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72호 (2018년 05월 16일)

쇼룸에서 브로슈어까지…고객 경험을 디자인하다

[커버스토리 : 현대차 브랜드 경영 3.0]
- 현대차 브랜드 경영의 첨병 ‘크리에이티브 웍스실’, 혁신문화 전파 역할도



[한경비즈니스 = 차완용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에는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이라는 조직이 있다. 브랜드 경영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015년 3월 5명의 팀원을 꾸려 직접 설립한 부서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지금은 규모가 커져 3개 팀 안에 45명의 부서원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서는 대내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들조차 잘 모른다. 그나마 조금 이 부서를 안다고 하는 이들조차 디자인 마케팅 부서 중 한 곳으로 알고 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의 업무는 종합적이다. 자동차를 팔기 전에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디자인한다. 예를 들면 소리·시각·경험 등을 통해 차를 타지 않아도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현대차만의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은 현재 현대차가 추구하고 있는 ‘브랜드 경영’의 전진기지다. 2009년부터 브랜드 경영을 시작한 현대차는 2011년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모던 프리미엄’으로 정하고 이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초고성능의 슈퍼카’ 하면 부가티를 떠올리는 것처럼 ‘편안한 프리미엄 차’하면 현대차를 떠올리도록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했다.



◆ 2011년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팀 설립

하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모던 프리미엄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자동차 외에는 부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정 부회장과 현대차는 발상을 전환했다. ‘굳이 사람들에게 차를 타게 하지 않아도 현대차라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곧바로 시장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사람들이 브랜드를 인식하는 데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55%에 불과하고 나머지 45%는 기업들이 진행하는 활동이나 마케팅 등을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 45%에게 현대차를 알리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을 신설했다. 자동차 구매 고객이 아닌 잠재된 고객 45%만을 위한 부서를 만드는 것은 자동차업계에선 처음 있는 시도였다. 그렇다 보니 마케팅 방법 역시 방향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정 부회장은 브랜드 경영을 위해 영입한 조원홍 부사장 밑에 별도의 직속 부서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팀장급 인재 영입에도 나섰다.

내부 인원이 아닌 외부에서 찾은 이유는 기존에 자동차와 관련된 디자인 마케팅 인력은 많았지만 자동차 외에 경험이 있는 인재가 회사 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조직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양한 업종의 글로벌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수소문했다.

그 결과 지성원 현대차 크리에이티브 웍스실 실장을 영입했다. 지 실장은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P&G·가루다항공·씨티은행 등의 브랜드 구축 브랜딩 업무를 진행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전문가다.

지 실장 밑에 내부 직원 4명(디자인 2명, 전략 2명)을 배치해 조직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벤트성 마케팅부터 쇼룸 인테리어 디자인, 브로슈어와 음악 등 자동차 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디자인하며 ‘현대차는 이런 차’라는 메시지를 만들어 냈다.

조직 역시 확대됐다. 5명으로 시작했던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에는 현재 3개 팀(크리에이티브 디자인팀, 크리에이티브 전략팀,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팀)으로 구성돼 총 45명의 부서원이 근무하고 있다.

특이점은 외부 영입 인력이 많다는 점이다. 지 실장을 비롯해 부서원 중 절반이 넘는 25명이 외부에서 왔다. 그중에서도 디자인팀의 외부 출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체 팀원 21명 중 18명이 외부 출신이다.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에는 4명의 외국인도 근무하고 있다. 영국·싱가포르·스페인 등에서 현대차의 비전을 보고 들어온 이들이다.

현재 설립된 지 3년 정도 된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옥외 광고 디자인부터 자동차를 보조하는 부품 디자인 그리고 고객과의 접점이 만들어지는 쇼룸 디자인 등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 제품이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다

이들의 존재감을 대외적으로 알리며 자기 색깔을 내기 시작한 것은 바로 ‘201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선보인 미디어 콘퍼런스다.

신차·미래차 등을 선보이며 모든 초점을 차량에 맞춘 다른 자동차 기업들과 다르게 현대차는 친환경 운동가 데이비드 드 로스 차일드를 사회자로 내세워 신차인 아이오닉 3종(하이브리드·전기차·PHEV)을 소개했다.

또한 달라질 자동차 산업의 미래, 이동의 자유에 따라 달라질 우리의 삶, 자동차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대차의 전시장이 람보르기니·포르쉐 등 슈퍼카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수많은 미디어가 현대차 부스로 몰려든 것은 이 때문이다.

당시 콘퍼런스를 준비했던 실무자 정태균 현대차 크리에이티브전략팀 대리는 “모터쇼라는 포맷이 상품(자동차) 정보에만 너무 치중돼 있다는 점이 오히려 현대차의 브랜드 비전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됐다”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통해 브랜드를 알린다는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이 선보이고 있는 탈자동차 중심의 마케팅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자동차 없는 자동차 홍보관인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을 공개해 수소의 친환경성에 대해 알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밖에 운영 주체는 다르지만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의 손을 거친 곳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곳이 프리미엄 브랜드 홍보관 ‘제네시스 강남’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등의 쇼룸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이곳에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은 각 브랜드에 맞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리뉴얼하고 브랜드 사운드 시스템을 개발해 설치하는 등 전반적인 작업을 주도했다.


