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북판 코엑스' 입찰 자격 ‘박탈’에 법정 공방 예고
- 코레일 “합당한 법적 절차” vs 메리츠 컨소시엄 “불가능한 요구”
1조7000억원짜리 서울역 북부 개발 사업…결국 소송전 번지나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사업비 1조7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이 시작부터 시끄럽다.

사업 발주처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7월 9일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이하 한화컨소시엄)을 선정했는데 경쟁사 중 한 곳이었던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메리츠컨소시엄)이 결과에 불복, 소송을 예고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만약 메리츠컨소시엄이 준비 중인 가처분 소송이 진행되고 법원에서 소송이 받아들여지면 주간사회사와 이해관계인들의 법정 공방으로 한동안 사업 표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사업 추진 시간만 소요하고 소송 당사자들 간의 의미 없는 자존심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금산법에 발목 잡힌 메리츠컨소시엄

서울역 북부 유휴 부지 개발 사업은 서울시 중구 봉래동 2가 122 일대의 코레일 부지를 서울역과 연계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컨벤션센터와 업무·숙박·주거·상업 등 복합 시설로 개발돼 ‘강북판 코엑스’로 불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입찰 공고 이후 수많은 기업들이 검토에 들어갔고 한화컨소시엄(한화건설·한화종합화학·한화역사·한화리조트·한화에스테이트)·메리츠컨소시엄(메리츠종금·롯데건설·STX)·삼성물산컨소시엄(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메리어트호텔·미래에셋) 등이 입찰에 참여해 경쟁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컨소시엄이 다른 경쟁사보다 약 2000억~3000억원 높은 입찰가인 9000억원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시돼 보였다.

하지만 코레일이 금융 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규정을 근거로 메리츠컨소시엄에 금융위원회 사전 승인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양 측의 주장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코레일은 메리츠컨소시엄에 “금산법 제24조 제1항에 따라 동일 계열 금융회사가 다른 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면 미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 올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컨소시엄은 절차상 문제점과 승인 시기의 부적절성을 들며 이를 거부했다. 우선 코레일의 금융위 사전 승인 요구는 공모 지침서상 절차에 명시되지 않은 규정이라는 주장이었다.

또한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아직 설립되지 않은 시점에서 금융위 승인을 요구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SPC 설립 과정에서 출자 비율이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양측의 팽팽한 싸움은 코레일이 메리츠컨소시엄을 자격 미비로 입찰에서 탈락시키는 한편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컨소시엄을,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삼성물산컨소시엄을 선정하면서 폭발했다.

메리츠컨소시엄은 즉각 반발했다. 메리츠컨소시엄은 “메리츠종금이 출자할 SPC는 아직 설립이 안 됐기 때문에 있지도 않은 회사의 지분 구조를 가지고 금융위의 승인을 얻으라고 하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다”며 “법적인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코레일은 “공모 지침서 제10조 4항을 보면 사업 신청자는 사업 수행이 가능하도록 관계 법령이 정하는 허가·인가·면허·등록·신고 등을 받거나 자격 요건을 구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다시 말해 사업에 참가하기 전 미리 금융위 승인과 같은 중요한 법률적 요건을 갖췄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레일 측은 “메리츠컨소시엄의 자격 박탈은 법령에 대한 법률 자문, 보완 기회 부여, 전문가 심의 등을 거친 정당한 절차였다”며 “메리츠컨소시엄에 비해 다른 경쟁 컨소시엄은 금융 계열사를 주간사회사로 내세우지 않아 문제를 원천 차단했고 법률을 준수했다”고 덧붙였다.

입찰 경쟁에 나섰던 한화컨소시엄과 삼성물산컨소시엄은 코레일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한화와 삼성물산컨소시엄에는 각각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 회사들을 주간가회사로 내세우지 않았다”며 “이는 사전에 금산법 위반 가능성을 검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의결권 지분율 20% 낮춰도 문제
1조7000억원짜리 서울역 북부 개발 사업…결국 소송전 번지나
코레일과 경쟁사들의 반박에 대해 메리츠컨소시엄 측은 SPC 설립 때 메리츠금융그룹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20% 미만으로 낮추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이러한 방법 역시 문제가 된다고 해석했다.

코레일 측은 “공모 지침서 제30조 3항에는 사업 신청 시 제출한 컨소시엄 대표자와 컨소시엄 구성원의 지분율은 SPC를 설립할 때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따라서 메리츠컨소시엄의 주장대로 지분만 2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사 향후에 메리츠금융그룹이 컨소시엄에 의결권 있는 지분율을 20% 낮추게 돼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컨소시엄의 지분에 따라 25%를 소유한 STX가 최대 의결권을 가지게 되며 이는 사업 주관자 변경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 측은 공모 지침서 제11조 5항에는 사업 신청 시부터 사업 준공까지 사업 주관자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2조 7항에서는 사업 주관자는 컨소시엄 구성원 중 최대 지분을 가진 자로서 구성원으로부터 본 사업 추진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자라고 밝히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컨소시엄의 주장대로라면 최대 지분을 투자하고서도 최대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최대 의결권을 가지게 될 STX는 신용 등급이 ‘C’에 불과하고 자본 총계도 공모 지침상 주간사회사 자격(500억원)에 미달한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와 장기적 임대 운영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메리츠금융그룹을 내세운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즉, STX가 실질적인 사업 주체지만 신용 등급이 낮아 주간사회사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메리츠금융그룹을 ‘위장 주간사회사’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 계획서 평가에서 신용 등급 평가 항목 점수를 높이기 위해 급하게 메리츠금융그룹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공모 지침서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하게 됐고 결국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때문에 메리츠컨소시엄의 주장이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발언이라는 말이 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우선협상대상자만 통과하면 SPC 지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논리는 결국 위장 주간사회사를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공모 사업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일이고 더 나아가 신용 등급이 높은 우량 금융사를 내세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지분을 부실 회사에 넘기거나 판매하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화컨소시엄이 강북 코엑스라고 불리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어떤 식으로 개발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서울역사 상업 시설도 한화역사가 운영권을 쥐고 있는 만큼 서울역 전반에 걸친 이미지가 한화의 색깔로 입혀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한화가 이곳에 랜드마크급 호텔을 건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역은 지하철 1·4호선과 경의중앙선·공항철도·KTX뿐만 아니라 추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까지 개통되는 교통 요충지인 만큼 내국인을 비롯해 외국인이 항상 모여들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이번 한화컨소시엄에 서울프라자호텔을 운영하는 한화호텔앤리조트가 포함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5호(2019.07.29 ~ 2019.08.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