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병국 하나금융투자 클럽원WM센터장
-“7조원 자산 굴리려 매일 치열한 두뇌싸움”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하나금융투자 클럽원WM본부는 하나금융그룹이 2017년 1월 고액 자산가들에게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서울 삼성동 클럽원WM센터에서는 하나금융그룹의 주력 프라이빗뱅크(PB) 영업 직원 25명이 고액 자산가들에게 맞춤형 자산 관리 컨설팅을 제공한다. 하나금융투자 클럽원WM센터의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은 2017년 1242명에서 지난해 1463명으로 증가했다. 자산 규모도 4조5000억원대에서 7조원으로 늘었다.

‘클럽원 프로젝트’를 기획한 전병국 하나금융투자 클럽원WM센터장(전무)은 “사모펀드 시장을 선점하고 대체 투자 등의 구조화한 상품을 운영한 전략적 결정이 어우러져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금융 상품의 명품관’을 목표로 고객 유치의 핵심인 경쟁력 있는 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에겐 ‘프리IPO 사모펀드’가 인기죠”
▶건물 자체가 기존 영업점과 달리 독특합니다.

“하나금융그룹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9층짜리 건물을 제가 약 2년간 기획해 리모델링한 결과물입니다. 2017년 8월 24일 리뉴얼 오픈했고요. 은행과 증권사가 협업하는 모델의 근거지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른바 ‘컬처 뱅크’로 기획했죠.

KEB하나은행 영업점과 하나금융투자 클럽원WM본부를 중심으로 도서관, 커피숍, 고급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후 4시만 되면 문을 걸어 잠그는 기존 은행 건물 등과 달리 고객은 물론 지역 주민이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기획했죠.”

▶특별한 시도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오프라인 영업점의 존재 이유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고객 영업을 위해서는 속된 말로 임을 봐야 뽕을 딸 수 있는데 임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점차 줄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고객의 시간을 점유할수록 기존 가입 고객에게 추가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업 셀링’ 등이 가능한 상황이죠. 클럽원WM본부의 사무 공간이 자리한 6~8층을 업무 시간 이후 개인 파티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성과가 있습니까.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를 합쳐 센터 자산 규모가 2조5000억원 가까이 늘었고요 영업이익도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시장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았거든요. 과거처럼 증권 수수료를 베이스로 운영하던 영업점들은 클럽원WM센터와 달리 상당히 고전했을 겁니다. 고객은 물론 지역 주민 등에게 센터를 개방하고 사모펀드 시장을 선점하는 등의 전략적 결정이 시너지를 발휘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클럽원WM센터의 주요 고객이 궁금합니다.

“개인 고액 자산가의 비율이 60% 정도로 아직도 많지만 경쟁사와 달리 법인 관련 자산이 40% 이상으로 꾸준히 오르는 추세입니다.

법인 고객은 규모가 큰 상장사를 비롯해 판교밸리에서 성장한 벤처 창업인 오너들까지 다양합니다. 40대 젊은 창업가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죠. 젊은 부자들은 새로운 투자 상품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투자로 이어지는 의사결정도 빠른 편입니다.”

▶업계 최초로 전문 사모펀드 플랫폼을 개척한 이유가 거기에 있겠네요.

“맞습니다. 사모펀드는 중산층 등에게는 제한적인 시장입니다. 49명 이하의 투자자에게 돈을 모아 주식·채권·비상장 기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죠.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인 만큼 고액 자산가들에게 적합한 상품입니다.

클럽원WM센터는 비즈니스 모델을 사모펀드 쪽으로 완전히 변경했고요. 4년 6개월 동안 사모펀드 시장에 약 1조1000억원을 투자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센터 내부에는 ‘스테디셀러(인기 상품), 뉴어라이벌(신상품), 커밍순(발매 예정 상품), 솔드아웃(완판 상품)’ 등 관련 상품의 현황을 알려주는 안내판을 마련해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죠. 1년에 1000건 가까이 되는 상품을 치열하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무엇인가요.

“막 상장을 앞둔 기업에 투자하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상품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안에 상장될 종목은 공모 가격이 형성됩니다. 한국에서는 일반 공모 시장이 활성화돼 있잖아요. 누구나 청약할 수 있죠.

반면 사모펀드는 공모 집행 전 바로 투자를 진행하는 형태고요. 예상 공모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량을 소싱해 오면 단계적 성과가 굉장하죠. 고액 자산가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수익률은 어느 정도 됩니까.

“프리IPO 관련 딜은 단 한 번도 마이너스가 없었습니다. 짧게는 28일, 길게는 1년 6개월에서 2년 만에 상장이 되자마자 빠져나온 결과물들의 성과가 대체적으로 좋았고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올해 초 에코프로비엠만 해도 상장 직전 투자해 상장과 동시에 빠져나왔는데 수익률이 28일 만에 45% 가까이 나왔습니다. 고객들이 클럽원WM센터에 자산을 믿고 맡기는 이유죠.”
“고액 자산가들에겐 ‘프리IPO 사모펀드’가 인기죠”
▶모든 투자에는 반드시 위험이 따릅니다.

“맞습니다. 사모펀드 시장도 100% 안전한 것은 아니에요. 공모펀드 시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지지 않는 게임을 할 확률이 높지만 특정 상품에 올인했다가는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투자할 기업의 사업 성격 등에 따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품이 있고 중간 성격의 상품이나 금리형 상품도 있죠. 투자 기간과 위험도가 각기 다른 상품을 적절한 비율로 배분해 전략을 펼친다면 내부수익률(IRR) 자체는 굉장히 높다는 것을 그동안의 성과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쓰나요.

“상장에 실패했을 때 투자한 자금을 IRR 4~8% 사이에서 엑시트한다는 풋 조건을 사전에 둘 수 있고요. 상장에는 성공했지만 시가총액이 투자 자금에 미치지 못할 때에 대비해 ‘리픽싱’이라고 해서 주식 평균 가격을 30%까지 다운시켜 줄 수도 있고요.

향후 대주주가 지분을 팔았을 때 투자자의 지분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태그얼롱(tag-along)’, 회사가 상황이 좋지 않아졌을 때 투자자들이 대주주의 지분까지 한꺼번에 팔 수 있는 ‘드래그얼롱(drag-along)’ 등 다양한 방어 수단을 동원해 고객 자산을 보호하고 있죠.”

▶향후 목표가 궁금합니다.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더 좋은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입니다. 우선 센터 건물 5층에 은행 PB센터를 하나 더 둘 예정인데, 가칭 ‘블랙골드클럽’이라고 해서 국내 최상위 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점포를 따로 만들 예정이에요. 또한 블랙골드클럽 회원만을 위한 전용 온라인 서비스도 준비 중입니다.

특히 국내 사모펀드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미국은 소수 투자자 사모펀드의 투자자 제한이 100명 이내인데다 전문 투자자 사모펀드의 투자자 수 제한은 아예 없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죠. 우리 정부도 지난해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대폭 풀기로 약속한 만큼 이 부분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8호(2019.06.10 ~ 2019.06.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