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키워드로 본 2018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서울 집값은 강보합 유지”…다주택보다 똘똘한 ‘한 채’ 관심
44만가구·1.5%... 2018 부동산 시장의 변수
(사진)도심의 아파트 단지.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한국 부동산 시장이 2018년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2018년 위기론’은 약 5년 전부터 흘러나왔다.

그동안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인구 절벽’으로 유명한 미 경제학자 해리 덴트 등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부동산 시장이 2018년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인구 고령화로 주택 수요가 줄고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2018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44만가구·1.5%... 2018 부동산 시장의 변수
◆KEYWORD 1 : 44만 가구

2018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44만여 가구로, 1990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8년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43만9611가구로 2017년 38만3820가구보다 1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2017년 연평균인 24만4140가구보다 무려 80%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은 떨어진다. 하지만 ‘44만 가구’라는 공급량에만 주목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2018년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송파헬리오시티를 제외하고는 올해 큰 입주 물량이 없다.

송파헬리오시티의 입주 가구 수는 무려 9510가구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서울은 헬리오시티 9000여 가구를 제외하고는 2017년 입주 물량보다 줄어드는 추세여서 공급과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은 정반대다. 일부 건설사에서는 벌써부터 지방 미분양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방 아파트의 가격 하락 원인은 그동안 아파트 공급이 많아 입주 물량이 누적돼 나타난 결과”라며 “특히 경상도는 밀양·진주·사천·여수·문경·상주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은 강보합세, 수도권은 보합세, 지방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2017년과 비슷한 양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수도권은 0.7%포인트 상승했다.

지방에선 지방 광역시는 0.6%포인트 상승했지만 기타 지방은 하락세가 지속돼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전셋값도 서울·수도권·지방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안정적 흐름을 이어 가겠지만 지방과 수도권은 전셋값 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다.

경기권은 입주 물량이 ‘사상 최대치’다. 2018년 경기도 아파트 입주 물량은 16만1992가구로 전국의 입주 물량 중 37.3%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경기권, 즉 수도권 외곽 지역은 공급과잉으로 전셋값 약세가 예상된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빼주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서울은 매매가와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풀리는 대규모 공급 물량이 많지 않아 전셋값 또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센터장은 “올해 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잔금을 치르기 어려운 이들이 손쉬운 방법으로 전세를 택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공급이 늘어나면 ‘역전세난(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EYWORD 2 : 선택의 갈림길

한국의 주거 환경 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약 44.5%가 ‘무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 중에서도 상위 10%와 하위 10%의 주택 가액 차이가 34%에 달하는 등 격차가 크다.

2018년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규제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특히 4월부터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강화는 다주택자들에게 큰 짐이 될 수 있다. 이미 확정된 것뿐만 아니라 추진이 예고된 정책들도 다주택자들에겐 걱정거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대책 중 ‘최후의 카드’로 꼽히는 보유세 개편도 예상된다.

정부는 2017년 12월 27일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 ‘보유세 개편 방향 검토’를 포함했다. 당초 부인해 왔던 보유세 개편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연이어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종합부동산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자 증세’의 일환이다. 부동산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나뉘는데, 종부세는 일정 가격 이상인 주택에 부여되므로 다주택자들에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7년 12월 17일 열린 경제정책 방향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다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형평성 문제, 거래세와 보유세 간 조세정책 측면에서 바람직한 조합 문제, 부동산 가격, 여러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한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함 센터장은 “3가구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는 임대 사업자 등록을 고민하거나 차익을 많이 봤다면 매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러한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여러 주택을 소유하기보다 확실한 고가 주택을 한 채 보유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잇단 부동산 대책 발효 후 강남의 아파트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부동산 투자 자문회사 양지영 R&C 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12월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두 달 사이 무려 167%가 증가한 550건으로 조사됐다. 2018년 역시 ‘노른자위 땅’에 자리한 아파트는 여전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KEYWORD 3 : 1.5%

2017년 한국 경제는 6년 만에 ‘초저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2017년 11월 30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종전 1.25%였던 기준금리는 1.5%가 됐다. 일각에서는 2019년까지 1~2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도 2018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주택산업연구원은 2018년 국내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기존 대출 가구의 상환 부담 증가, 신규 대출 수요 감소 등이 이어진다면 수요 급감으로 주택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준금리 인상과는 별도로 최근 금융권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기준금리와 시장 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스프레드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면서 금융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한국창업부동산연구원은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금리 리스크에 둔감해 있었다”며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수익형 부동산의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격탄을 받는 것은 바로 ‘상가’다. 상가는 다른 수익형 부동산보다 투자 규모가 크고 대출 활용이 활발해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창업부동산연구원은 “상가는 물가와 경기, 창업 및 임대 시장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경기 침체 장기화와 추가 금리 인상이 겹치면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44만가구·1.5%... 2018 부동산 시장의 변수
(사진)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건물 내 안내판 앞을 시민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KEYWORD 4 : 오피스텔

오피스텔은 2018년 ‘3중고’가 우려된다. 금리 인상과 함께 공급과잉, 규제 강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8년 7만2666실의 오피스텔이 입주자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45.94% 늘어난 것으로 200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오피스텔 공급은 향후 2~3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은 서울 송파구(2317실), 경기 고양시(2211실), 경기 하남시(5872실) 등의 물량이 많다.

여기에 2018년 1월부터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전매 제한과 거주자 우선 분양이 확대된다. 거주자 우선 분양은 오피스텔 물량의 20%를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할당해 주는 제도다. 투기과열지구인 수도권 지역에 한정됐던 이 규제들이 2018년부터 ‘조정대상지역’은 물론 대구 수성구와 세종시까지 확대된다.

정부는 아파트 시장에 대한 규제 이후 오피스텔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겠다는 목표다. 선주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오피스텔 투자 시 지역별 특성에 따른 선호 면적과 수요층을 고려해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돋보기 : ‘내 집 마련’, 올해는 가능할까
청약 기회 엿보고, 임대주택 주목해야

2018년 무술년, 무주택자들은 그토록 원하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먼저 까다로워진 청약 조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의 청약 1순위 자격이 강화됐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2년, 납입 횟수는 24회 이상으로 기준이 높아졌다.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도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은 100%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뽑는 식으로 변경됐다. 투기과열지구 또는 조정대상지역에서는 1순위 자격 또한 비가구주, 2주택 이상 소유한 가구주 및 가구원은 1순위 청약이 불가능해졌다.

이렇게 까다로워진 청약 조건이 오히려 자금 여력이 있는 무주택자에겐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있다.

전문가들은 ‘2018년 상반기’가 내 집 마련의 적기라고 말한다. 따라서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고 납입 횟수가 많은 무주택자라면 기존 주택을 구입하기보다 청약으로 신규 주택 매매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청약 당첨에 불리한 젊은 층이나 대출이 있는 무주택자는 오히려 더 팍팍해진 조건에 내몰리게 됐다. 이러한 가구라면 ‘임대주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공공 지원 민간 임대주택’을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또 초기 임대료 제한을 통해 임대료를 시세의 90~95%로 책정한다. 한 가지 변수는 얼마나 ‘목 좋은’ 곳에 임대주택이 공급되느냐다. 수도권 변두리나 지방 쪽으로 집중된다면 도리어 무주택자들에게 외면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