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서울역, 동탄~삼성역 ‘20분’, “정거장마다 미분양 줄고 프리미엄 붙어”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7년간 미뤄져 왔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드디어 첫 삽을 뜬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GTX A노선(파주 운정역~동탄역)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은행 컨소시엄을 선정, 연내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개통 예정은 2023년이다.

여기에 더해 GTX B노선(마석역~송도역)과 C노선(의정부역~금정역)에 대해서도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 하반기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업자 선정 절차 등을 거쳐 2021년 착공, 2025년 개통될 예정이다. GTX가 계획대로 완공되면 서울과 경기 지역을 세 축으로 가로지르는 ‘제2세대 지하철 교통망’이 만들어지게 된다.
‘추진 7년 만에 첫 삽’…GTX 노선 타고 부동산 시장 ‘들썩’
◆ 사업 추진 7년 만에 개발되는 GTX

GTX는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급행철도다. 지하 40m 이하에 터널을 건설해 노선을 직선화함으로써 표정속도(정차 시간을 감안한 평균속도) 시속 100km, 최고 시속 200km로 운행하는 광역 지하철이다.

수도권의 심각한 교통난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2007년 경기도가 국토부(당시 국토해양부)에 제안해 추진됐다. 이후 사업타당성조사를 거쳐 2011년 국책 사업인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11~2015년)에 포함됐다.

사업비는 총 13조8000억원으로 책정됐고 정부와 민간이 사업 위험을 분담(정부 40%, 민간 60%)하는 위험 분담형 민간 투자 사업(BTO-rs)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주체를 놓고 국토부와 경기도가 갈등을 겪으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 GTX 사업 타당성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사업성이 없다’는 발표까지 내놓자 민간 사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정부는 GTX 개발 시기를 늦춰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16~2025년)으로 조정하고 2017년 12월 A노선에 대해 사업자 재공모에 나섰다.

다시 추진되기까지 7년이 늦어졌지만 그 사이 분위기는 바뀌었다. 고속철도 KTX의 대중화, 신도시·택지지구 개발 등 경기권의 인구 증가, 수도권 교통 혼잡 가중, 인프라 공급 위기 등에 따른 GTX 개발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사업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던 기업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4월 시작한 A노선 사업자 모집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건설사와 금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현대건설은 KB국민은행·KDB산업은행·NH농협·교보생명보험·한화생명보험을 재무 출자자로 참여시켰고 범현대가인 현대산업개발·한라건설·태영건설·동부건설 등을 시공사 겸 건설 출자자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에 맞서 신한은행은 칸서스자산운용·도화엔지니어링·신우이엔지 등이 재무 출자자로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꾸렸다. 또 대림산업·대우건설·SK건설·한진중공업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을 도급 시공에 참여시킨다는 구상을 밝혔다.

두 컨소시엄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결국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921.43점을 받아 현대건설 컨소시엄(867.87점)을 제치고 사업권을 품었다.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선정된 배경에는 ‘전문적인 금융 기법을 통한 비용 절감’이 꼽힌다.

금융 주선 능력을 통해 사업비를 쉽게 조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재무관리 능력을 통해 사업비용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신한은행 컨소시엄은 정부와 사업 진행에 대한 구체적 협상을 벌인 뒤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갈 방침이다.

경기도 파주 운정역에서 삼성역을 거쳐 화성 동탄역을 잇는 총 83.1km 구간 중 파주역~삼성역 구간(43.7km)을 건설하게 된다. 나머지 동탄역~삼성역 구간(39.4km)은 정부 재정 사업으로 4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개통되면 파주에서 서울 도심권까지, 동탄역에서 삼성역까지 2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현재 전철로 80분이 걸리는 일산역~삼성역 구간은 GTX를 이용하면 1시간 단축해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 역 주변 아파트 값 ‘억대’ 올라

GTX A노선 사업 추진은 벌써부터 노선 인근의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특히 교통 여건이 그리 좋지 않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뛰고 분양권 프리미엄이 오르고 있다.

