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부터 전기차까지’…이차전지 원천 기술 확보 위해 총력전
세계는 지금 전쟁 중 “배터리가 무기다”
(사진) 더그 드라우치(앞줄 왼쪽 첫째) 제너럴모터스(GM) 책임연구원이 지난 1월 11일 미국 미시간 주 GM 워런테크센터에서 기자들에게 배터리 테스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GM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더 이상 제품의 무게를 잡아먹는 골칫덩이 부품 ‘배터리’가 아니다. 이젠 당당한 제품의 주요 부품이다.

스마트폰·노트북·자동차 등 이제는 배터리 없이는 제품을 논할 수조차 없다. 첨단 분야 제품일수록 배터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스마트폰·전기차·웨어러블 기기의 미래는 배터리의 발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배터리 시장은 치열한 연구·개발(R&D)을 거듭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인 B3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를 포함한 세계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2015년 23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0년엔 12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 대규모 R&D 투자로 빠르게 진화 중

배터리는 최근 몇 년 사이 해를 거듭할수록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부각되면서 몸값이 오르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 주도권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리튬을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배경이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핵심은 저장용량·수명·소형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고체 배터리가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배터리를 말한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지 않는 덕에 두께를 1mm로 줄일 수 있어 고용량 확보에도 유리하다. 즉. 용량·소형화에 안성맞춤인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가장 좋은 배터리다.

전고체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갤럭시 노트7 발화 문제로 몸살을 앓았지만 이미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손잡고 반영구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했다.

삼성SDI도 2013년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하며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선 삼성SDI가 이르면 2018년께 리튬폴리머 전지 상용화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화학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코캄 등도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 중이다. 해외에서는 구글·애플이 전고체 배터리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 전기차 배터리에 사활 건 삼성·SK·LG

현재 배터리 시장의 파이는 전기차용 배터리가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다. 그 어느 분야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현재 220만 대 규모인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유럽·중국·미국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해 4년 뒤인 2020년께 600만 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LG화학·삼성SDI 등이 국내외 생산 공장 및 거점 마련은 물론 새로운 원천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및 중국 내 거점 마련을 통해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독자적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 2015년 7월 충남 서산의 배터리 공장 설비를 800MWh로 증설하는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3월 다시 200MWh를 더 증설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로 승부수를 띄웠다. 현재 서산 배터리 공장은 23만1405㎡(7만 평) 부지에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전극·셀·팩(pack) 등을 일괄 양산하는 체계를 완비한 상황이다.

이 밖에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중국 배터리 제조 공장의 합작 계약을 통해 중국 시장 내 거점 또한 마련해 놓기도 했다.

LG화학은 유럽에 해외 대상 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등 해외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우고 움직이고 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폴란드 정부와 막바지 협상 중이다.

이 배터리 공장은 연간 10만 대의 전기차에 들어갈 물량을 생산하는 규모로 2018년 가동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립이 최종 성사되면 미국·중국·유럽을 아우르는 해외 생산 기지를 완성하게 돼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MW·폭스바겐·아우디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5년간 총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에는 세계 톱 수준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까지 약 1800억원을 투자해 울산 사업장 내 미가동 유휴 공장 등을 활용해 ‘전지·소재 복합 단지’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및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을 위한 것이다.

삼성SDI는 또 중국 시안에 전용 공장을 완공한 가운데 시안공장의 추가 증설 등 2020년까지 총 6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 中·日 글로벌 기업들도 가세

글로벌 업체들도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의 비야디(BYD)는 전기차 배터리 및 각종 전장 부품을 그룹 내에서 생산하는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진(Qin)과 전기차 E6, 대형 전기 버스 K9 등 BYD의 전기차에 적용되는 배터리를 모두 자체 공급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1995년 휴대전화 배터리 제조 회사로 처음 시작한 BYD는 2003년 중국 자동차 기업 친촨자동차를 인수하고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기술에 힘입어 전기차 기업으로도 성공했다.

지난해 6만1772대의 전기차를 팔아 미국의 테슬라(5만557대)를 제치고 글로벌 판매량 선두를 기록했다.

일본도 전기차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테슬라와 도요타를 고객으로 둔 파나소닉 외에도 무라타가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콘덴서 시장 1위 업체인 무라타는 소니의 배터리 사업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무라타가 인수한 ‘소니에너지디바이스’는 PC나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고 이 사업 부문의 자산 규모는 약 400억 엔(4300억원)으로 알려졌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