존 능력이 뛰어나요. 이것이 기업의 최대 목적인 ‘생존’과 맞아떨어진 것도 있고요. 영어 등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것도 도움이 됐죠.

인도 기업들은 또 사회적 공헌에 뛰어나요. 종교와 간디의 철학이 합쳐지면서 비즈니스로 일군 경제적 부는 개인이 잘나서 얻은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맡겨진 것이라는 생각이 있죠.

실제 포브스에서 매년 부자 갑부 순위를 발표하는데, 인도 최고의 재벌 가문인 타타그룹은 1명도 들지 못해요.

이는 자선 기관인 트러스트재단에 매출의 3분의 1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인도 기업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