정거장은 파주 운정역·킨텍스역·대곡역·연신내역·서울역·삼성역·수서역·성남역·용인역·동탄역 등 10개소다. 이 중 파주 운정역과 킨텍스역·용인역·연신내역 등 지역의 집값 상승이 가파르다.

대표적인 곳이 파주다. 지하철이 없는 이곳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미분양의 무덤이었다. 국토부 미분양 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파주의 미분양 아파트는 4285가구였다. 하지만 3월 기준 미분양은 16가구로 줄어들었다. 사실상 미분양이 없는 셈이다.

집값 상승은 말할 나위도 없다. 2015년 분양 당시 2700여 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한 ‘파주 힐스테이트 운정’은 분양권(전용 84㎡)에 현재 웃돈 4000만원이 붙었다. ‘운정 센트럴 푸르지오’ 분양권(전용 84㎡)은 지난주 웃돈 7000만원이 붙은 4억252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에도 사람이 몰리고 있다. 작년 12월 분양된 ‘운정신도시 아이파크’는 2580가구 모집 1순위 청약에 6215명이 몰리면서 파주시 역대 최다 청약자 기록을 세웠다.

일산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GTX 킨텍스역 인근 아파트 분양권에 억대 웃돈이 붙었다. 실제로 최근 거래된 ‘킨텍스원시티’ 전용 84㎡ 분양권은 3월 분양가보다 2억원이 많은 7억3900만원을 기록했고 맞은편 ‘킨텍스 꿈에그린’ 분양권(전용84㎡)도 같은 기간에 비해 1억6500만원이 붙은 6억7600만원에 실거래됐다.

GTX 역사 공사가 한창인 성남시 분당 아름마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일대 아파트 값도 탄력을 받고 있다. GTX 성남역이 들어설 이매동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작년 초 1713만원에서 최근 2267만원으로 오르며 성남시 평균보다 가파른 오름 폭을 보였다.

GTX 용인역 역사의 환승역이 될 구성역(분당선) 인근 ‘삼거마을 삼성래미안’은 전용 84㎡형이 지난해 12월보다 9000만원이 뛴 5억5000만원에 팔렸다.

경기 분당신도시에선 GTX 판교역(예정) 주변 아름마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름마을 ‘6단지 선경(전용 83㎡)’은 4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분당선 이매역 인근 ‘이매촌 청구(전용 84㎡)’의 실거래가(8억9900만원)보다 약 5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2월만 해도 ‘6단지 선경’ 실거래가는 6억5000만원으로 ‘이매촌 청구’보다 6200만원 낮았다.

서울에서는 개발이 다소 지지부진했던 연신내역 주변이 들썩이고 있다. 현재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대조1구역 연립주택(대지 면적 25㎡)은 4월 2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대지 지분 30㎡ 매물이 2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3㎡당 매매가격이 1400만원 정도 오른 셈이다.

연신내역 인근의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GTX 개통 소식 이후 매물이 싹 사라졌다”며 “하루에도 10명 이상이 아파트나 상가 등을 보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진 7년 만에 첫 삽’…GTX 노선 타고 부동산 시장 ‘들썩’
◆ B·C노선 ‘타당성조사 중’…관건은 시기


A노선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나머지 B·C노선도 사업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GTX B노선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서 출발해 서울시 중랑구·동대문구·중구·용산구·영등포구·구로구와 경기도 부천시, 인천광역시의 부평구·남동구를 거쳐 송도국제도시까지 80.1km를 운행한다.

운행 노선은 마석역(기점)~평내호평역~별내역~망우역~청량리역~서울역~용산역~여의도역~신도림역~당아래역~부평역~인천시청역~송도역(종점) 등 13개 역으로 계획돼 있다. 마석역~청량리역 구간은 기존의 경춘선과 중앙선을 공유한다.

