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롯데그룹]
3기까지 43개 지원…계열사 통해 시장성 검증하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
롯데, 스타트업과 ‘상생의 길’ 걷다
(사진)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정기적으로 데모데이를 열어 투자자와 연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롯데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롯데를 망하게 할 사업에 투자하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6년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며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내용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직이다.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노하우와 네트워킹을 공유하고 마케팅과 경영 컨설팅 등을 통해 스타트업 성장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한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아닌 롯데가 스타트업의 ‘부스터(booster)’를 자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그룹의 스타트업 지원은 신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2015년 8월 신 회장은 그룹의 미래전략연구소에 창업 보육 기업을 구상해 달라고 주문했다. 외부에서 혁신을 찾는 동시에 사회공헌 활동도 겸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한국의 와이콤비네이터’가 목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2016년 2월 신 회장과 롯데그룹 계열 5개 업체가 출자·설립했다. 법인 설립 자본금 150억원 중 50억원은 신 회장이 사재 출연했다. 나머지 100억원은 롯데쇼핑 등 4개 계열사가 분담해 조성했다.

신 회장은 롯데를 위협할 정도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해 계열사와의 협력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 회장이 직접 롤모델로 삼은 곳은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를 단기간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낸 미국 최대의 액셀러레이터다. 신 회장은 2016년 4월 롯데액셀러레이터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사무실 곳곳을 둘러보고 입주 스타트업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롯데액셀러레이터 관련 보고를 매달 진행할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벤처 생태계와 함께 공생하고 더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 2017년 10월 금융감독원에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이하 ‘신기사’) 등록을 마쳤다.

이를 계기로 스타트업 보육 활동뿐만 아니라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로서 투자 사업에 더욱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삼성 등 IT 대기업의 벤처 투자는 활발했지만 전통적인 유통 그룹이 본격적인 CVC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롯데가 처음이었다.

이진성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는 “롯데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또는 인공지능(AI) 등 그룹 신성장 동력 투자를 위해 신기사 등록을 했다”면서 “신기사 등록을 계기로 초기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가 50억원이 넘는 큰 규모의 벤처에도 투자가 가능해져 스타트업업계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액셀러이터의 대표 지원 프로그램은 ‘엘캠프(L-camp)’다.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창업 지원금 2000만~5000만원을 비롯해 사무 공간, 전문가 자문 등을 제공한다. ‘데모데이’를 열어 투자자와 연계할 수 있는 장도 마련했다.

롯데는 현재 엘캠프 3기까지 총 43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선정된 스타트업 분야도 O2O부터 핀테크, 육아 콘텐츠까지 각양각색이다.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콘퍼런스 ‘슬러시(Slush) 2016’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준우승을 거둔 스킨 프린터 기업 ‘스케치온’도 엘캠프 2기 출신이다.

이처럼 엘캠프를 졸업한 1, 2기 29개 회사는 우수한 실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리드하고 있다. 이들의 기업 가치는 엘캠프 입주 후 650억원에서 1250억원으로 92% 대폭 상승했다. 후속 투자 유치율도 60%에 달한다.

엘캠프 1기는 13개 기업 중 10개가 후속 투자에 성공했다. 스타트업 인력도 평균 87% 이상 증가해 고용 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테스트베드 된 롯데 계열사
롯데, 스타트업과 ‘상생의 길’ 걷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단순히 롯데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이 아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스타트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견할 수 있다.

롯데는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스타트업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수혈 받고 그룹 내 혁신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엘캠프 입주 기업과 롯데 계열사와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유통·서비스·관광·케미칼·금융 등 국내 최대의 고객 접점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현장에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으면 관련 계열 회사의 후속 투자를 받기도 용이하다.

엘캠프 1기부터 현재 운영 중인 3기까지 총 42개 스타트업 중 3분의 1 이상의 업체가 롯데 계열사와 협업 중이거나 협업했던 사례가 있다.

엘캠프 1기 ‘맵씨’는 2016년 8월부터 롯데닷컴을 통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맵씨는 서비스 사용자들이 코디한 의상을 바탕으로 구매할 수 있고 사용자끼리 패션에 대한 문의를 주고받는 소셜형 코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맵씨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높이 평가해 2016년 11월 3억원의 후속 투자를 결정했고 협업 방식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엘캠프 2기 ‘모비두’는 롯데멤버스 엘페이(L.pay)에 음파 결제 시스템을 적용, 롯데슈퍼에 도입했다. 모비두는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비가청음파 전송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인증, 결제 솔루션을 개발한 업체다.

롯데멤버스는 모비두가 가진 음파 기술의 편의성을 등을 높게 평가해 2017년 7월 7억원을 후속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밖에 보안 솔루션 스타트업 ‘센스톤’도 롯데멤버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그룹 사회공헌의 진화
롯데, 스타트업과 ‘상생의 길’ 걷다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이제는 당연해졌다. 롯데의 사회공헌 활동도 단순한 지원에서 벗어나 점점 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을 유발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열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함께 성과를 나누기도 한다.

롯데는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와 함께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 만들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4년부터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슈퍼블루(Super Blu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맞벌이가 당연해진 현대사회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아이들이 집밖에서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맘(mom)편한 놀이터’, 방과 후 아이들의 돌봄을 담당하는 지역 아동 센터 ‘mom편한 꿈다락’, 양육 환경이 열악한 전방 지역 군인 가족들에게 마음 편히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공간인 ‘mom편한 공동육아나눔터’,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등 소외 계층 산모를 위한 ‘mom편한 예비맘프로젝트’ 등 아동 복지에 대한 사회공헌이 돋보인다.

롯데는 양육에 대한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아동 복지시설 및 지역사회 공공 놀이터를 매년 5개소 이상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또 5년 내 100개소의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2015년 소방본부와 양해각서(MOU)를 통해 목숨을 걸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 자녀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장학금 지급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5년과 2016년 100명의 장학생에게 2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올해는 140명, 3억원으로 인원과 액수를 확대했다. 롯데 계열사 별 사회공헌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롯데제과는 10월 19일 ‘2017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롯데제과는 올해 대기업 중 유일한 수상자다.

롯데제과는 2013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빼빼로의 판매 수익금으로 지역아동센터인 ‘스위트홈’을 설립해 소외된 농촌 지역 아동들에게 안전한 쉼터와 공부방을 제공, 왔다.

또 자일리톨껌 판매 수익금으로 대한치과의사협회와 협업해 무료 이동 치과 버스인 ‘닥터자일리톨버스’를 운영해 총 53개 지역을 방문해 3734명의 진료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진료해 왔다.

롯데제과는 2013년부터 기부 활동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고 지난해에는 기부금 규모가 영업이익 대비 10.3%에 달할 정도였다. 이는 식품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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