◆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이 최우선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이 내놓는 디자인은 대부분 ‘경험’에서 나오는 작품들이다. 자동차 하면 심벌이나 로고를 떠올리지만 이들은 하나의 현대차라는 브랜드 문화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에서는 ‘인사이트 트립’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영감을 얻기 위해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조합처럼 서로 다른 영역의 팀원끼리 외부 활동을 다녀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부서원들끼리 팀을 가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지낸다. 다른 대기업 부서에서 팀이 다르면 낯을 가리는 것과 너무도 다른 문화다.

아이디어가 중시되고 부서원 간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는 특성상 책상 사이에 칸막이도 없다. 현대차그룹 사무 부서 중 칸막이가 없는 유일한 부서다. 이들은 회의도 자유롭게 자리에 앉아 수시로 한다.

이 부서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팀원 모두가 리더의 역할을 부여받는다는 점이다. 이를 ‘싱글 스트림 프로세스’라고 하는데 개개인의 전문성과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도록 부서 내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략과 기획을 담당하는 팀원과 이를 구현하는 디자이너, 향후 브랜드 관리를 맡은 팀원이 각자 중추적 역할을 하는 단계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식이다.

이는 창의성을 담보하는 최적의 방안이다. 서열과 조직에 따른 업무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가 업무를 추진하며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더 나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찾아낸다.

이런 조직은 그동안 현대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조직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혁신 조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도 그렇다.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은 현대차 ‘혁신’의 아이콘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폭스바겐이나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을 최대한 빨리 분석해 비슷한 차를 싸게 만들어 판매하는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였다. 하지만 글로벌 800만 대 판매, 세계 5위 업체로 올라선 이후에는 더 이상 페스트 팔로워로는 성장할 수 없게 됐다.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이 변화를 현대차는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을 통해 자동차 판매가 아닌 브랜드 판매라는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과거 이 부서를 만들며 이런 말을 남겼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현대차라는 브랜드를 판매해 보자.”

패스트 팔로워였던 현대차가 혁신의 아이콘이 된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을 앞세워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 [인터뷰] 지성원 현대차 크리에이티브 웍스실 실장


▶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이 만들어지면서 현대차로 오셨습니다. 계기가 있었나요.

“‘자동차를 만들기 전에 고속도로부터 먼저 깐다’는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DNA가 멋져 보였습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도 이직에 많은 영향을 줬고요. 현대차라는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더 알려 1등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신생 부서여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죠. 제가 몇 군대 회사를 다녀본 결과 회사 밖과 안의 모습은 상당히 다르더군요. 하지만 보수적이라고 하는 현대차라는 조직에서 변화가 생긴 조직이라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이 생각이 맞았어요. 회사가 변화하기 위해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되고 있고 우리 부서가 이를 알려야 한다니까 일이 재밌습니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많은 기업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근무했어요. 소비재나 금융 쪽 등의 글로벌 브랜드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 자동차 산업의 브랜드 구축 업무는 다를 것 같은데요.
“일단 밸류 체인이 길어요. 소비재는 이르면 한 달, 길어야 1년 정도 텀으로 정신없이 시장이 변하는데 자동차는 최소 5년이에요. 기존 차량을 대체할 신차가 일러야 5년은 있어야 나오니까요. 그렇다 보니 한 브랜드에 대한 브랜딩 시간이 길어지게 되네요. 이 때문에 브랜드 작업을 할 때 무척 신중하게 접근해야 해요. 처음에 잘못 설정하면 최소 5년 농사를 망치는 것이니 문제가 커지죠.”

▶ 생긴 지 3년 된 조직이라 아직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죠.
“유능한 인재는 다 갖춰졌습니다. 물론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부여된 목표를 향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한곳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부서원들이 일해 온 과정이나 성과를 보면 어느 정도는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소비자의 인식이 날로 높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각적으로만 보여주는 결과물이 아닌 직접 일상생활에서 체험함으로써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에서는 ‘새로운 생각’과 ‘실질적인 파급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크리에이티브 웍스실의 노동환경에 대해 ‘혁신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서열과 조직 기준이 아닌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매니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험’을 아이디어로 낼 수 있는 실험 중심의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혁신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복장 때문일 것 같아요. 본사에서 유일하게 정장이 아닌 자율 복장을 입을 수 있습니다. 아, 칸막이가 없는 부서이기도 하고요. 다른 부서 사람들이 보고 놀라더군요.”

▶ 실장님도 혁신적인가요.
“글쎄요. 일단 이것이 혁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과를 부서원들에게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리 배치 역시 팀원들 사이에 섞여 앉고요. 물론 다른 팀장들도 모두 섞여 앉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창가 쪽 자리에 앉으려면 20년 걸린다는데 우리 부서는 막내도 창가 쪽에 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나 조원홍 부사장님이나 이것저것 불필요한 것이 잔뜩 적힌 보고서를 싫어합니다. 그냥 간단하게 메일로 보고해도 되고 상황에 따라 편하게 이야기해도 됩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네요. 우리는 퇴근할 때 인사를 안 합니다. 그냥 알아서 나가면 됩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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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5-1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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