이 노선은 당초 송도역~청량리역 구간(48.7km)으로 추진됐다가 2014년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판단돼 무산될 뻔했지만 2017년 8월 청량리역~마석역 구간(31.4km)을 연장하는 방안이 제시돼 현재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사가 완료되면 2020년 착공해 2025년 개통될 예정이며 총사업비는 5조9038억원이 소요된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송도역~서울역까지의 이동 시간이 기존의 82분에서 27분으로 단축된다.

GTX C노선은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출발해 서울시 도봉구·노원구·동대문구·강남구·서초구, 경기도 과천시를 거쳐 군포시까지 47.9km를 운행한다.

서울 동부권을 중심으로 경기도 남북축을 가로지르는 노선으로, 운행 노선은 의정부역(기점)~창동역~광운대역~청량리역~삼성역~양재역~과천역~금정역(종점) 등 8개 역으로 계획돼 있다.

의정부역~청량리역 구간은 기존의 경원선과 과천역~금정역 구간은 기존의 과천선과 공유할 예정이며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가 완료되면 2019년 착공, 2024년 개통될 예정이며 총사업비는 3조9660억원이 소요된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의정부역~삼성역까지의 이동 시간이 기존의 73분에서 13분으로 단축된다.

현재 분위기라면 B·C노선 역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A노선의 성공적인 민자 투자 유치가 이들 노선의 연내 착공 실현 기대치를 더 높여주고 있다. 문제는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포함한 사업 속도다.

먼저 B노선은 송도역~청량리역 구간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았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고 C노선은 3년째 예비타당성조사를 벌이고 있다. 관련 지역에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 시기가 연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조사를 진행 중인 기획재정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의견이다.

또 사업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와도 이후 민자적격성조사, 시설사업기본계획(RFP)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등 넘어야 할 산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를 근거로 2025년 GTX 전 노선 구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에서는 GTX B·C노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 주택 경기 하락이 현실화되고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줄어든 상황에서 B·C노선 사업이 단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사업자 모집 공고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주간사가 됐든 단순 시공 참여가 됐든 사업에는 어떻게든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GTX 외 주목해야 할 ‘알짜’ 노선

한편 올해 개발이 예상되는 철도 노선은 GTX A노선 외에도 몇 개가 더 있다. 우선 노선만 3차례 변경되며 15년간 우여곡절을 겪었던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이다. 올해 3월 기본계획이 고시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경기 안양시 인덕원에서 화성시 동탄2신도시를 잇는 39.4km의 철도다. 올해 하반기부터 2년간 기본·실시설계를 통해 세부 노선과 역사 위치를 결정한 뒤 2021년 착공할 예정이다.

신안산선 복선전철도 이르면 연내에 착공한다. 2023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은 경기 안산(한양대역)에서 시작해 시흥·광명을 거쳐 여의도까지 43.6km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올해 3월넥스트레인(대표사 포스코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끝낸 만큼 사업은 본궤도에 다시 오를 전망이다. 신안산선이 들어서면 안산에서 여의도까지 대중교통 소요 시간이 1시간 30분에서 30분대로 단축된다. 안산선, 수인선, 소사~원시선, 인천발 KTX(고속철도) 등과도 연계돼 수도권 서남부 광역통망의 한 축이 될 전망이다.

국토를 동서로 잇는 동서 철도망 구간 중 일부인 월곶~판교 복선전철도 차근차근 착공을 준비 중이다. 현재 국토부와 기재부가 총사업비를 협의하고 있고 늦어도 올해 상반기 중에는 기본계획을 고시할 예정이다. 이후 2년 6개월간 기본·실시 설계를 마치고 2021년 초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GTX A노선 외에 이들 철도 역시 전철이 다니지 않았던 수도권 서남부 주요 지역을 잇는 노선이어서 수혜 지역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설명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