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을 가다]
-규제 풀고 인력 키우는 ‘사람중심 혁신’…지능형 학습 플랫폼 개발 추진
“4차 산업혁명 이번엔 한국이 주도”…국가 R&D 전면 개편 나서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월 2일 수소 자율주행차 ‘넥쏘’의 시승에 앞서 이진우 현대자동차 상무에게 질문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최근 한국은 ‘저성장 고착화’에 따른 경제·사회의 구조적·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장기적 성장 잠재력 저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청년 실업 등 일자리 문제도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세계 주요국은 ‘경제·사회 구조적 과제’의 동시 해결이 가능한 혁신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고 있다. 지능화와 융합화를 통한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이 공통의 핵심 전략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대통령직속기관인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극대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범국가 4차 산업혁명 대응 체계 구축
“4차 산업혁명 이번엔 한국이 주도”…국가 R&D 전면 개편 나서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우수한 인적자원과 네트워크, ICT 역량, 제조 경쟁력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잠재력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경제·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범국가적 준비는 부족한 상황이다. 스위스의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기술 수준과 교육 시스템 등 4차 산업 혁명 적응도는 세계 25위에 그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혁신의 주역이 될 핵심 인재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2022년까지 지능화 기술 분야 전문 인력은 연평균 3290명 정도 부족할 전망이다.

정부는 민간의 혁신 역량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개선하고 단점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의 잠재력을 조기에 가시화하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산업 사회 전 영역의 지능화 혁신을 추진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연구·개발(R&D) 기반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국가 R&D 체계도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능화 분야 중소 벤처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의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산업 인프라와 생태계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미래 일자리 변화에 대응해 우수 인재의 성장 지원과 일자리 안전망을 강화하는 한편 사이버 안전망과 인간 중심의 윤리 체계도 확립할 방침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잠재력을 조기에 가시화하고 융합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산업사회 전 영역의 지능화 혁신도 추진한다. 스마트 의료 구축과 제조업 디지털 혁신, 스마트 이동체 구축, 미래형 에너지 혁신, 스마트 금융·물류 구축, 스마트 농수산업 구축이 중점 추진 사항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존 규제의 틀을 혁신 친화적으로 재설계할 방침이다. 관련 선진국인 일본을 벤치마킹해 신기술 테스트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고 허용 가능한 것만 열거하는 ‘포지티브 규제’를 금지 항목을 제외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개선한다. 신산업의 상용화 시점에 맞춰 개별 규제 해소 등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강화
“4차 산업혁명 이번엔 한국이 주도”…국가 R&D 전면 개편 나서
(사진) 장병규(앞)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세종대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회의실에서 2017년 12월 28일 열린 3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혁신 기술 기반의 중소 벤처기업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성장 단계별 지원 강화 등 시장 환경 조성에도 힘을 쏟는다.

4차 산업혁명 유망 분야 제품의 공공기관 우선 구매 등을 통해 기술 혁신 기반 창업과 성장을 촉진할 계획이다.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와 연대보증 전면 폐지 등으로 중소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과 재도전 지원을 확대한다.

4차 산업혁명 유망 분야 인재 배출을 위한 지원도 적극 추진한다. 기존 암기 주입식 교육 대신 문제해결·사고력 중심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수업 방식 다변화와 학사제도 유연화 등을 통한 창의·융합 교육 저변을 확대한다. 초중등 소프트웨어(SW) 교육을 강화하는 등 ICT 신산업 분야의 핵심 인력 육성에도 힘을 보탠다. 한국형 공개 온라인 강좌(K-MOOC) 확대와 개인 수준에 맞는 학습 활동을 지원하는 지능형 학습 플랫폼 개발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 관련 법 제도 정비도 중점 추진 사항이다. 국민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국가적 추진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개발자와 이용자의 윤리적 사고를 통해 기술의 오작동·남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 윤리헌장 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또한 지능화 기술과 기초 기술을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선점을 위해 전략적 R&D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학계·산업계 간 개방형 R&D 협업 환경 조성 등 연구자 중심의 자율적·창의적 R&D 지원 체계 혁신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국가 R&D 성과의 공유·확산 촉진을 위해 R&D 산출물 빅데이터화, 슈퍼컴 등 R&D 인프라 개방, 공개 소프트웨어 방식의 R&D 도입 등도 계획 중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인 데이터 생산·활용 기반도 강화할 예정이다. 데이터 구축·유통·활용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공 데이터를 AI 학습용 데이터 형태로 개방하고 주요 산업별 빅데이터 전문센터도 육성할 계획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선도를 통해 신규 매출과 비용 절감, 소비자 후생 증대 등 2030년 기준 460조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 주파수 공급 확대와 신규 네트워크 사업자를 촉진하기 위해 허가 중심의 진입 규제 완화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미래 투자회의’ 신설…독일·미국 ‘커넥티드 인더스트리’ 적극 추진
“4차 산업혁명 이번엔 한국이 주도”…국가 R&D 전면 개편 나서
일본 정부는 2016년 9월 아베 신조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미래투자회의’를 신설했다. 미래투자회의는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도모하기 위해 아베 총리와 경제계가 투자와 임금 인상에 관해 논의하던 ‘미래 투자를 향한 관민대화’와 성장 전략을 다뤘던 ‘산업경쟁력회의’를 통합한 것이다.

일본은 미래투자회의 출범과 함께 아베노믹스 실현을 위한 기존 ‘일본재흥전략(2013~2016년)’을 ‘미래투자전략(2017년)’으로 변경했다. 일본은 미래투자전략을 통해 수명 연장, 이동 혁명 실현, 공급망 첨단화, 쾌적한 인프라 도시 구축, 핀테크를 5대 신성장 전략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5가지 신성장 전략 분야에 데이터를 활용한 기반 구축이라는 일관된 정책 추진 방향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지난해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미래투자전략은 독일 ‘인더스트리 4.0’과 미국의 ‘인더스트리얼 인터넷’을 모델로 한다. 독일과 미국의 전략은 제조업의 생산관리나 재고관리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최적화하는 개념이다.

일본은 제조업을 넘어 물건과 물건, 사람과 기계·시스템, 사람과 기술, 산업 구분 없는 기업과 기업, 세대를 넘어선 사람과 사람, 제조업자와 소비자 등 다양한 주체를 연결하는 ‘커넥티드 인더스트리’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커넥티드 인더스트리는 IoT 등에 의해 여러 물건을 네트워크화하고 고객이나 사회의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사회를 뜻한다.

일본은 이를 위해 프로젝트 단위로 참가자나 기간을 한정, 실험 내용과 리스크를 설명하고 참가자의 동의를 전제로 신기술을 허용해 주는 정책인 ‘샌드박스’ 규제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현행법의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다.

일본은 또한 ‘이동 혁명의 실현’을 위해 자율주행차와 드론에 의한 물품 배송이나 자율 운항선 등에 의한 물류 이동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0년 일본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90% 이상에 자동 브레이크가 탑재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자율주행을 지원할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 칩을 새로 출시되는 모든 차에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 지역에서는 대형 트럭 4개를 V2X(Vehicle-to-everything) 기술로 연결, 한 명의 운전자를 통해 이동하는 대열 주행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빈집 문제 해결에도 신기술을 적용한다. IoT 기술 등을 적용해 차세대 주택의 보급을 촉진하는 한편 재고로 남아 있는 기존 주택의 활용도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부동산 관련 단체 등과 협력해 ‘전국판 빈집·공지 은행’도 구축한다는 목표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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