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62호 (2020년 02월 05일)

‘디즈니에서 애플·넷플릭스까지’…불붙은 글로벌 콘텐츠 전쟁

[커버스토리='기생충 열풍'의 숨은 주역 CJ]

-OTT 시장 커지며 막대한 자금력으로 공격 투자…CJ ‘투 트랙 전략’으로 세계 시장 도전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전쟁의 막이 올랐다. 넷플릭스가 군림하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디즈니와 애플이 OTT 서비스를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기에 올해 워너미디어의 HBO맥스, 컴캐스트의 피콕 등 새로운 주자들과의 경쟁도 기다리고 있다.


누가 승자가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시장에서 패권을 쥘 키는 바로 ‘콘텐츠’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콘텐츠 기업이 일제히 OTT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국내 콘텐츠 시장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이미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점령한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토종 OTT 기업의 설 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반면 국내 콘텐츠의 유통 판로가 넓어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공룡들의 각축전 사이에서 국내 1위 콘텐츠 기업 CJ ENM의 전략은 무엇일까. CJ ENM이 택한 무기는 ‘콘텐츠’와 ‘플랫폼’ 투 트랙 전략이다. 글로벌 OTT 시장 파이가 커지고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 노하우가 있는 CJ ENM이 설 자리도 넓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메이드인 코리아’ 투자 늘린다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디즈니와 워너미디어에 대응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넷플릭스가 강조하는 콘텐츠 중 하나는 바로 ‘메이드 인 코리아’다.

넷플릭스는 최근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투자자 서신’에 한국과 한국 콘텐츠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 서신에서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지역별 오리지널 콘텐츠가 큰 사랑을 받았다고 분석하며 “K콘텐츠를 위해 많은 투자를 이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OO)는 2019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한국 콘텐츠는 한국과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며 “곧 새 시즌이 공개되는 글로벌 히트작 ‘킹덤’을 비롯해 한국 창작자들의 수준 높은 콘텐츠들이 엄청난 영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1억4000만 달러(약 1662억원)의 수익을 낸 영화 ‘기생충’의 사례를 보면 훌륭한 이야기에는 국경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CJ ENM의 콘텐츠를 일부 유통해 오던 넷플릭스는 올해부터 아예 CJ ENM과 공동 제작을 위한 콘텐츠 동맹을 맺었다.

CJ ENM이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일부를 넷플릭스에 매각하면서 넷플릭스는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번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로 2020년 1월부터 3년간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또한 CJ ENM이 유통권을 보유한 스튜디오드래곤의 제작 콘텐츠 중 21편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인다.

CJ ENM은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비를 수혈하고 1억6000만 구독자에게 콘텐츠를 선보일 기회를 잡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넷플릭스와 다른 OTT 플랫폼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올해 콘텐츠 구축에만 173억 달러(약 2조5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콘텐츠 공룡들이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며 마블·픽사·내셔널지오그래픽·왕좌의 게임 등 킬러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CJ ENM과 손잡고 K콘텐츠를 키우는 이유다.


◆‘미디어 커머스’로 IP 수익 확대
 

CJ ENM은 콘텐츠 수출 판로 확보와 함께 자체 OTT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힘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코드 커팅(유료 방송 케이블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에 대한 위기감이 떠오르자 시장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것이다.

CJ ENM은 이를 위해 JTBC와 손잡았다. 양 사는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통합 서비스하는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티빙’을 기반으로 한 통합 OTT 플랫폼을 올 초 론칭한다. CJ ENM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콘텐츠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CJ ENM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월트디즈니’ 역시 콘텐츠 공급자로서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월트디즈니가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신사업은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다. OTT 플랫폼의 격전지인 미국에서는 디즈니 플러스가 출시되자마자 단숨에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디즈니 플러스는 출시 첫날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디즈니 플러스는 기존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축적한 방대한 콘텐츠와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기본료로 승부수를 띄웠다. 디즈니가 보유한 IP를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CJ ENM은 다른 OTT 플랫폼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콘텐츠의 글로벌 판로를 넓히고 있다.



CJ ENM의 최종 목표는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다. 월트디즈니를 벤치마킹해 하나의 IP로 방송·영화·뮤지컬·음악·소비재 라이선싱 사업과 테마파크 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계획이다.

CJ는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2018년 7월 콘텐츠 기업인 CJ E&M과 홈쇼핑 업체 CJ오쇼핑을 합병했다.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따른 결정이었다. CJ ENM은 판권 판매와 광고 등 일회성 수익에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다양한 시장과 연계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디즈니의 사업 부문별 매출 비율을 살펴보면 CJ ENM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콘텐츠 제국 디즈니는 역대급 성과를 거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라이온 킹’, ‘겨울왕국 2’, ‘캡틴마블’, ‘알라딘’ 등 개봉된 대부분의 영화가 대성공을 거뒀고 월트디즈니는 696억 달러(약 8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디즈니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사업은 놀랍게도 테마파크·캐릭터 상품 부문(37%)이다. 이어 TV 미디어 네트워크(35%), 스튜디오·극장영화(15%), 디즈니 플러스가 포함된 DTC 부문(13%) 순으로 구성된다. IP를 활용한 테마파크·커머스 사업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세계적인 콘텐츠 대국 디즈니와 비교할 때 CJ의 상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매출도 20배 정도 차이가 난다. CJ에 중요한 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IP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 확장성’이다.

디즈니의 핵심 성장 동력은 장르의 확장, 업종 간 융합, 포맷 다변화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지는 ‘원 소스 멀티 유스’ 전략이다.

원 소스 멀티 유스 전략은 1차 창작물을 다른 매체로 옮겨 이를 제작하고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알라딘’을 예로 들어보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던 ‘알라딘’이 실사 영화로 제작되고 다시 ‘알라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이 음원 차트를 휩쓸고 다양한 ‘알라딘’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을 통해 IP 매출을 올렸다.

CJ 역시 CJ오쇼핑과 합병 후 ‘IP 경쟁력 강화’를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확보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문화 산업 진화를 이끌어 온 CJ ENM의 콘텐츠 역량을 다양한 장르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기생충 열풍’의 숨은 주역, CJ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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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서 애플·넷플릭스까지’…불붙은 글로벌 문화 콘텐츠 전쟁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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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2-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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