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타트업] 김미영 소셜인어스 대표, '포커게임' 승부수…차별화 '올인'
페이스북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업체를 만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국내가 아닌 해외 유저들을 대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회사를 만나기는 더욱 그렇다. 소셜인어스는 그런 면에서 글로벌 페이스북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한국 벤처 중 하나다.

소셜인어스의 김미영 대표는 NHN과 엔씨소프트에서 일했었다. 그가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사업에서 일을 계속했다면 정통 중의 정통 코스를 밟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계속 그를 따라다녔을 것 같다.

NHN이 첫 직장은 아니었다. 동양시스템즈와 벨랩을 거쳤다. 창업하는 사람들 중에는 어딘가 엉뚱한 면이 있는 경우가 있다.

보드게임 좋아하는 발랄·유쾌한 여성 CEO

김 대표는 보드게임 사업을 준비하면서 보드게임 카페를 들락거리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좀 더 다양한 게임 세계를 접했던 것 같다. 그러다 한게임을 소개받았다. 창업 준비를 하다가 ‘잠시 일해 볼까’ 하고 들어갔지만 한게임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한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는 창업을 접었다.

멀쩡한 직장 경력이 있었건만 그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신입 기획으로 회사에 들어가 재미난 시절을 보냈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에 보람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NHN에 평생 다닐 줄 알았죠. 하하.”

그런데 NHN에서 왜 나오게 됐을까. NHN에서 나오기 직전 김 대표는 플랫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플랫폼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엔씨소프트로 자리를 옮겼다.

김 대표로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다른 일에 많이 관여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상황이 지속됐다. 그 와중에도 김 대표는 오픈 플랫폼을 생각했다. 보드게임에 대한 바람이 오픈 플랫폼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그때 페이스북을 접하게 된다.
[한국의 스타트업] 김미영 소셜인어스 대표, '포커게임' 승부수…차별화 '올인'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이 멍했습니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을 접했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전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플랫폼에 대한 많은 고민을 페이스북이 말끔히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구현하고 있었다.

그는 페이스북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아닌 게임 플랫폼으로 바라봤다. SNS로서의 수명은 자신 없었지만 게임 플랫폼으로서는 상당히 오래 갈 강력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페이스북에서 게임을 너무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창업에 꽂혀서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죠.”

NHN에서 사내 벤처를 하다가 나와 창업한 경력이 있는 연윤호 이사와 의기투합했다. 2009년 3월이었다. 두 사람은 웹게임 개발팀이라고 명명한 팀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면 좀 더 보편적인 것에 도전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포커게임(Poker Game)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2월, 소셜인어스를 설립했다.

김미영·연윤호 두 사람은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노렸다. 페이스북의 국내시장은 일단 생각지 않고 해외에서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하겠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게임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것에 놀랐다. 제대로 된 게임만 나오면 경쟁할 환경은 완벽했다. 그런데 문제는 포커게임을 선택했는데 김 대표 본인이 포커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법인 설립을 전후해 6개월 동안 포커게임만 했다. 여러 가지 방식을 실험했다. 국내에서 주로 하는 방식, 해외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을 모두 실험했다.

소셜인어스의 VNH 포커의 8명 모드, 10명 모드는 이렇게 해서 나왔다. 참고로 VNH는 ‘베리 나이스 핸드(Very Nice Hand)’의 약자다. 게임에서 잘했다는 의미로 북미나 유럽인들이 많이 쓰는 용어다. 징가 등 다른 게임 업체들은 주로 9명 모드를 많이 쓰고 있었다. 이 밖에 다른 포커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들을 많이 도입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VNH 포커(Poker)는 페이스북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월간 사용자 기준으로 140만 명까지 치솟으면서 포커게임 분야 3위로 뛰어올랐다. 1, 2위와 격차가 좀 있지만 독특한 영역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VNH 포커는 이제 완전히 자리 잡았지만 처음 출시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퍼블리싱 업체를 잡는 것부터 힘들었다. “한국 게임 업체들 중에 페이스북에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 워낙 없다 보니 한국 게임 회사라는 것만으로도 ‘듣보잡’ 취급을 당했습니다. 어디에 퍼블리싱을 할지 몰라 100군데나 되는 소셜 게임 퍼블리싱 업체에 연락을 했죠.”

단숨에 페이스북 포커게임 3위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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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연락이 온 곳은 최대 소셜 게임 퍼블리싱사인 6웨이브스(Waves). 김 대표는 이 회사가 너무 커서 잘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제일 큰 회사와 협상하는 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학습 차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다고 한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6웨이브스와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게임이 성공하면서 지금은 위상이 확 달라졌다.

소셜인어스는 두 번째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올 6월께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포커게임이 아니라 보드게임이다. 김 대표가 원래부터 좋아하던 장르다. 그가 오랫동안 준비한 내공과 이 장르에 대한 안목이 빛을 발할 순간이다.

이제는 작년처럼 퍼블리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어떤 업체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자체적으로 한 번 퍼블리싱을 해서 한 단계 도약하느냐를 결정해야 할 순간이다.

“이젠 해외 퍼블리셔들이 먼저 연락합니다. 불과 1년도 안 돼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그래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퍼블리싱도 직접 하는 업체로 커야 하는 순간인지, 아니면 한 번 더 배워야 하는 시점인지를 놓고 고민 중입니다.”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