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06호 (2019년 01월 09일)

52억원 적자 발생한 신세계조선호텔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

-객실 점유율 미달…부대시설 부족하고 입지적 장점 없어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신세계조선호텔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가 고전하고 있다. 신세계의 첫 독자 브랜드 호텔인 만큼 업계 안팎에서 주목 맏았지만 가격과 콘셉트 모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싸늘한 시장 반응은 2018년 3분기 실적으로 반영됐다. 2018년 7월 오픈한 레스케이프 때문에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3분기 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레스케이프에서만 52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면세 사업을 떼어낸 뒤 독자 브랜드를 운영해 수익성 제고를 꾀했지만 오히려 적자 폭만 늘린 셈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앞서 독자 브랜드 호텔을 5개까지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면세 사업을 호텔에서 떼어내면서 앞으로 독자 브랜드를 호텔 사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레스케이프가 초기 시장 안착에 실패하면서 현재 기대감이 줄어든 상황이다. 부대시설에 비해 비싼 숙박비와 ‘중세 프랑스’를 본뜬 콘셉트에서 호불호가 나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부대시설 적지만 특급 호텔보다 비싸
 

호텔은 즉흥적이거나 충동적인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곳이다. 소비자의 관여도가 높고 재구매 고객이 높은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가치가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2017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텔업계는 국내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해외여행 대신 가까운 특급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호텔+바캉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부대시설 확보에 공을 들이고 타 업종과 손잡고 복합 문화시설로 거듭나는 상황이다.

실제로 특급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의 내국인 고객 이용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내국인 투숙은 주말·연휴·명절·휴가 시즌에 집중됐다. 하지만 레스케이프의 콘셉트는 이와 상이하다는 지적이다.

한 호텔 경영학과 교수는 “수영장 등 부대시설이 부족한 것도 레스케이프의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8년 12월 18일 레스케이프호텔의 등급을 4성급으로 확정했다.

앞서 레스케이프가 자발적으로 4성급에 대한 심사를 신청했다. 신세계는 애초에 부티크호텔을 표방했기 때문에 부대시설보다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통한 고객 경험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신세계 측은 “레스케이프는 특급호텔의 표준화된 서비스, 해외 비즈니스 출장객 비중이 높은 웨스틴조선호텔과 영업 정책은 물론 추구하는 가치가 상이하다”며 “부티크 호텔답게 새롭고 다양한 경험과 가치를 추구하는 레저 마켓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당초 레스케이프를 ‘어반 프렌치 스타일의 부티크 호텔’로 고급화한다는 전략이었다. 5성급 호텔의 기준에 연연하지 않은 대신 스위트 객실 비율을 높이고 고풍스럽고 독특한 인테리어와 미식 레스토랑 등을 들이는 데 주력했다.

파리 코스테스호텔과 뉴욕 노마드호텔 등 부티크 호텔 디자이너로 유명한 프랑스 자크 가르시아가 디자인을 맡으며 프리미엄 호텔로서의 입지 강화에 나섰다.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1일 단행된 그룹 임원 인사에서 김범수 총지배인을 보직에서 해임하며 레스케이프 실적 개선을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다. ‘비(非)호텔리어’ 출신 총지배인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범수 레스케이프 호텔 총지배인이 보직에서 해임된 건 6개월 만이다.

기존에 겸직하던 신세계조선호텔 식음기획담당 업무만 맡게 됐다. 그는 지난 14년간 미식 블로그 ‘펫투바하’를 운영해 온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1년 정용진 부회장의 권유로 신세계에 합류한 김범수 전 총지배인은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수제 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 푸드코트 ‘파미에스테이션’ 등 공간의 기획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레스케이프에서도 식음업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객실 경쟁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부티크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의 5성급 호텔인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 비해 더 비싼 가격대인 날도 많았다.



1월 3일 기준 레스케이프의 최근 30일간 1박 최저 가격은 21만원대다. 레스케이프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낮아진 가격이지만 여전히 같은 기간 서울 시내 5성급 호텔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인접해 있는 관광시설이나 녹지공간이 부족하고 사방이 건물로 막혀 있어 객실에서의 좋은 전망을 확보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특급호텔이 타 업종 혹은 호텔 내 부대시설과 연계해 내세우는 패키지 상품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레스케이프는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은 루프톱 수영장을 내세우며 객실 점유율이 70~80% 수준일 때 숙박률이 20~30%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측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여행 예약 사이트(OTA)와 협업 마케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채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성수기와 비수기, 요일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격 변동을 진행하고 있고 2019년에는 더 다양한 상품으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라·롯데 독자 브랜드는 순항 중 

반면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의 독자 브랜드 전략은 순항하고 있다. 두 호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는 고급화 전략과 4성급 호텔을 통한 가성비 전략이 모두 먹혀들었다.

호텔신라는 2018년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5208억원, 181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면세 사업이 수익을 이끌었지만 호텔 사업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호텔신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신라스테이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전국 11개 호텔의 지난해 매출은 85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영업이익은 44억원이다.

다양한 가격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내국인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이다. 평균 투숙률은 80%에 이른다.

호텔신라는 신라스테이와 신라모노그램를 통한 해외 진출에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베트남 다낭과 하노이에 진출한다. 2022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신라스테이 실리콘밸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미국 샌호세 알비소 지역에는 앞으로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가 들어서는 등 샌호세의 ‘엔터테인먼트 지구’로 개발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 내에 서울 시내 최초 전통 한옥 호텔 신축을 추진 중이다.

롯데호텔은 신라호텔보다 더 공격적으로 해외 무대를 넓히고 있다. 진출 지역도 미국·러시아·미얀마·베트남 등 다양하다.

특히 호텔롯데가 2015년 인수한 롯데 뉴욕 팰리스호텔은 13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년 연속 유엔 정기총회 때 투숙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롯데호텔은 국내외에서 30개 호텔 체인(객실 1만619개)을 구축하며 샹그릴라, 만다린 오리엔탈과 함께 ‘아시아 3대 호텔’로 올라섰다. 국내에서는 라이프스타일 호텔 L7,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 롯데시티호텔이 2018년 기준 매월 16% 성장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6호(2019.01.07 ~ 2019.01.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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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1-0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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