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감정평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재감정 기회[박효정의 똑똑한 감정평가]
얼마 전 일이다. 우리 사무소로 상담을 요청한 분은 재개발구역의 현금청산자였다. 현재 행정소송 중인데 재판부에서 지정한 법원감정인의 보상평가액이 너무 낮게 나와서 재감정을 받고 싶다고 했다.

이 토지주는 행정소송 전까지의 재개발 수용절차를 거쳐왔다. 소송 제기 전까지 총 3번의 절차였는데 바로 협의보상, 수용재결, 이의재결을 거쳐왔던 것이다. 이런 단계를 거쳐오면서 여러 차례 감정평가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분이었다.

강제수용의 각 단계는 곧 전 단계의 보상액에 대한 이의신청의 성격이 있는데, 상담 신청자의 표현으로는 몇 차례 재감정을 받아왔다고 했다. 따라서 이 토지소유자는 이의신청하면 계속 재감정이 진행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토지소유자는 자신의 부동산에 대해서 몇 번의 재감정이 있었는데,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소송까지 했지만 결국 소송에서 나온 감정가액도 터무니없이 낮다면서 다시 재감정을 받고 싶다고 했다.

여기서 재개발 현금청산자가 소송 전까지 받았다는 몇 번의 재감정은 결국 똑같은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감정평가로서 어떤 측면에서는 다시 감정을 받았다는 의미로 재감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수용절차의 각 단계였던 것이다.

일반적인 감정평가사는 수용절차 각 단계에서 이뤄지는 협의보상, 수용재결, 이의재결 및 행정소송의 보상평가를 재감정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는 협의보상, 수용재결, 이의재결 그리고 행정소송의 각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동일한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는 결국 재평가의 의미가 있고 따라서 피수용자가 충분히 재감정을 받았다고 인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에 소개했던 것처럼 피수용자는 이의신청을 할 때마다 계속 재감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행정소송 감정평가에 대해서도 피수용자가 결정을 하고, 감정료만 예납한다면 쉽게 재감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용의 각 단계에서의 감정평가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장된 절차였고, 강제수용에서 보상금을 다투는 가장 마지막 단계였던 행정소송에서는 감정평가가 종료된 후의 다음 단계의 감정평가를 법률로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상담자가 생각했던 것처럼 법원 감정평가에 대해서 이의한다고 쉽게 재감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물론 감정평가의 기초되는 사항에 대한 변경이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재감정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희박한 확률로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단 상담자의 경우 재감정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재감정신청의 사유를 잘 주장해야 한다. 상담자가 말했던 것처럼 협의보상, 수용재결, 이의재결, 행정소송까지 각 단계별로 계속 재평가가 이뤄졌던 부동산이다.

새로운 이슈를 부각시키지 않는 한 또다시 재평가를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어렵게 재판부로부터 재감정 명령을 받은 경우다. 막상 재감정의 결과가 원감정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혹은 금액이 더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피수용자가 극렬히 이의하던 그 가격에 외려 더욱 정당성이 부여되어 버리는 상황이 연출되므로 재감정을 받았던 것이 더 독이 된다.

한편 필자가 상담했던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 감정평가 이의신청이 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따라서 미리 감정평가 전문가와 재감정 실익에 대한 부분을 상의하는 것을 추천한다.

정리하면 수용절차에서 행정소송까지 갔다면 재감정은 쉽게 진행되지 않으며, 어렵게 재감정신청이 인용된다면 분쟁에서 도움이 되는 방향의 결과를 받기 위한 치밀한 분석과 준비가 필요하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