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긍극의 친환경' 현대차 넥쏘의 질주]
- 현지 시승식서 극찬 쏟아져…中 정부, 전기차 이어 ‘수소전기차 강국’ 선언


[베이징 = 강동균 특파원] 중국 수도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1월 20일 열린 ‘중국 전기자동차 100인회’ 연례 포럼에는 리란칭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를 비롯해 완강 과학기술부 장관, 먀오웨이 공업정보화부 장관, 왕촨푸 비야디(BYD) 회장 등 중국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100인회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에너지 자동차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학계가 의기투합해 만든 조직이다. 독일 폭스바겐과 BMW, 일본 도요타자동차, 한국 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대부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00인회에 가입한 현대차는 올해 행사에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반의 차세대 수소전기차(FCEV) 넥쏘를 선보였다. 완강 장관은 넥쏘에 대해 “최고의 수소전기차”라고 극찬했다.

그는 독일 자동차 기업 아우디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자동차 전문가다. 2000년부터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신에너지차 개발을 주도하면서 ‘중국 전기차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넥쏘’ 앞세워 중국시장 재탈환 노린다
◆ “일본 수소전기차보다 훨씬 좋다”

현대차는 포럼 기간 전시한 넥쏘는 5분 충전으로 600km를 넘게 달리는 미래 친환경차다. ‘10년 16만km’ 수준의 연료전지 내구성과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저장 밀도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 장관은 이날 넥쏘를 타고 3km가량을 직접 운전했다. 그는 차를 모는 동안 동승한 왕수복 현대차중국투자유한공사 대표(부사장)와 이기상 현대차그룹 환경기술센터장(전무)에게 수소전기차의 시스템 효율 등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시승을 마친 뒤 완 장관은 “일본에서 수소전기차를 탄 적이 있는데 넥쏘가 훨씬 좋은 것 같다”면서 “놀랍고 대단하다. 지금까지 시운전해 본 수소전기차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열린 같은 포럼에서 일본 도요타의 수소전기차 미라이를 시승했다.

이기상 센터장은 “에너지 회수율과 시스템 효율을 묻기에 85%, 60% 이상이라고 답했다”며 “중국 전기차는 차체가 무거워 에너지 회수율이 40%에도 못 미치고 시스템 효율이 60%를 넘긴 것은 세계에서 넥쏘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회수율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전기모터를 역으로 돌려 배터리에 전력을 저장하는 비율을 말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공짜 전기를 많이 저장하게 돼 오래 운행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할 때부터 협력업체인 현대모비스와 만도에 기술을 전수해 두 회사가 회생 제동 시스템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수차례 수소전기차 설명회를 열었다. 작년 11월 초 한·중 자동차 산업 발전 포럼에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경험과 올해 양산하는 넥쏘에 적용된 신기술을 소개했다.

같은 달 중순엔 수소전기차 메카를 꿈꾸는 장쑤성 루가오시가 중국자동차공정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제2회 국제 연료전지자동차 대회에 수소전기차를 출품해 시승 행사와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한 체험회를 가졌다. 루가오시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중국의 수소 경제 시범 도시로 지정한 유일한 곳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간인 지난해 12월 13일 댜오위타이에서 수소전기차와 관련한 한·중 경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의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과 중국 자동차공정학회가 이날 맺은 MOU는 연료전지 시범 사업을 하고 수소전기차 관련 표준과 정책 교류 등을 통해 수소전기차 확산을 촉진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은 한국 정부가 민간 중심의 수소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정부·지방자치단체·이업종의 민간 업체가 참여하는 조직으로 발족했다.

중국 자동차공정학회는 중국 과학기술부 산하 조직으로 일본 방문 때마다 도요타의 수소전기차 미라이 공장을 시찰하는 등 선진 수소전기차 기술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작년 8월엔 중국자동차공정학회 이사장을 현대차의 연료전지 기술 개발 핵심인 마북환경기술연구소로 초청하고 한강변에 임시로 설치했던 수소 발전 시설도 둘러보게 했다. 현대차는 중국자동차공정학회가 지난해 발족한 국제연료전지협회의 부회장 자리를 확보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중국의 저명 자동차 주간 잡지인 중국기차보에 수소전기차 기술력을 다룬 특집 기사를 싣는 등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벌이고 있다.
‘넥쏘’ 앞세워 중국시장 재탈환 노린다
◆ 수소차 띄우기 본격 나선 현대차

그동안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중국은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고 한국과 일본 추격에 나섰다.

2016년 11월 수소 에너지 산업 기초 시설 발전 백서를 통해 2020년 수소전기차 5000대, 수소 충전소 100기 이상 목표를 제시했다. 2030년에는 수소전기차 100만 대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지방정부에서도 상하이시가 작년 9월 수소전기차 발전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글로벌 톱3 업체의 연구센터 2곳을 유치하고 50기 이상의 충전소, 승용차 2만 대를 포함한 3만 대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보조금도 전기차와 차별화를 두기 시작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보조금은 점진적으로 축소하지만 수소전기차는 현재 지원금 20만 위안(승용차 기준)을 유지한다. 지방정부 보조금까지 더하면 최대 50만 위안(약 85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지만 수소전기차는 발전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을 더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수소 충전소 설치에도 보조금을 제공한다. 200kg 이상 수소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수소 충전소에 대해 1기당 4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 기업 중에선 상하이자동차와 치루이자동차가 각각 2015년과 2016년 수소전기차를 선보였다. 양산 차 수준은 아니지만 상하이차 수소전기차는 주행거리가 400km에 이른다. 초기 ‘투싼 FCEV’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하이자동차의 자회사인 상치다퉁은 지난해 11월 연료전지로 달리는 미니버스 FCV80을 180만 위안에 첫 출시했다. 정부 보조금만 100만 위안에 달해 실제 80만 위안에 구매할 수 있다.

이 밖에 베이치푸톈·둥펑자동차·중퉁자동차·중즈신에너지자동차 등 10여 곳의 중국 자동차 업체가 수소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물류 기업들도 수소전기차 사업에 적극적이다. 중국 4대 택배업체 중 하나인 선퉁택배는 이미 수소 화물차를 물류 배송에 도입했다.

베이징의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외국 기업이 독식하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는다”며 “중국 측에 지분을 많이 넘기더라도 시장을 키워 배당을 많이 챙겨가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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