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이슈]
제빵사 등 5378명 직접 고용해야…파리바게뜨 “업계 특성 고려 안 한 결정”
고용부 ‘불법 파견’ 해석에 프랜차이즈 초비상
(사진) 서울 중림동 파리바게뜨.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최대 제과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 등을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고 고용노동부가 결론지으면서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에 대한 근로 감독 결과 본사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 및 카페기사 5378명을 불법 파견 형태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9월 21일 발표했다.

고용부는 제빵기사 및 카페기사 전원을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 지시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검찰 고발 및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파리바게뜨는 “이번 결과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매우 당혹스럽다”고 반박했다.

◆고용부 ‘자의적 법 해석’ 논란
고용부 ‘불법 파견’ 해석에 프랜차이즈 초비상
(그래픽) 송영 기자

고용부가 파리바게뜨의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에 대해 불법 파견으로 결론 지은 핵심 논리는 ‘실질적 사용 관계’다. 파리바게뜨 가맹점들은 별도의 인력 도급 업체와 계약해 제빵기사를 파견 받고 있다.

고용부는 하지만 “계약의 명칭과 형식을 불문하고 근로 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본사가 제빵기사를 직접 파견한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 지휘·명령’을 행사해 불법 파견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번 불법 파견 논란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도급업체 소속인 제빵기사에게 지휘권을 행사했다는 노동계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도급업체(하청) 소속 직원은 가맹본부나 가맹점주(원청)의 업무 지시를 받을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불법 파견으로 간주한다.

프랜차이즈는 불법 파견 논란이 기존 업종보다 복잡하다. 보통은 가맹점주와 도급업체, 노동자 간 3자 계약 관계이지만 제빵업체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인력 도급업체, 노동자 등 4자 관계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각 가맹점은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알아서 고용해야 한다. 다만 가맹본부가 제조기사에 대한 용역을 알선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강제 사항은 아니다.

대부분의 가맹점주는 제조기사를 직접 고용하기보다 도급업체 활용을 선호한다. 인력 채용 및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전국 3400여 개 매장 중 150여 곳만 가맹점주가 직접 빵을 굽거나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한다. 나머지 점포는 가맹점주의 요청으로 전국 11개 인력 도급 회사에서 보낸 제빵기사가 일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인력에 대한 실질적 지휘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노동계는 가맹본사에 법적 지휘권이 없는데도 본사가 실질적 지휘권을 행사해 업무 지시를 했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라는 논리를 편다.

법적으로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그날 만든 빵이 일찍 팔려 추가로 빵을 구워야 하면 빵집 주인인 가맹점주는 제빵기사에게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없다. 도급 업체에 연락해 도급 업체가 제빵기사에게 지시하도록 해야 한다. 파리바게뜨 본사도 지휘권이 없다.

노동계는 이를 근거로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에게 업무를 지시한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파리바게뜨는 인력을 채용하고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가맹점주이고 도급 계약은 가맹점주와 도급 업체가 맺었기 때문에 본사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에 대한 교육 및 품질관리를 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고용부가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것을 두고 전문가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이례적인 법리 해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용부가 내세운 ‘업무 지휘가 과도해 가맹사업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났다’는 등의 판단 기준이 다분히 주관적이라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4자 관계를 기반으로 불법 파견이 확정된 사례가 없었고 여기에 계약 관계까지 없는 사례는 최초”라며 “고용부가 법리적으로 과도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불법 파견’ 해석에 프랜차이즈 초비상
◆가맹점주도 비용 부담 커질 듯

고용부의 이번 결정으로 식품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와 비슷한 형태로 제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 뚜레쥬르 등 일부 브랜드의 불법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볼 방침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전국 1300여 개 매장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6개 인력 공급 업체를 통해 보내고 있다. 뚜레쥬르는 도급업체를 통한 제빵기사 파견 등 운영 방식은 비슷하지만 본사에서 직접 지시 감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제품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지시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만큼 뚜레쥬르의 상황도 파리바게뜨와 별반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고용부의 시각이다.

고용부는 내년 정기 감독 때 주요 제과 프랜차이즈 본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제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80여 개, 가맹점은 7277개에 달한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제빵사를 통제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유지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고용부가 프랜차이즈업계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의 결론에 대해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 교수는 “본사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도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며 “제빵기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