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1분기 실적 신한금융의 반쪽 승리…KB금융 비은행 부문 완전 자회사 편입 등 맹추격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금융업계에 ‘리딩’ 경쟁이 불붙었다.

두 주인공은 2010년 말 KB금융지주로부터 왕좌를 탈환한 이후 7년째 1등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올해를 리딩 금융그룹 회복의 원년으로 삼고 반격에 나선 KB금융지주다.

올 1분기를 시작으로 두 그룹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 리더십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신(新)리딩 경쟁, 왕좌를 거머쥘 이는 누구일까.
조용병 vs 윤종규, '리딩' 경쟁 불붙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한국경제신문

“작년에 많이 쫓아왔더라고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 27일 KB금융지주와의 ‘리딩’ 경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조 회장은 이어 “1분기 결과를 보면 올해 영업의 체력을 서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부터 한 달이 채 안 돼 가늠자가 발표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분기 9971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2001년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분기 순이익을 냈다고 4월 20일 밝혔다. 탈환을 선언한 KB금융지주는 8701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이는 KB금융이 2008년 9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익을 기록한 것이지만 1등 신한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조 회장이 안심할 수 있는 성적표는 아니었다.

금융지주의 중심 계열사인 은행의 성적표에서 KB국민은행이 6635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5346억원을 기록한 신한은행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이 신한은행에 앞선 것은 분기 순이익 기준으로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KB의 부활, 윤종규의 리더십

두 금융지주의 일등 경쟁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9월 금융지주 체제로 탈바꿈한 KB금융이 2009년까지 1위를 지켰지만 수익성이 급격이 저하되며 2010년 말 신한금융에 자리를 내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4년 KB금융에 이른바 KB 사태(당시 지주회장과 은행장 간 내홍)가 불거지면서 두 회사 간 리딩 경쟁은 요원한 듯 보였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KB는 ‘내부 출신’을 회장으로 앉혔다. 이 무렵 구원투수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 지금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다. 윤 회장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취임 일성으로 삼아 내부 단결에 나섰다.

이를 위해 그룹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면서 지주와 은행 간 불협화음 여부를 종식했다. 또 사외이사 전원 교체, 내부감사제도 강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경영 효율화 작업에도 착수했다.

조직 안정 후엔 회사의 숙원 사업이었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를 잇달아 인수하며 덩치도 키웠다.

이에 화답하듯 올 1분기 실적에선 사상 최대 순익을 냈다. 1위 탈환은 이루지 못했지만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선방으로 신한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회사는 비은행 부문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윤 회장은 4월 14일 자회사인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완전 자회사 편입 추진을 결정했다. 완전 자회사 편입 시 두 회사의 실적은 그룹의 연결재무제표 실적에 100% 반영돼 순이익 기준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 그룹의 수익 구조가 안정화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완전 자회사 성공 시 비은행 자회사의 수익 비율이 신한지주(48%)와 유사한 40% 내외까지 상승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병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의 100% 자회사에 이은 역전을 위한 신의 한 수”라고 평가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의 올해 순이익은 KB증권 실적의 100% 반영과 판관비 감축 효과 등으로 2조1000억원대는 가능할 것”이라며 “신한금융과의 순이익 격차가 좁아지면서 선두 탈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용병 vs 윤종규, '리딩' 경쟁 불붙다
◆신한의 수성, 조용병의 자신감

KB의 추격에 신한금융 역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1분기 순익에선 신한금융이 승을 거뒀지만 방심할 수 없다는 평가다. 실적이 뒤진 은행 부문 외에 지주 성적 역시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29.3% 증가한 9971억원으로 증권사들의 순이익 평균 전망치(6797억원)를 뛰어넘으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사상 최대의 호실적은 카드 자산의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대손충당금(3650억원) 환입 등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것이다.

김태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일회성 요인이 실적 호조의 주요인”이라며 “최근 KB금융이 부각하면서 신한의 성장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1등을 수성해야 하는 조용병 회장의 각오도 단단하다. 지난 3월 취임사에서 조 회장은 “그간 내실 있는 성장을 해왔다면 이제는 도약해야 할 차례”라며 “1등 자회사는 지속적으로 1등을 할 수 있도록 격차를 벌리고 1등을 못하는 회사 역시 1등을 하도록 그룹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조 회장은 국내 리딩 뱅크의 수성은 물론 이를 넘어 아시아의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취임 일성을 내세웠다. 그는 “(KB금융과는) 작년 서로 건전 경영을 통해 좋은 경쟁을 했다”며 “내부 직원들의 영업력을 감안하면 그래도 (신한이 우위에서)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선택한 경영 키워드는 ‘글로벌’과 ‘디지털’이다. 특히 해외에서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을 강화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중심, 미국 등의 6대 법인에서 시장조사 등을 통해 기회를 찾고자 한다”며 “해외 당국과의 규제에도 준비를 잘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vs 윤종규, '리딩' 경쟁 불붙다
☞관전포인트. '엉클 조'와 '윤 똑부'로 보는 리더십 경쟁

취임 첫해를 맞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올해 연임을 앞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간 리더십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올 3월 신한금융지주의 리더로 취임한 조용병 회장은 1957년 대전 출생으로 대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이후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뉴욕지점장과 리테일부문장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거쳤다.

은행의 기초인 영업부터 인사와 기획, 글로벌 등 은행 업무 전반을 거쳤으며 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맡아 큰돈을 굴려본 경험도 있다. 2015년엔 신한은행장을 맡아 저금리로 악화된 영업 환경과 다른 은행의 치열한 도전 속에서 리딩 뱅크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는 평을 얻었다.

조 회장은 후배들 사이에서 ‘엉클 조’로 불린다. 소탈한 성격에 행원 시절부터 후배들이 힘들어 할 때면 퇴근 후 한잔하면서 고충을 들어주는 ‘형님 리더십’으로 호평을 샀다는 이유다.

2014년 ‘KB 사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등장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KB금융 최초의 내부 출신 회장이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은 내분 사태를 빚었던 KB금융그룹의 융화에 적절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1973년 광주상고를 졸업한 뒤 같은 해 고졸 은행원으로 당시 외환은행에 입사했다. 고졸 행원으로 은행을 다니면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했다. 윤 회장의 뒤에는 ‘상고 출신 천재’란 말이 따라온다.

별명도 ‘똑똑하고 부지런하다’란 뜻에서 ‘똑부’다. 회사와의 인연은 질기고도 깊다. 2002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로 근무할 당시 김정태 전 KB국민은행장의 ‘삼고초려’로 KB국민은행에 입행했고 재무전략기획본부장과 부행장 등을 맡았다. 2004년 부행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2010년 KB금융지주 최고재무관리자(CFO) 부사장으로 돌아와 2013년까지 일했다.

그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직을 맡다가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까지다. 연임을 앞두고 ‘1위 탈환’을 위한 더욱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