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192호 (2018년 10월 03일)





LG, 에어컨에서 청소기까지 AI 가전으로 ‘게임 체인지’

[커버스토리 = 4대 그룹 AI 혈전]
-AI 브랜드 ‘씽큐’ 론칭…구글·아마존·네이버 등과 열린 협력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LG그룹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중심으로 한 미래 기술 사업에 그룹의 사활을 걸었다. 글로벌 사업을 주도하기 위해 AI와 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며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선두주자인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전략을 사용, 고객 접점을 넓힘과 동시에 외부 기술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잠시 주춤했던 동력은 구광모 LG 회장이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AI·로봇 중심’ 구광모 체제 시작

“LG의 미래에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 사이언스파크에 선대 회장께서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셨듯이 저 또한 우선순위를 높게 두고 챙겨 나갈 것입니다.”

구광모 회장이 9월 13일 첫 현장 방문지로 LG의 미래 기술 메카인 LG사이언스파크(서울시 강서구 마곡 소재)를 방문하며 ‘구광모 체제’의 시작을 알렸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 시설이 집대성된 곳이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하우시스·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 CNS 등 8개 계열사 연구 인력 1만7000여 명이 모여 있다. 선친인 구본무 회장이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조성한 국내 최대 민간 연구산업단지이자 생전에 마지막 공식 일정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 중인 성장 사업과 미래 사업 분야의 융·복합 R&D 현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첫 현장경영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권영수 LG 부회장을 비롯해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 박일평 LG전자 사장, 유진녕 LG화학 사장,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공통 핵심 기술을 우선적으로 육성키로 하는 등 R&D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6월 회장 취임 후 2개월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구 회장이 첫 외부 일정으로 LG사이언스파크를 선택한 것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AI·5세대(5G)·로봇·바이오 등의 분야를 뒷받침할 R&D 활동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구 회장은 이날 “LG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중요성이 계속 더 커질 것”이라며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진을 중심으로 LG의 AI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LG의 AI 사업 전략은 외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개방형 전략’, 즉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회사는 구글·아마존·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AI 퍼스트, AI 에브리웨어’를 외치며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강한 콘텐츠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과 제휴해 ‘게임 체인저’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국내 기업은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축적한 데이터의 양이 매우 적을 뿐 아니라 데이터의 질적 측면에서도 매우 미흡하다. 이 때문에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승훈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 역량과 축적된 데이터 측면에서 상당히 열위에 있다”며 “단기적으로 구글에서 개발한 기계학습 엔진인 텐서플로 등과 같은 오픈소스 기반의 개발과 참여를 통한 역량 축적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에 AI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후발 주자에 속하는 LG는 독자적인 AI 기술 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지속해 융·복합 시대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LG는 LG전자를 주축으로 AI 분야에서 접목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해 AI 생태계를 확장해 간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LG전자, 개방형 전략으로 콘텐츠 강화

LG전자가 생활가전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데이터에 강점이 있는 구글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강점이 뚜렷한 아마존,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강한 네이버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협업하면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실제 LG전자의 AI 브랜드인 ‘씽큐’를 보면 LG의 개방형 전략이 잘 나타나 있다. 씽큐는 LG의 AI가 탑재된 LG전자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칭하는 브랜드로, 구글의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AI TV ‘LG 올레드 TV 씽큐’, AI 스피커 ‘씽큐 스피커’, 네이버와 협력해 내놓은 AI 스피커 ‘씽큐 허브’ 등이 그 사례다.

예컨대 A씨가 저녁거리를 고민하고 있다면 LG의 AI 로봇인 ‘LG 클로이 홈 로봇’을 향해 이같이 외치면 된다. “TV에서 ‘먹방’ 영상을 찾아줘.” 그러면 아마존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알렉사’가 연동된 ‘LG 클로이 홈 로봇’이 TV에 나온 먹방 영상들을 찾아준다. A씨는 이 중에서 음식을 고르고, 그 후 주방으로 가 ‘LG 씽큐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의 검색 기능을 활용해 “알렉사, 레시피를 읽어 줘”라고 말하면 된다. 그의 명령을 들은 ‘LG 클로이 홈 로봇’이 레시피를 읽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전이 고객에게 최적의 운전 코스를 제공함은 물론 고객의 말을 이해하고 음성으로 대화하며 작동하는 것은 LG의 에어컨·세탁기·냉장고·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과 TV까지 집 안 다양한 가전에 모두 적용된다.

