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를 분양받지 않는 게 노후 대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상가 시장은 고분양가와 일단 팔고 보자는 영업 방식 등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수천 명을 컨설팅하면서 상가 투자를 권유한 것은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없었다. 특별한 경우는 본인이 직접 영업을 목적으로 상가를 매입하거나 경매를 이용해 낙찰 받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만큼 상가는 부동산 전문가에게도 컨설팅하기가 부담이 되는 물건이다. 소규모 시행사, 시공사, 분양 대행사들의 이해관계가 이중삼중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상가 업계에서는 주택 시장의 반사이득을 얻고 있는 게 상가 시장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부동산 포커스] 주택에 이어 상가 시장도 경기 침체로 위험수위 "예상 임대 수익률 보수적으로 봐야 "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위험 수준

‘직장 생활 때려치우고 식당이나 할까’라는 말은 이제는 신중하게 얘기할 때인 것 같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자영업은 자영업과 경쟁한다’는 보고서를 보면 국내 자영업자들의 문제점이 잘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높고 최근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5월 말 현재 720만 명까지 증가했는데 2009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해에 60만 개의 자영업이 생겨나고 자영업자들끼리 경쟁하다 보니 58만 개가 퇴출되는 실정이다. 프랜차이즈 제과 업체나 커피 전문점, 아이스크림 전문점, 편의점 등은 대부분 가맹 본사만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준비 안 된 베이비부머들이 창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창업 규모가 갈수록 영세화되고 월수입은 평균 150만 원 수준에 그쳐 결국 빚만 늘어나는 구조다.자영업자의 채무 부담 능력이 취약한데 비해 은행권은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어 부실화가 우려된다. 채무 상환 능력 면에서 자영업자가 상용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가계 대출(0.84%)보다 높고 중소기업 대출(1.58%)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건설(1.33%), 도소매(1.25%), 음식숙박업(1.09%)의 연체율이 다소 높은 상황이다.

얼마 전 발표된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급증한 상업용 대출의 상당 부분이 자영업자 대출이다. 앞으로 이들 대출의 건전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힐 정도로 자영업자의 미래는 밝지 않다. 자영업자에 대한 위기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었고 경고음의 수위는 최근 들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주택 담보대출(이하 주택대출)보다 1.5배 이상 연체율이 높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이하 상업용 대출)이 지난 1~5월 사이 주택대출보다 5배 이상의 증가 속도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국내 은행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현황 및 잠재 위험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상업용 대출의 연체율은 1.44%로 주택대출의 0.93%보다 1.5배 정도 높았다. 이는 우리·KB국민·신한·하나·NH농협·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상업용 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상가나 사무실 등이 경기변동과 자영업자 소득 여건 악화 등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면서 대출 건전성이 최근 들어 악화됐다. 상업용 대출은 주택대출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차주(빌려 쓴 이)에 대한 대출 비율(5등급 이하)이 38.4%로, 주택대출 29.4%(3월 말 기준)보다 높았다. 상가 담보대출 중 자가 목적 대출이 58.4%를 차지하고 있는데, 돈을 빌린 이가 영세한 소매 및 음식 업종의 자영업자여서 부실화 위험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상업용 대출 증가율은 지난 1~5월 사이 4.9%(전년 말 대비)에 이르는 등 주택대출(0.9%)에 비해 급속히 늘어났다. 베이비부머 은퇴 등으로 창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상가를 담보로 한 개인 사업자 대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또 지난해 6월 정부의 가계 대출 종합 대책 이후 은행이 개인 사업자 대출을 적극 취급한 것도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상업용 대출이 26조2000억 원 증가했는데, 이 중 개인 사업자 대출은 12조8000억 원을 차지했다.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 가격은 경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가 상업용 부동산은 전반적인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주변 지역의 개발 여부에 따라 상권이 이동하거나 공급과잉을 맞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 가격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담보로 한 대출 역시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가 담보대출은 우리나라 상가의 독특한 구분 소유 구조 때문에 일반적인 상업용 부동산보다 가격변동의 위험이 더 크다. 상가 빌딩이 다수에 의해 구분 소유돼 있다면 경기 침체 시 개별 상가 주인들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상가 빌딩 전체의 조화가 붕괴되거나 또는 상가 빌딩의 구조조정이 어려워지면서 상권이 쉽게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 텅빈 상가
/김병언 기자 misaeon@ 20110520..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 텅빈 상가 /김병언 기자 misaeon@ 20110520..
유명 건설사 시공 상가도 안심 못해

유명 건설사들이 시공하고 있는 상가도 공사 중단 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행사도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공사가 중단되면 새로운 시공사가 선정될 때까지 분양 시기가 무기한 연기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법 적용을 받는 아파트와 달리 상가는 법적 보증 의무가 미약해 투자자의 피해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상가는 부도를 대비해 신탁 계약, 분양 보증, 연대보증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 가입하도록 돼 있으나 총면적 3000㎡ 이하의 중소형 상가에는 이러한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 등 주택에 비해 안정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신건영의 부도로 일산 화정의 한신에리어타워, 파주 금촌의 아이맥스타워 등이 공사 중단의 후유증을 앓는 등 시공사의 부도로 인해 상가 투자자의 공사 중단 피해가 적지 않았다. 더욱이 새로운 사업주가 등장해 시공사가 교체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있다.

새로운 사업자도 기존 분양자가 시행사와 맺었던 수익률 보장 등의 계약 조건을 바뀐 시공사가 승인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수익형 부동산의 열풍을 타고 상가 투자에 무작정 뛰어들기 전에 투자자들은 시공사의 재무 건전성과 분양 신고필증, 분양 보증 여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분양 상가 등이 문제가 되면 시공사 교체와 현금 청산 등 피해는 최소화되겠지만 부도난 사업장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향후 부동산 가격에 따른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부분은 주거 가치 못지않게 높게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도난 사업장이라는 이미지로 인한 재산상 손실은 계약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할 몫인 것이다.

상가를 분양받을 때에는 분양가를 역산, 보수적으로 상가 적정 수익률을 파악해야 한다.

우선 약 3군데의 공인 중개업소에 문의해 선정하고 주변 상가의 보증금과 임대료 수준을 파악하는 게 좋다. 중개업소 1곳은 내가 투자할 상가와 가까운 곳에, 2곳은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서 임대료를 문의해 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자신이 투자할 상가의 예상 임대 수익을 산정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주변 임대료 수준을 따졌을 때 투자수익률이 연 6~8% 나올 수 있는 분양가라면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단지 내 상가라면 가구 수가 비슷한 규모의 기존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임대료를 조사해 적정 수익률을 산정해 본다. 단지 내 상가의 투자 메리트는 무엇보다 아파트 입주 가구 수에 따른 고정 수요 확보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상권이 비교적 빨리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다른 상가에 비해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