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116호 (2017년 04월 19일)

고인 물에 찾아온 ‘메기’, 케이뱅크의 한 방

[스페셜 리포트]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출범…앞다툰 은행 특판 상품에 소비자 ‘함박웃음’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출범이 금융 판을 흔들고 있다.
영업 개시 나흘 만에 10만 가입자를 모으는 등 돌풍을 일으키면서, 기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은 앞다퉈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대응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기대한 ‘메기 효과’가 현장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은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완화 없는 ‘반쪽짜리’ 출범으로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는 기우가 됐다. 오는 6월 2호 ‘카카오뱅크’가 출격하면서 금융사들의 경쟁은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은행권에 24년 만에 새로 나타난 경쟁자, 인터넷 전문은행이 가져온 금융시장에서의 새바람을 조명했다.


(사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4월 3일 열린 케이뱅크 출범 기념식에서 임종룡(왼쪽 셋째부터) 금융위원장,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황창규 KT 회장 등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겁이 덜컥 난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4월 6일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의 출범에 대한 소감을 묻는 말에 이같이 대답했다.

김 행장은 “(케이뱅크에) 아주 많은 고객이 몰리고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도 모바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뒤떨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흘 새 10만…‘찻잔 속 태풍’의 위력

김 행장의 발언은 엄살이 아니었다. 4월 3일 문을 연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출범 나흘 만인 4월 6일 가입자 수 10만 명을 돌파했다. 1분당 평균 21명이 계좌를 개설하고 있는 셈이다. 2주가 지난 18일 현재 가입자 수는 총 20만명을 넘어섰다.

KB국민은행·NH농협은행 등 기존 은행이 내놓은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는 개설 후 한 달여 만에 10만 명이 가입했다. 이와 비교하면 케이뱅크가 보여준 수치는 ‘돌풍’이라고 해석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간 케이뱅크의 예·적금 등 수신 계좌 수는 10만6379건을 기록했다. 대출 승인은 8021건, 체크카드 발급은 9만1130건을 넘어섰다. 총 수신금액은 약 730억원, 대출액은 41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올 연말 수신 목표 금액은 5000억원, 여신 4000억원이다. 나흘 만에 목표치의 5분의 1가량을 채웠다. 2주가 2지난 18일 현재에는 이미 수신액 2300억원, 여신액 1300억원으로 사실상 목표치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케이뱅크의 흥행에 시중은행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을 ‘신규 경쟁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결국 기존 시중은행에는 또 다른 형태의 경쟁 은행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이전까지 금융권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은산분리’의 족쇄를 벗지 못해 ‘찻잔 속 태풍’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을 준비하는 1~2년 새 대면 영업 위주였던 시중은행들은 각 사별로 모바일 플랫폼을 선보이며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확대해 맷집도 키웠다. 일각에선 인터넷 전문은행이 메기 효과는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서비스의 존립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돼 왔다.

하지만 기우였다.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기존 은행과 달리 ‘365일, 24시간 열린 은행’이란 인터넷 전문은행의 핵심 콘셉트는 금융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10만 명을 넘어선 케이뱅크 신규 가입자들의 가입 시간대를 보면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계좌를 만든 이들이 37%다. 이 중 퇴근 시간 이후인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가 31.9%로 가장 많은 비율을 나타냈다.

비대면을 활용한 가격 경쟁력도 무기로 작용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모든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한다. 이에 따라 인건비나 부동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줄인 비용으로 기존 은행보다 높은 예금 금리에 낮은 대출이자를 제공한다.

실제 시중은행은 연 1.5%대 금리를 제공하는 반면 케이뱅크의 예·적금 상품은 최고 연 2.0%대 금리를 준다. 이 회사가 처음 출시한 특판 상품 ‘코드K 정기예금’은 최고 연 2.0%로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0.5%포인트 정도 높다. 이미 3회 차까지 각각 200억원씩 모두 판매를 마감했다. 현재 4회 차 판매를 준비 중이다.

