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파월·테일러·옐런’ 각축전…결과 따라 Fed 위상 흔들릴 수도 있어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16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임명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후보 간 면담을 거쳐 3명의 후보로 압축됐다.

제롬 파월 Fed 이사,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재닛 옐런 의장이다. 이르면 11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길에 앞서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전문성이 의장 선출 좌우해

Fed 의장의 인선 기준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치적 신조, 정당 관계, 인사권자의 개인적 신임 등이 기준이 되는 ‘엽관제(spoil system)’다. 다른 하나는 개인의 능력과 실적, 전문성 등을 중시하는 ‘실적제(merit system)’다. 전자 기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후자 기준이 잘 지켜진 점이 Fed 설립 이후 전통이다.

월가와 미국 학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16대 Fed 의장 인선에서 이 전통이 깨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기대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Fed와의 정책 협조가 절실하다. 오바마 지우기의 일환으로 ‘도드-프랭크법’ 폐지 의지도 강하다. ‘친기업·친월가·친증시’의 공화당 전통 기조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선 기준으로 최종 압축된 3명의 후보를 평가해 보면 옐런 후보의 연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트 대통령의 강온 전략에도 통화정책을 소신대로 운영해 온 점을 감안하면 정책 협조에 문제가 있다.

도드-프랭크법을 만든 주역으로 규제 개혁에도 가장 부정적이다. 하지만 ‘현직 의장’이라는 최대 강점이 있어 연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파월 후보는 현재 Fed 이사로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다 옐런 의장을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비난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금리 인상 등에 중립적 시각(옐런 의장보다 적극적이라는 의미)인데다 규제 개혁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어 뒤늦게 트럼프 대통령이 매력을 느끼는 인물이다.
‘3파전’ 시작된 차기 Fed 의장 선출, 결과는?
‘3파전’ 시작된 차기 Fed 의장 선출, 결과는?
작년 선거 과정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16대 Fed 의장으로 테일러 교수를 적임자로 봐왔던 것은 ‘미국의 재건’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버냉키·옐런의 재량적 방식에서 벗어나 통화정책이 중립성만 지켜준다면 우선순위를 둘 재정정책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일러 준칙은 적정 금리를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다. 엄격히 따진다면 사전에 적정 금리를 추정하는 방법이기보다 사후적인 검증 지표다. 이 준칙은 성장과 물가가 당초 목표 수준과 차이가 나면 통화 당국이 그동안 정책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고 그것이 과연 적절한 수준이었는지 검증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돼 왔다.

산출 공식은 우선 평가 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 반응 계수(물가 및 성장에 대한 통화 당국의 정책 의지를 나타내는 계량 수치)를 곱한다. 그리고 평가 기간 중 경제성장률에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 반응 계수를 곱한다. 이 둘을 실질 균형 금리에 더하면 된다.

간단하게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와 비교해 현 금리 수준의 적정성을 따지기도 한다. 테일러 준칙은 통화정책의 시차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 목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뒀는지 알 수 있다.

현재 각국의 정책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도출된 금리보다 훨씬 낮아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확장적(혹은 완화적)’이었다는 것을 뒷받침해 준다. 금융 위기 이후 추진됐던 금리 인하 정책의 효과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무용론’이 일 정도로 미약해 종전과 같은 부양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금리를 더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번에도 전통 이어질지가 관심사

테일러 준칙을 통해 본 각국의 정책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훨씬 낮은 점을 감안하면 정책금리가 일단 인상 국면에 접어들면 그 속도와 폭은 과거 그 어느 회복기보다 빠르고 클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트럼프 정부에서 통화정책 잣대로 테일러 준칙이 다시 중시되면 정책 당국과 기업인·투자자가 예의 주시해야 한다. 금융 위기 이후 한·미 국채 금리 간 상관계수가 ‘0.7’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정책(기준)금리와 시장금리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 안팎으로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는 대출과 연계된 무수익 자산을 우선적으로 처분하는 등 개인 차원에서도 구조조정(자산 슬림화)이 필요한 때다.
‘3파전’ 시작된 차기 Fed 의장 선출,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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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프랭크법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자기자본(prompt trading)과 파생 상품 규제가 완화되고 금융 위기 이후 금융 소비자 보호에 치우쳐진 금융 감독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월가에서는 금융 위기 주범으로 대폭 강화됐던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액) 규제인 이른바 ‘볼커 룰’이 폐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ed의 위상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의장에 앞서 감독담당 부의장으로 랜달 퀄스(통화정책상 ‘트럼프 대변인’)가 임명된 이후 사사건건 불협화음으로 스탠리 피셔 행정담당 부의장(옐런 의장의 스승)이 조기에 사임했다. 의장마저 친트럼프 인사로 채워진다면 ‘Fed의 포퓰리즘’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올 정도로 독립성이 훼손당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