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칼럼]
주요 공약 실현 가능성 낮아…일단은 ‘현상유지’ 무게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박근혜 정권이 시작되던 2012년 말 2013년 초는 주택 시장이 침체를 거듭했던 시기였다. 집값이 떨어지고 있었고 하우스 푸어 문제로 주택 시장의 문제가 금융시장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4년 반이 흐른 지금 사정이 달라졌다. KB국민은행 통계 기준으로 2016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50% 정도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와 같이 주택 시장의 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값이 폭등했던 것도 아니다.

전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세 수요 완화와 공급 증가에 힘입어 전국 전셋값 상승률은 1.77%에 그치고 있다.

집값이든 전셋값이든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공약이 특별하게 없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어떻게 바뀔까
(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공 임대주택 13만 가구와 공공 지원 임대주택 4만 가구 등 매년 공적임대주택 1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주택정책 공약을 내놓았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 임대주택 85만 가구 공급 어려워

우선 새 정부 초기에는 이전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국정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섣불리 급변하는 정책을 내놓았다가는 집값이 폭락하거나 폭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 중·후반으로 갈수록 정권의 색깔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소위 ‘주거 복지’에 대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미다.

주거 복지 문제는 재원의 문제로 직결된다. 임대 아파트 한 채를 공급할 때마다 1억3000만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공약대로 공적임대주택을 85만 가구 공급한다면 110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발행해 후손에게 빚을 떠넘기는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모두 말하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이유다.

주거 복지 문제와 재원의 조달이라는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 때 들고나왔던 것은 보금자리주택이었고 박근혜 정부는 뉴스테이 정책을 펼쳤다.

보금자리 정책이라는 것은 땅을 국가가 싸게 공급할 테니 건축비를 입주자가 부담하라는 것이었다. 뉴스테이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임대주택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의도였다. 둘 다 정부 재정 투하를 최소화하면서 임대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이다.

새 정부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보유세를 인상하면 되지”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 집에 보유세를 13만원씩 더 걷는다는 가정하에 1000만 가구에서 보유세를 더 걷고 그 돈을 모두 임대 아파트 공급에 쓴다고 하더라도 겨우 1만 가구의 임대 아파트밖에 지을 수 없다. 보유세 인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더구나 세금 문제는 어느 정권이든 쉽게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자는 것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지만 막상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국민의 과반인 유주택자들은 새 정부 들어 좋아진 것보다 세금만 늘었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더 꺼내가는 정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측면에서 유주택자 모두를 대상으로 대폭적인 보유세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임대주택 공급도 원래 계획보다 상당히 축소되거나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은 높지만 재원이라는 현실의 벽은 더 높을 수밖에 없고 임대주택 건설이 한국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예상

그다음 논란은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 갱신권이다. 세입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서둘러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느끼겠지만 국정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새 정부로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올해 말부터 지방과 일부 수도권에서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입지가 좋은 송파에서도 2008년에 2만5000가구가 입주하면서 역전세난이 발생됐던 사례도 있다.

약간 과장하자면 1년 후에는 정부에서 전월세 상한제가 아니라 하한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 물론 전월세 하한제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최소한 지금은 전월세 상한제를 시행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대출 규제 강화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한 경고음은 여러 군데에서 내고 있다는 것도 있고 올해 말부터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 잔금을 구하지 못하는 일부 분양권 투자자를 중심으로 부도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건설사와 금융권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대출 확대 정책보다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일단 부활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서 추진할 정책 중 정치적 부담이 가장 작은 제도다. 부자 과세라는 측면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전 칼럼에서 지적한 대로 초과이익환수제는 자체 모순에 따라 어느 형태로든지 수정된 수준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주택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새 정부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두고 시장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부터 지방 및 일부 수도권에서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 여러 부작용이 시장에 나타나기 때문에 새 정부로서는 규제가 아니라 오히려 부양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약으로 논의됐던 대부분의 제도는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공급과잉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