 


◆ 격돌1, 시중은행 vs 인터넷 전문은행
   비대면 서비스 강화, 금리 전쟁은 아직


현재까지만 보면 금융 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기대한 ‘메기 효과’는 적중했다. IBK기업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비대면 금융 서비스 전략을 강화하며 고객 이탈 방지에 나서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24시간 열린 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31일 온라인 가상 채널인 ‘모바일 브랜치’를 출시했다. 온라인상에서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나 회원 가입 과정 없이 고객이 원하는 영업점 앞으로 신용 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NH농협은행은 오는 10월부터 자사 모바일 금융 플랫폼인 ‘올원뱅크’의 인증서 입력 절차를 생략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원뱅크 한곳에서 자회사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비대면 여·수신 상품을 확대할 것”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을 넘어선 비대면 채널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음성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뱅킹 ‘소리’를 지난 3월 출시했다. 음성 명령으로 계좌 조회, 송금, 환전, 공과금 납부 거래를 할 수 있고 향후 이체 등 금융 거래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인터넷 전문은행의 메기 효과가 시중은행의 비대면 서비스 경쟁에서 금리 경쟁으로 불붙을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여부 등은)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신중하게 지켜볼 예정”이라며 “상품 라인업을 차별화해 고객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당분간 추이를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김도진 행장은 “1년 정도 지나야 인터넷 전문은행의 위상이 정리될 것”이라며 “금리 경쟁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자본 규모가 작아 시중은행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금리 경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케이뱅크의 초기 자본금은 2500억원으로 이미 초기 비용만으로 상당 부분을 소진했다. 연말이면 이마저 바닥나 자본금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자본 규모를 고려하면 기존 은행권의 수익성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며 “케이뱅크가 영업 초기 고객 기반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위해 공격적인 수신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수신 금액의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지속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또한 “시중은행이 인터넷 전문은행보다 인프라, 리스크 관리, 안정성 측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폭 높은 예·적금 금리만으론 경쟁 압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격돌2, 저축은행 vs 인터넷 전문은행 
  중금리 전쟁터 뺏느냐, 뺏기느냐
 

이에 진짜 승부는 시중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 특히 저축은행과의 중금리 무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의 핵심 타깃은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시장으로 파악된다. 그간 중신용자(4~7등급)를 상대로 우량 고객을 확보해 온 저축은행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백두산 애널리스트는 “케이뱅크 대출 상품의 핵심은 신용 등급 7등급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4.16~8.96%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시중은행의 평균 신용 대출금리(4.65%)와 제2금융권의 신용 대출금리(10% 이상) 사이에 자리해 저축은행의 대출 수요 중 일부를 흡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중금리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저축은행의 대응이 분주하다. SBI저축은행은 케이뱅크의 출범 첫날인 4월 4일 5.9~17.9%의 ‘SBI중금리바빌론’을 내놓았다. 이는 자사 중금리 간판 상품인 ‘사이다’보다 금리를 1%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10% 미만의 저금리 상품을 출시해 인터넷 전문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온·오프라인 융합 서비스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4월 10일 은행 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태블릿 PC로 은행 업무를 해결해 주는 ‘더블유 브랜치’를 열었다. 계좌 개설부터 예·적금 가입, 여신 업무를 모두 태블릿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업계에선 중·장기적으로 저축은행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백두산 애널리스트는 “양측 간 대출 경쟁이 심화한다면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하락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격돌3, 케이뱅크 vs 카카오뱅크 
  차별화한 신용 평가 역량이 변수


케이뱅크로 촉발된 금융권의 경쟁은 오는 6월 인터넷 전문은행 2호인 카카오뱅크의 가세로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의 준비법인인 한국카카오는 4월 5일 은행업 본인가를 획득, 6월 중 출범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가 4200만 이용자가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해 케이뱅크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별도의 추가 앱 설치나 공인인증서 없이 비대면 실명 확인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계좌 개설부터 여·수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카카오톡 주소록을 기반으로 은행 앱에서 송금 대상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간편 송금과 해외 송금, 상담 서비스까지 카카오톡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금리와 수수료 등 가격 부분에서도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경쟁력 있는 수준의 수신 금리와 합리적인 수준의 대출금리를 계획하고 있다”며 “송금을 비롯한 지급 결제 부분에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의 수수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금리 대출을 한 자릿수 금리로 제공해 저축은행은 물론 1호인 케이뱅크와 맞붙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경쟁에서 신용 평가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차별화된 신용 평가 역량을 갖춘 기업이 중금리 대출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2019년을 목표로 오픈 마켓과 카카오택시 이력 정보 등이 축적된 차별화된 신용 평가 모형을 개발해 평가 체계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KT 이용자의 통신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신용 평가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에선 인터넷 전문은행이 지금의 흥행 성적을 이어 가기 위해선 유상증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은산 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은행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추가 증자가 어려워지면 특판 등의 신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상품 유지에도 한계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업계에선 복잡한 주주 구성으로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도 곧 출범함에 따라 하반기에는 인터넷 전문은행 간 혹은 인터넷 전문은행과 시중은행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의 조속한 안착을 위해 기업이 주도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은산 분리의 예외를 담은 입법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련되도록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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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4-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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