‘휘센 씽큐 에어컨’은 고객이 선호하는 온도, 바람의 세기나 방향 등을 잘 기억했다가 누가 시키기도 전에 알아서 작동하고, ‘트롬 씽큐 세탁기’는 날씨에 따라 세탁 옵션을 스스로 설정한다.

‘코드제로 R9 씽큐’는 집 안 구조를 스스로 학습해 넘어가야 할 장애물과 기다리거나 우회해야 할 장애물을 구분한다.

네이버 AI 플랫폼인 ‘클로바’가 적용된 AI 스피커 ‘LG 씽큐 허브’는 집 안 가전이나 스마트 조명, 스마트 플러그, 미세먼지 알리미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을 제어하는 것은 물론 음악, 교통·지역·생활 정보, 번역, 영어 대화, 뉴스, 검색, 팟캐스트 등 네이버가 제공하는 다양한 생활 밀착형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해 준다.

‘구글 홈’을 사용하는 고객들도 ‘구글 어시스턴스’를 통해 한국어로 LG전자의 주요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LG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외부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고객들과의 접점을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AI·로봇 스타트업 투자 확대

LG전자는 또한 AI 경험이 집 밖의 공공시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상업용 서비스를 위한 로봇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2017년 인천국제공항과 스타필드 하남에서 로봇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작년 말 로봇 포트폴리오를 총칭하는 브랜드 ‘LG 클로이(LG CLOi)’를 론칭하고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호텔 서비스 로봇, 잔디깎이 로봇, 카트 봇, 수트 봇 등 다양한 로봇 8종을 선보였다.

로봇 사업 역시 독자 기술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로봇 전문 업체, 스타트업, 대학, 연구소 등 외부와의 협력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로봇과 관련된 AI의 핵심 기술들은 그 분야가 방대해 다양한 역량을 조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작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에스지로보틱스’에 3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로봇 개발 업체인 ‘로보티즈’에 9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에도 감성인식 AI 분야 스타트업인 ‘아크릴(Acryl)’에 1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800억원)’, 미국의 로봇 개발 업체인 ‘보사노바로보틱스(300만 달러)’ 등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다.

그룹 차원에서도 AI 투자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LG는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출자한 펀드를 운용하는 ‘LG 테크놀로지 벤처스’를 설립해 자율주행 부품·AI·로봇 분야의 스타트업 발굴과 신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구 회장 역시 글로벌 선도 기업과 전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국내는 물론 북미·일본 지역의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스타트업 발굴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구 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입학 후 실리콘밸리 AI 관련 스타트업 두 곳에 몸담은 경험이 있는 만큼 기술력이 높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융복합사업개발센터’ 신설


AI 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과 인재 영입도 착착 진행 중이다. 먼저 LG전자는 작년 하만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의 전기·전자  전문가인 박일평 CTO를 영입하고 1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박 사장은 LG전자의 AI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외부에서 수혈한 인재도 과감한 승진으로 주요 보직에 임명해 미래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작년 말에는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융복합사업개발센터’를 신설했다. 스마트폰과 TV, 자동차 부품 등 각 사업본부의 제품을 연결하고 AI와 IoT 등을 기반으로 전사 차원에서 융·복합을 추진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역할이다. 융복합사업개발센터의 센터장은 ‘올레드 TV’신제품 개발의 주역인 황정환 신임 MC사업본부장이 겸임하고 있다.

회사는 또 올해 초 AI 원천 연구의 메카로 알려진 캐나다 토론토에 ‘토론토 AI연구소(Toronto AI Lab)’를 설립했다. LG가 해외에 AI만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개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연구소는 토론토대와 공동으로 다양한 산학 과제를 수행하며 AI 연구를 진행한다.

LG전자는 캐나다의 풍부한 AI 연구 인프라와 토론토대의 뛰어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 동력인 AI 관련한 원천기술을 확보함은 물론 인재 육성에도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회사는 미국 ‘실리콘밸리 랩’ 산하에 AI 연구조직인 ‘어드밴스드(Advanced) AI’를 신설해 딥러닝, 미래 자동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박일평 LG전자 사장은 “이번 협력이 원천기술 개발에도 ‘오픈 파트너십’ 전략이 주효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AI 기술을 연구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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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2호(2018.10.01 ~ 2018.10.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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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10-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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