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방경진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남북자원협력실장
“마그네사이트·흑연·인회석 ‘알짜 광물’…남북 공동연구부터 시작해야”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방경진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남북자원협력실장은 12년간 남과 북을 오가며 자원 협력에 나서 온 ‘전문가’다. 또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된 황해남도 정촌 흑연광산 합작 사업을 지휘한 경험도 갖고 있다.


그는 북한 광물을 개발하기 위해 “외국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보다 손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물자원공사의 황해남도 정촌 흑연광산 합작 사업은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북한이 전면적으로 운영했고 남한은 시설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북한이 노동력을 투입하고 토목공사를 진행하며 광업권을 부여하고 남한은 운반 장비와 광산 장비를 투입했습니다.


이 사업으로 2007년부터 흑연을 생산해 낼 수 있었습니다. 생산량의 약 60%를 남한으로 가져올 수 있었죠.”


-북한 광물을 남한이 수입하게 된다면 양국은 어떤 이득을 얻게 될까요.


“남한보다 북한이 얻는 이득이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남한은 6대 전략 광종(유연탄·우라늄·철·동·아연·니켈)을 90% 이상 수입하고 있습니다. 남한으로서는 수입 비율에서 북한 광물을 늘려야 이득인데 북한의 광물을 수입하더라도 10% 내외밖에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광물을 계획 생산하고 있어 생산 규모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에요. 갱내 채광으로 생산에 한계가 있고 운반할 수 있는 양도 늘어나기 힘들죠.”


-남한이 주목해야 할 북한의 광종은 무엇인가요.


“우선 마그네사이트가 있습니다. 각종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은 세계 2위로 추정됩니다. 마그네사이트는 마그네슘을 뽑아낼 수 있는 광물로 철보다 강도가 7배 강하지만 3배 정도 가볍습니다. 따라서 자동차·비행기·인공위성을 만드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흑연도 부가가치가 높은 광종입니다. 흑연은 2차전지를 만드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인회석도 활용 가치가 높습니다.”


-남한은 북한 광물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나요.


“30년 넘게 한국광물자원공사 남북자원협력실에서 근무하며 북한에 30번 정도 다녀왔습니다. 저의 경험상 경제성을 따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우선 통관·통행·투자 보장이 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뛰어들지 못합니다.


민간 기업도 그렇지만 공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기업도 경영 평가를 받기 때문에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섣불리 들어갈 수 없죠. 동시에 북한 광산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북한은 그 어디에서도 매장량을 정확히 밝힌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남한은 북한 광물 매장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북한과의 공동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과 공동으로 연구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학술회를 정례화해야 합니다. 북한 자원 연구에 남한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남한 말고 북한 광물자원에 관심을 가질 만한 국가는 어디일까요.


“미국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비핵화하는 조건으로 철도와 발전소 등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 줄 가능성이 높죠. 이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 광물에 관심을 가질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러시아는 이미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2014년 포베다(승리)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의 철도를 현대화하고 거기에 드는 250억 달러의 공사비를 북한의 광물자원으로 상쇄한다는 협력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경쟁한다는 생각보다 협력을 통해 함께 북한 광물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 광산을 현대화하고 시설 투자도 공동으로 진행해 필요한 광산물을 함께 나누자고 해야 합니다.


또 중국의 선례를 참고해야 합니다. 중국은 북한 광물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어요(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에서 생산 가능한 728개의 광산 중 중국 기업이 진출해 생산하고 있는 광산은 7개뿐이다).


왜냐하면 중국이 광산에만 투자하고 발전소 투자에는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전력난으로 광산을 채굴할 때 주변 발전소에 대한 투자도 꼭 필요해요.”


-북한과의 경협 시 우려되는 점이 있나요.


“북한과의 합작 사업 시 가장 이득인 점은 저렴한 인건비예요. 그런데 공동 개발에 나설 경우 자칫하면 외국 노동자가 투입돼 인건비가 올라갈 수가 있어요. 그러면 외국 광물을 수입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싼 가격에 수입하게 될지도 몰라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북한은 인프라가 열악하고 광산을 개발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요. 이러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도 좋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통일 비용을 북한 광물 개발을 통해 상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 광물의 매장량을 정확히 알기 어려워 잠재적인 경제가치도 확실히 추산하기 어려워요. 따라서 북한 광물에 대해서는 ‘잠재가치액’보다 ‘판매 가능액’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