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PEF의 제왕들]
-송인준 대표가 세운 투자 자문사가 모태
-사모펀드 집중 위해 IMM인베스트먼트에서 분리
태림포장 투자회수 앞둔 ‘IMM PE’…‘1조3000억원’ 린데 인수 성공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IMM프라이빗에쿼티는 누적 운용 자산 3조3000억원의 국내 대표 투자회사다. 국내 1위 골판지 회사인 태림포장의 매각 거래 성사를 목전에 두면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곳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2015년 태림포장과 7개 계열사를 약 3500억원에 인수했다. 태림포장 창업자인 정동섭 전 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기업이 쪼개지거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태림포장을 인수한 뒤 경영 합리화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고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눈앞에 둔 상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림포장의 지분 70.9%를 보유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매각 주간사회사 모건스탠리는 9월 17일 태림포장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세아상역을 선정했다.

세아상역은 세계 10개국, 40개 공장에서 하루 평균 250만 벌의 의류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태림포장 인수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상역은 태림포장·태림페이퍼·태림판지 등 태림포장그룹의 가치를 약 8000억원으로 평가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이번 거래로 4년 만에 투자 원금과 비슷한 규모의 차익을 남길 전망이다.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IMM프라이빗에쿼티의 둘째 엑시트 성공 사례로 기록된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처음 엑시트에 성공한 것은 2017년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2012년 자동차 와이퍼 제조업체 캐프가 파생상품 거래 손실로 자본잠식에 빠지자 출자 전환을 통한 경영권 인수를 감행했다. ‘파생상품의 즉각 청산’을 투자 조건으로 캐프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상환우선주(RCPS) 등 주식형 채권 560억원어치와 구주 40억원어치 등 총 600억원을 투자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법정 관리 기로에 섰던 캐프를 정상화한 뒤 2017년 10월 회사를 전자제품 제조업체 엔피디와 SG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에 넘기는 데 성공했다. 매각 금액은 약 800억원으로 5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태림포장 투자회수 앞둔 ‘IMM PE’…‘1조3000억원’ 린데 인수 성공도
◆여성 속옷 판매 마다하지 않던 금융 벤처맨

IMM프라이빗에쿼티의 모태는 송인준 대표가 설립한 투자 자문사 타임앤컴퍼니다. 송 대표는 회계사로 아서앤더슨회계법인과 한국종합금융 등에서 일하며 인수·합병(M&A) 경험을 쌓은 뒤 2000년 타임앤컴퍼니를 열었다.

송 대표는 이듬해 부실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기업 구조조정 전문 회사(CRC)인 IMM파트너스(현 IMM인베스트먼트)를 차렸다. 회계사로 일하던 서울대 후배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함께였다. IMM은 라틴어 ‘인 마누스 몬두스(In Manus Mundus)’에서 따왔다. ‘세계가 내 손에 있다’는 뜻이다.

송 대표 등이 맨손으로 대형 PEF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신뢰’였다. 그는 돈을 맡긴 출자자들에게 반드시 수익을 돌려준다는 원칙을 지켰다.

송 대표는 2001년 IMM파트너스가 투자한 비상장사 ‘프리즘’과 두산그룹 계열 의류 상장사 ‘아이케이엔터프라이즈’ 간 합병이 무산되면서 당초 상장사 주식을 받기로 했던 투자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매각이 힘든 데다 주식 가치를 따지기도 어려운 비상장사 주식을 받게 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자본금 40억원짜리 IMM파트너스가 투자자 출자금 180억원을 물어줄 능력도 없었다.

송 대표는 신뢰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돈을 빌려 출자자들에게 고가에 주식을 되사준 것이다. 그 덕분에 출자자들에게 ‘IMM은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는 믿음을 줄 수 있었다.

인수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접 제품 판매에 나섰던 일화도 자본시장에서 유명하다. 송 대표는 2002년 술집에 갈 때 여성 속옷이 들어 있는 상자를 들고 다녔다. 술집 ‘마담’들에게 팔기 위해서였다.

종합 의류 업체 삼도물산 인수 계획이 어긋난 게 화근이었다. 삼도물산을 인수해 기존에 사들인 란제리 회사 라보라와 합쳐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 물 건너가 버렸다. 라보라의 영업을 살리는 게 급선무였다. 직원들과 똘똘 뭉쳐 속옷을 떨이로 판매하고 공장을 매각하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투자자와의 신뢰가 두텁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이 연이어 송 대표에게 돈을 맡기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송 대표와 동서지간인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합류해 힘을 보탰다.

송 대표는 2006년 IMM프라이빗에쿼티를 IMM인베스트먼트에서 분리해 따로 설립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를 앞세워 사모펀드 시장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서였다. IMM인베스트먼트는 벤처캐피털과 메자닌 채권 등의 대체 투자에 집중하도록 했다.
태림포장 투자회수 앞둔 ‘IMM PE’…‘1조3000억원’ 린데 인수 성공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키맨’ 되나

송 대표는 경쟁이 치열한 사모펀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이 꺼리는 업종에서 가치를 발견한 후 과감하게 투자하는 전략을 펼쳤다. 2012년 한독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파트너십을 청산할 때 ‘백기사’로 참여해 2대 주주가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제약업계는 고질적인 리베이트 영업 관행 등으로 사모펀드들이 투자를 꺼리던 업종이었다.

송 대표는 하지만 정부의 대책이 강화되면서 리베이트 관행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투자를 단행했다. 2014년에는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까지 인수해 투자를 확대했다. IMM PE의 투자를 받은 한독은 이후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 인수 등 여러 차례 M&A를 성사시키며 회사 가치를 끌어올렸다.

송 대표는 지난해 3월 한독의 2대 주주 지분 약 7.93%를 모두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총 매각 금액은 약 1500억원으로 5년여 만에 투자금(760억원)의 두 배가량을 벌어들였다.

송 대표는 올 들어서도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키며 이목을 끌고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독일 글로벌 산업 가스 업체 린데의 한국법인 자산을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지난 3월 체결했다.

매각전은 맥쿼리오퍼튜너티운용(맥쿼리 PE), 프랑스 산업 가스 업체 에어리퀴드 등과 3파전으로 진행됐지만 거래 종결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IMM프라이빗에쿼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IB업계 관계자는 “IMM프라이빗에쿼티가 린데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서 더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도 ‘키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가장 적극적인 애경그룹이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손잡을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함께 인수할 재무적 투자자(FI)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규모 4조2600억원 수준의 애경그룹이 국내 3대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손잡는다면 자금력의 열세를 단숨에 만회할 수 있게 된다.

choies@hankyung.com

[PEF의 제왕들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약정액 80조원 돌파…질주하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
-롯데카드 손에 넣은 ‘역전의 명수’…MBK, 아시아 최대 PEF로 ‘우뚝’
-한앤컴퍼니, ‘볼트온’ 전략으로 폭풍 성장…유사 업종 기업 집중 인수
-태림포장 투자회수 앞둔 ‘IMM PE’…‘1조3000억원’ 린데 인수 성공도
-창립 20주년 맞은 ‘스틱인베스트먼트’…사모펀드업계의 ‘사관학교’ 역할
-세대교체 시작하며 부활한 ‘1세대 PEF’…신생 운용사도 ‘주목’
-한눈에 보는 PEF 산업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3호(2019.09.23 ~ 2019.09.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