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창업자와 엔젤 투자자 간의 신뢰:벤처의 성과 평가에 미치는 영향’

Based on “Trust Between Entrepreneurs and Angel Investors: Exploring Positive and Negative Implications for Venture Performance Assessments” by Yannick Bammens and Veroniek Collewaert (2014, Journal of Management, 40(7), pp. 1980~2008)
[저널 리뷰] 신뢰의 함정을 피하라
연구 목적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단계별 필요 자금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 신기술이나 신개념이 개발되고 상품화가 가능한지를 검토하는 첫 단계인 시드 스테이지(Seed Stage)에서는 창업자 자신이나 지인들의 자금이 공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다음으로 개발된 기술을 활용한 시제품이 만들어지는 신생 기업 단계에서는 엔젤 투자자나 창업 초기 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 캐피털이 투자하기 시작한다. 엔젤 투자자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창업자나 창업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하고 경영 자문을 하면서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후 투자 이익을 회수하는 개인 투자자다. 투자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는 투자의 밑바탕이자 시작점이다. 특히 신생 기업일수록 신뢰가 갖는 중요성이 더 클 수 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의 야닉 바멘스 교수와 베로니크 콜레워트 교수는 매니지먼트저널 최근호에 ‘창업자와 엔젤 투자자 간의 신뢰:벤처의 성과 평가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창업자와 엔젤 투자자 간의 신뢰가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잠재된 부정적인 측면과 그것이 벤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54개 벤처 회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도출했다.



연구 대상
지금까지 조직 내 신뢰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어느 한 쪽이나 평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신뢰가 개인과 팀의 기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 그러나 이 연구는 창업자와 엔젤 투자자 간의 신뢰의 정도에 따라 벤처 성과에 대한 투자자의 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상호 관점에서 분석했다.

신뢰는 상대방의 의도나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기반으로 관계의 취약성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용의가 있는지를 의미하는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 학자들은 신뢰를 위탁자의 신탁 관리자에 대한 정보와 통찰력으로 형성되는 ‘인지적 신뢰’와 상호 간의 친밀한 정서적 연대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감정적 신뢰’로 나누어 분류한다. 이 연구에서의 신뢰는 인지적·인격적 기반의 신뢰를 뜻한다. 인격적 신뢰는 상대가 누구에게 대해서도 신뢰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경향을 갖는 사람이라는 기대다.

연구진은 이러한 신뢰가 궁극적으로 벤처 성과 평가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매개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를 파악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정확한 목표를 둔 조언과 비판적인 피드백을 통해 가치를 더하는 의사소통의 질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가설은 엔젤 투자자와 창업자 각자가 인식하고 있는 내부 그룹의 신뢰가 벤처 성과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질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준으로 설정됐다.



연구 방법
연구진은 벨기에와 미국 캘리포니아 두 지역에서 정보를 취합했다. 벨기에에서는 신생 기업 안내 책자, 엔젤 투자자 네트워크의 거래 목록, 첨단 기술 기업 목록, 언론 매체, 기업 인큐베이터 등에서 선별한 결과 305개의 벤처 회사가 연구 대상으로 선정됐다. 벤처 회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소 한 명의 엔젤 투자자가 벤처 회사의 전략적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지와 2003년 1월~2006년 8월 사이에 엔젤 투자를 받은 적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64개의 잠재적 적합 벤처 회사를 발굴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제퍼·벤처엑스퍼트·그로우싱크 등과 같은 ‘리서치 툴’과 엔젤캐피털협회, 매년 미국에서 신생 기업, 투자자, 제약 회사 등이 참여하는 ‘C21 바이오벤처스’, 매년 캘리포니아의 기업인·과학자·공학자·환경학자 등이 참가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청정 기술 사업에 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행사인 ‘캘리포니아 청정기술대전’ 등의 참여 업체와 가입 회사를 통해 조사해 588개의 적합 기업을 선정했다.

이후 전화 또는 대면을 통해 설문을 수행할 투자자와 창업자의 의지를 판단해 벨기에 벤처 28개사와 캘리포니아 벤처 26개사를 선정해 의사소통의 질, 신뢰와 기업의 성과에 대한 항목을 바탕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가설을 검증한 결과 엔젤 투자자와 창업자로 형성된 내부 그룹 내 인식된 신뢰는 두 주체 간의 의사소통의 질을 증대시켜 엔젤 투자자가 평가하는 벤처의 성과가 개선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연구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질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결과 엔젤 투자자의 창업자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엔젤 투자자의 투자회사 성과에 대한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창업자가 엔젤 투자자에게 가지는 신뢰는 창업자가 설립한 회사의 성과에 대한 엔젤 투자자의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엔젤 투자자와 창업자로 형성된 내부 그룹에 대한 신뢰로 상호 간의 의사소통은 개선된다. 하지만 창업자로서는 오히려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소통 방법에 의지함에 따라 창업자의 행동 패턴이 고착화되면서 엔젤 투자자의 해당 회사에 대한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신뢰는 혁신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특성을 지닌 기업의 성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시사점
이 연구는 신뢰에 대한 조직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기존 연구가 신뢰가 주는 잠재적인 이면을 간과하고 혜택에만 집중했다면 이 연구는 내부 그룹 간 신뢰에 대한 인식이 증대될수록 의사소통의 개선뿐만 아니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행동의 고착화라는 리스크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둘째, 신뢰를 한층 더 개념화된 모델로 접근했다. 이전까지 관리자·부하·동료 간 관계에서 형성된 신뢰에 주목했던 반면 이 연구는 기업가적인 환경 속에서 형성된 신뢰에 주목했다. 기업가적인 환경은 기업의 일반적인 환경과 동기부여나 정보의 비대칭성, 리스크, 역동성 측면에서 그 수준이 상대적으로 다르다. 마지막으로 엔젤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관계나 조직 내 신뢰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동일하지 않고 성과 평가에 서로 다른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연구를 통해 관리자에게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첫째,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 상호 간의 신뢰가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신뢰가 쌓일수록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생길 수 있지만 오히려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창업자가 투자자를 대할 때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지나치게 조심스러워지게 될 수 있다. 투자자 역시 조심스러워지는 창업자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적 선택이나 의사 결정이 이뤄질 때 투자자가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제시해 다수의 주장을 흔드는 등 자연스러운 토론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창업자와 투자자는 의사소통의 역할이 가지는 중요성을 잘 인지해야 한다. 완성도 높은 정보와 조언을 시기적절하게 공유하는 것은 업무상 귀찮은 일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성과를 평가하고 재투자를 결정할 때 매우 중요한 매개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충분하고 완벽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공유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연구의 한계도 존재한다. 연구에서 이용된 성과의 척도는 엔젤 투자자의 자가 보고였기 때문에 주관성을 띨 수 있지만 매출이나 수익과 같은 객관적인 성과의 척도가 신생 기업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표본의 수 역시 한계점 중 하나다. 그러나 민감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하기가 어려웠다는 부분은 연구 과정에서 존재했다.


강환우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hwanwookang@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