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그룹별 전략 : 두산]
-전담 조직 ‘CDO’ 신설…계열사 간 디지털 기술 ‘진두지휘’
두산, ‘협동 로봇’ 키워 글로벌 시장 이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인간과 로봇이 일터에서 호흡을 맞추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로봇이 생산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된다면 작업 시간 단축과 대량생산이 기존과 비교도 안 될 수준으로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일찌감치 로봇 산업에 주목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협동 로봇’의 투입으로 작업 과정을 ‘혁신’할 계획이다.

◆현실이 된 ‘로봇이 생산하는 로봇’

두산은 그룹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지난해 말 두산은 그룹 내에 ‘최고디지털혁신(CDO)’ 조직을 신설했다. 또 첫 CDO(Chief Digital Officer)로 형원준 사장을 임명했다.

이 조직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그룹 전반에 ‘디지털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향후 그룹의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에 지원 부서가 아닌 주체로 참여해 신규 사업의 성장과 수익성 확대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두산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던 디지털 기술이나 데이터를 융합해 계열사 간 업무 협업을 활성화하고 사업 시너지도 높여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CDO는 두산그룹 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두산만의 정보기술(IT) 플랫폼을 개발한다.

두산은 ‘로봇’ 분야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9월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 기술로 꼽히는 ‘협동 로봇’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선언했다. 미국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연평균 8%의 성장이 예상되는데, 이 중 협동 로봇은 연평균 68%로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된다.

두산은 2015년 두산로보틱스를 설립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진과 개발자를 영입해 2년간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4개 모델의 협동 로봇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안전 펜스를 설치해 작업자와 따로 분리된 상태에서 작업해야 한다. 협동 로봇은 이와 반대로 펜스 없이 작업자 곁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작업자와 로봇 간 효율적으로 업무 분담이 가능해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협동 로봇은 작고 가벼워 이동이 용이해 기존 제조 라인의 배치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수원에 연간 최대 생산량 2만여 대의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4개 모델 양산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작업자의 오작동을 미연에 방지하는 ‘풀 프루프’ 설계와 공정별로 품질을 검증하는 IPT 절차를 적용해 우수한 품질의 협동 로봇 생산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주요 공정에서 사람과 협동 로봇 완제품이 함께 작업해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두산의 협동 로봇은 작업자와 안전한 협업을 보장하기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충돌 감지력을 갖췄다. 오차 범위 0.1mm의 반복 정밀도와 각 축에 탑재된 고성능 토크 센서를 통해 사람의 손재주가 필요한 섬세한 작업도 가능하다. 모델에 따라 최대 15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고 최대 작업 반경은 1.7m다.

중장비 사업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두산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신기술을 통해 생산능력을 높이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굴삭기 원격조작 가능한 ‘두산커넥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9월 기존 텔레매틱스 서비스의 사용자 편의성과 가능성을 대폭 개선한 ‘두산커넥트’를 북미 시장에 본격 출시했다. 텔레매틱스는 원격 통신과 정보과학의 합성어로, 장비에 장착된 단말기를 통해 작업 중인 굴삭기 위치와 가동 상황, 엔진과 유압 계통 등 주요 시스템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즉 ‘두산커넥트’는 텔레매틱스 기술을 바탕으로 굴삭기와 휠로더, 굴절식 트럭 등 장비의 위치와 가동 상황, 엔진과 유압 계통 등 주요 부품의 데이터를 활용해 작업장 관리와 장비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서비스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그간 쌓아 온 서비스 노하우와 장비 데이터에 업그레이드된 ‘두산커넥트’를 전 세계 주요 시장에 제공한다.

또 두산인프라코어는 기술 개발을 위해 2014년 글로벌 R&D센터를 인천에 열었다. 기존에 인천·수지·송도 등에 흩어져 있던 건설 기계와 엔진 부문 연구 인력 1000여 명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이곳은 두산의 전 세계 사업장을 아우르는 R&D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두산밥캣도 2014년 미국 노스다코다 주 비즈마크 사업장에 최첨단 R&D센터인 ‘액셀레이션센터’를 준공했다. 이곳은 신기술 개발과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복합 연구 시설이다. 최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로 아이디어 도출부터 시제품 제작, 컴퓨터 시뮬레이션 테스트까지 한 번에 수행할 수 있어 신제품 개발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또 8만9000㎡ 규모의 야외 장비 시험장을 별도로 갖추고 있어 다양한 조건을 적용해 시제품 테스트가 가능하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 창원 본사에 ‘발전소 원격 관리 서비스센터(RMSC)’를 개설한 후 같은 해 서울 사무소에는 ‘소프트웨어센터’를 열었다. 이 두 곳은 발전소 운영 관련 정보를 빅데이터화한 후 이를 토대로 발전소 이용률과 효율을 향상시킨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발전소 운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원격 관리하는 RMSC는 고장 예측 분석 시스템, 이상 상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췄다. 또 전용 통신망으로 발전소 중앙 제어실의 핵심 기기 운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신한다.

소프트웨어센터는 RMSC를 통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발전소 설계 개선, 운전 효율 향상, 서비스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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