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까칠한’ 리더와 ‘부드럽게’ 일하는 방법(feat. ‘눈물의 여왕’)[김한솔의 경영전략]
유아독존 재벌 3세 ‘홍해인’과 개천에서 난 용 ‘백현우’의 사랑과 이혼, 그리고 재결합을 그린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화제다. 현실에서 벌어질까 싶은 우연들이 이어지지만 드라마이기에 이해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그 안에서 부부 관계라는 게 무엇일까, 가족이 주는 힘이 무엇인지 등 각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즐긴다. 필자는 드라마 안에서 나타나는 조직의 모습을 봤다. ‘퀸즈백화점’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장면을 통해 조직에서 고민해야 할 점을 찾아보자.

‘백화점 매출 1조 달성’이 중요한 목표인 홍해인 사장에게 매출 부진 점포는 정리의 대상이다. 그래서 퇴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회의 도중에 법무팀장인 백현우 이사를 불러 묻는다.

‘퇴점 대상 점포 내보내는 일이 왜 지연되느냐’가 핵심이다. 이에 대해 법무팀장은 일방적 퇴점은 위험한 결정이라고 반박한다.

부진한 점포들을 고객 초대전이나 에누리 지원에서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면서 업체들이 이를 빌미 삼아 부당 대우로 언론에 제보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일방적으로 내쫓기보다 정상 매출 활성화 지원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사장을 설득한다. 부당 대우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면 주식 가치도 떨어질 수 있기에 사장이 결정을 번복하길 요청하는 셈이다.
설득이 아닌 설명을 하라
그런데 이에 대한 사장의 반응은 “내가 지금 의견 묻는 겁니까. 소송하라고 해요”라는 대답이었다. 그는 또 “그래서 이기세요. 그게 법무팀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라고 퇴짜를 놓는다. 결국 ‘직급’에서 밀리는 법무팀장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부부의 갈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데, 조직 관리 입장에서 생각해 볼 포인트는 리더에게 반대 의견을 제시할 때의 자세다. 조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며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바로 “여러분은 상사를 설득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이다. 어떤가.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도 ‘내 의견이 맞는 것 같으면 아무리 상사라도 설득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나의 상급자를 설득하는 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리더가 ‘A’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구성원이 리더에게 ‘A는 틀렸다’는 말을 했을 때 ‘왜 그렇게 생각할까’라며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사는 거의 없다.

우선 떠오르는 감정은 ‘불편함’이다. 이로 인해 ‘방어기제’가 발동하고 상대에게 ‘왜 내 생각이 옳은지’를 말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많은 경우 결국 윗사람의 생각대로 결론 나 버린다.

그렇다면 내 생각이나 의견은 밝히지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만 일하라는 것일까. 아니다. 말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자세가 설득이 아닌 ‘설명’이다.

설명은 말 그대로 ‘명확히 밝혀 말하는 것’이다. 상사의 의견대로 진행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 상사는 모르는 어떤 배경이 있는지 등을 알리는 것이 설명이다. 설명이 설득과 다른 포인트는 ‘강제성’이다.

앞서 예로 든 ‘눈물의 여왕’에서 법무팀장의 실수가 이것이다. 본인의 의견을 주장하는 ‘설득’을 하려다 보니 오히려 윗사람의 반감을 산 것이다. 남을 이기려는 인상을 주는 설득이 아닌, 상대가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추가적 정보를 갖고서 판단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정은 리더의 몫으로 남겨두자.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리더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타이밍이라는 한 가지 팁만 더 고려하자. 법무팀장이 설명을 했다고 하더라도 환경이 잘못되면 효과를 얻지 못한다.

사장과 함께 다양한 조직 리더들이 함께 회의를 하고 있는 자리에서 “사장님이 잘 모르시는 게 있어서 정보를 드릴게요”라고 설명한다면 어떨까.

그게 아무리 옳은 말일지라도 ‘내가 몰랐다’며 본인의 결정을 번복하긴 쉽지 않다. 상대에게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은 일대일 상황에서 전달하는 게 타이밍이다. 잘 말하는 연습을 하라두 번째 장면. 한없이 까칠하기만 하던 홍해인 사장이 조금씩 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비서를 불러 엉뚱한 지시를 내린다.

‘직원 가족을 위한 암 치료비 지원센터’를 만들자는 것. 매출 상승만 외치던 사장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지시에 놀란 비서에게 이렇게 말한다.

“집에 암환자가 있다면 일이 손에 잡히겠어? 그럼 물건이 안 팔리겠지. 게다가 화장실에서 울다가 화장 지워진 상태로 고객 응대하면 백화점 이미지도 망가질 거야. 이건 철저히 효율과 경제성을 따진 결정이야”라고 말이다.

드라마에서 이 장면은 차가워만 보이는 홍해인 사장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이를 조직 관리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 현실적인 묘사로 읽혔다. 많은 기업이 ‘복지 제도’를 갖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편하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서? 아니다. 이를 통해 회사 성과를 더 높이기 위해서다. 많은 미디어에 나오듯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자율적인 조직문화로 유명하다. 출퇴근 시간 제약도 휴가에 대한 제한도 없다.

사내 카페테리아에선 상시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 이외의 고민은 하지 않도록 해줄 테니 성과로 능력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결국 회사가 직원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필요’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관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우선 리더의 입장에선 ‘좋은 조직 문화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

많은 리더들이 ‘일 관리’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자꾸 조직 문화, 팀워크까지 챙기라고 하냐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리더가 뭘 하는 사람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답이 달라진다.

리더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능력 있는 직원들이 그 능력을 일에만 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리더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인 셈이다. 홍해인 사장이 알려준 대로 조직 관리는 팀의 업무 효율과 경제성을 높이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또 다른 관점은 구성원의 입장이다. 직원들은 조직에 다양한 건의사항을 보낸다. 다른 회사에 있는 좋은 제도, 지원 등이 우리 회사에도 있길 바란다. 이를 회사에 어필하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이런 게 있으면 직원들이 좋아할 겁니다’라는 접근은 하수다. 앞서 말했듯 많은 경영진이 바라는 것은 ‘편한 회사’가 아니다. ‘좋은 성과’를 만드는 조직을 원한다. 그래서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성과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라고 어필하는 게 고수다.

나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성과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이뤄질 것인지를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상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토픽으로 나의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것, 그게 나의 의견에 공감하게 하는 비결이다.

일을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나의 생각을 관철시키고 싶은 욕구, 더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바람 등 모두 나의 ‘건강한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것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내 관점은 일단 내려놓자. 리더가 나의 욕심을 지지해 줄 수 있도록, 조직이 나의 바람을 기꺼이 들어주도록 ‘잘 말하는’ 연습을 해 보면 어떨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