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수소택시에서 발전소·드론까지 '수소경제'가 달린다]-에스디지 등 4개 업체가 파이프라인 운송…이엠코리아, ‘차세대’ 수전해 방식 상용화
국내 수소 90% 차지하는 ‘부생수소’…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우주상 가장 풍부한 원소’다. 물에서 얻을 수 있어 양도 풍부하고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을 내뿜지 않는다. 장점을 고루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은 어려웠다. 산업의 에너지로 활용할 만큼의 생산이나 저장, 이동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수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수소 생산 인프라도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 생산량을 2018년 13만 톤에서 2040년 526만 톤으로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kg당 수소 가격을 3000원 이하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수소 생산에 뛰어드는 기업들의 활약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국내 수소 생산의 대표 주자는 에스디지(SDG)·이엠코리아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수소 90% 차지하는 ‘부생수소’…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
◆에스디지, R&D 투자로 ‘초고순도 수소’ 생산
수소 생산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정유 공장의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수소인 부생 수소를 이용하는 것. 둘째는 천연가스를 개질(reforming)해 수소를 생산하는 개질 수소다. 마지막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법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개질 수소 생산법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반면 석유화학 공업이 발달한 한국은 부생 수소가 약 90%의 비율을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부생 수소와 추출 수소를 수소 경제 이행의 핵심 공급원으로 활용하고 향후 수전해와 해외 생산 수소를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의 수소 경제를 뒷받침할 부생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발생한다. 부생 수소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나프를 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 공정, 염소와 가성소다를 생산하는 식염 전해 공정으로 나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연간 에틸렌 생산량이 900만 톤으로 글로벌 4위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어 원료도 풍부한 편이다.
2017년 기준 부생 수소 국내 생산량은 164만 톤, 이 중 판매되는 수소 양은 23만 톤으로 추정된다. 외부로 유통하는 부생 수소는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구축된 200km 정도의 수소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된다. 국내에서는 덕양·SPG·창신화학·에스디지 등 4개사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석유화학 업체에서 수소 원료를 공급받아 정유사 등 수요 업체에 제공한다.
울산석유화학공단에 자리 잡은 에스디지는 국내 수소 생산의 대표 주자다. 에스디지는 99.9999% 이상의 초고순도 수소를 생산해 SK에너지와 에쓰오일 등 10개 업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자체 실험실에서 훈련한 전문가들이 24시간 품질 분석 실험 장비를 운용하고 순도 자동 모니터링, 측정 시스템으로 초고순도 수소를 생산해 낸다.
에스디지는 2013년 세계 최대 규모의 울산 수소타운 시범 사업에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한 기술력을 토대로 ‘스마트 수소 시티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에 부합하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생산 현장, 액상 유기 화합물질을 이용한 수소 저장 기술, 고압 복합 용기를 이용한 수소 운송 기술 등을 바탕으로 중추적 역할을 수행 중이다.
에스디지가 중점을 두는 것은 단연 ‘기술력’이다. 지난해 10월 수소를 이용한 연구·개발(R&D)을 위한 ‘수소에너지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수소 연료전지, 수소 스테이션, 수소 저장 기술, 수소 액화 기술, 고순도 정제 설비에 대한 R&D를 진행한다.
에스디지 관계자는 “수소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는 수소에너지의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생산 시설의 국산화 과제를 국책 기관과 전문 업체와의 상호 협력으로 기술 개발 활동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수소자동차와 수소 충전소 보급 확대를 위해 수소 충전소 설계, 건설 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도 했다.
기술력을 토대로 에스디지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언양휴게소와 수소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6월부터 공급하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 주관으로 설립된 인천 SK논현충전소에도 수소를 공급한다. 인천광역시 1호 수소충전소인 SK논현충전소는 10월 24일 개소한다. 에스디지는 11월초부터 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에스디지가 발 빠르게 수소 생산에 뛰어든 것은 미래 에너지로서의 수소의 활용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판단에서다. 에스디지 관계자는 “산업계 전반에서 인체의 혈액처럼 사용했던 수소는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클린 에너지’”라며 “수송 매체의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연구와 관련 제품들이 상용화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차세대 먹거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소 90% 차지하는 ‘부생수소’…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
◆국내 수전해 기술의 개척자, ‘이엠솔루션’
현재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가장 주목하는 수소 생산법은 ‘수전해 방식’이다. 맥킨지 에너지 인사이트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로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비용은 현재 수소 kg당 12.9달러 수준에서 2030년 2.72달러, 2050년 1.36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전해 방식은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향후 강화될 친환경 규제에도 적합한 방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수전해 기술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생산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수전해 수소 생산기술에 일찌감치 뛰어든 기업이 있다. 1987년 설립된 이엠솔루션의 자회사 ‘이엠코리아’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용화된 수전해 수소 생산기술을 보유한 이엠코리아는 2000년 수소 제조 장치 개발에 성공해 2004년 알칼리형 수소 제조 장치(수소 발생기)를 개발했다. 또 2010년에는 부안 충전소를 시작으로 수소 제조 장치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2019 대한민국 수소 엑스포’에서 이엠코리아가 소개한 수소 제조 장치의 효율성은 ‘75%’다. 글로벌 기업들의 수소 제조 효율성이 80%인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근접한 수준에 도달했다. 또 이엠코리아는 태양광발전 전력을 활용한 수전해 시스템 운용 기술과 함께 전해 스택 구조와 설계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이엠코리아는 수전해 수소 스테이션 상용화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 충전소 수주와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 창원 팔룡 수소충전소(2017년), 창원 성주 수소충전소(2018년) 등을 구축해 현재 수소 충전소 16기의 구축을 완료했다. 지난 5월 현대자동차에서 수소 충전소 2기를 수주했다.
공작기계 제조 업체인 이엠코리아는 이엠솔루션을 통해 수소 스테이션 등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엠코리아에서 에너지와 환경이 차지하는 부분은 각각 4.4%, 1.4%다. 하지만 향후 사업 비율은 차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소 경제 로드맵에 따라 2020년까지 국내에 수소 충전소 310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로드맵으로 수소 충전소 구축이 빠르게 확대된다면 이엠코리아의 추가적인 실적 개선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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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