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첫 브랜드 아파트 론칭 이후 20년 흘러
- 15위권 건설사 중 40%가 교체
“너도나도 새 브랜드 론칭”…아파트는 지금 ‘브랜드 2.0’ 시즌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아파트 브랜드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로고나 디자인을 새롭게 리뉴얼하는 차원이 아니다. 브랜드가 가지는 인지도와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브랜드 2.0’ 시즌이 됐다고 진단한다. 첫 아파트 브랜드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전후가 ‘브랜드 1.0’ 시즌이었다면 2020년을 앞둔 현재가 브랜드 2.0 시즌이라는 것이다.

브랜드 2.0이 1.0과 다른 점은 수요자의 욕구에 기반을 둔다는 점이다. 각종 아파트 만족도 설문 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동일 입지의 아파트 구입 시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이 브랜드다.

특히 재건축과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는 수주로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강남 등 도시정비사업 인기 지역에서는 조합원들이 인기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건설사가 아니면 입찰에 참여시키지도 않는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다른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좀 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브랜드 속속 도입하고 있다.

◆ 리뉴얼·하이엔드·완전 교체 줄이어
“너도나도 새 브랜드 론칭”…아파트는 지금 ‘브랜드 2.0’ 시즌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권 건설사 중 40%(6곳) 정도가 올해 아파트 브랜드를 리뉴얼했고 몇몇 건설사들도 연내 개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시공능력평가 7위)과 함께 사용하는 주거 브랜드 ‘힐스테이트’ 명칭 표기 시 영문을 없애고 한글로 단일화했다.

또 국내 최고 건설사라는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BI)와 자사 로고를 함께 표기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수주를 위해 2015년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선보인 바 있다.

대우건설(5위)도 지난 3월 자사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16년 만에 리뉴얼했다. 푸르지오의 브랜드 철학을 ‘본연이 지니는 고귀함’으로 새롭게 정립하고 브랜드 로고 색상도 기존 초록색에 검은색 잉크를 한 방울 더한 ‘브리티시 그린’으로 바꿨다.

단순한 브랜드 리뉴얼만은 아니다. 새로운 BI에 맞춰 차별화와 친환경, 입주민 서비스 등을 강조한 4가지 프리미엄 상품군도 출시했다. 또한 대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푸르지오써밋’도 론칭해 운영 중이다.

롯데건설(8위)은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롯데캐슬 3.0’을 올 1월 공개했다. 기존 롯데캐슬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보다 간결하고 실용적으로 변경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건설은 조만간 하이엔드 브랜드도 선보일 계획이다. 호반건설(10위)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주상복합 단지에 적용한 ‘호반써밋플레이스’를 ‘호반써밋’으로 리뉴얼하는 한편 자사 아파트 브랜드 ‘베르디움’의 BI 디자인을 변경했다.

한화건설(12위)은 아예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했다. 2001년부터 사용해 오던 아파트 브랜드 ‘꿈에그린’과 주상복합·오피스텔 브랜드 ‘오벨리스크’를 대체하는 통합 브랜드 ‘포레나(FORENA)’를 선보였다. 한화건설은 8월 이후부터 분양하는 단지에 적용하기로 했다.

중견 건설사들도 브랜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태영건설(14위)은 정사각형 프레임과 로고 타입을 조합한 새로운 ‘데시앙’ BI를 선보였고 신세계건설(29위)은 ‘빌리브’ 브랜드를, 쌍용건설(32위)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예가’와 주상복합·오피스텔 브랜드인 ‘플래티넘’을 통합한 ‘더 플래티넘’을 올해부터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 한화건설 관계자는 “브랜드 경쟁이 심화되면서 브랜드 고급화에 대한 소비자 요청이 지속되고 있다”며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고 수주·영업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급 이미지를 강화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최근 들어 프리미엄을 강조한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는 이유는 결국 소비자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사는 공간이 특별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완벽한 단 하나의’ ‘특별한 당신만을 위한’ 등과 같은 카피를 입힌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 재건축·재개발 넘어 지방도 휩쓸어

건설사들의 새로운 브랜드 론칭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특히 큰돈이 몰리는 강남권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 빛을 발한다.

현대건설은 2015년 기존 힐스테이트와 차별되는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선보인 이후 그해 4월 삼호가든 3차 재건축 수주를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2년 뒤인 2017년 개포 주공 3단지 재건축(디에이치아이너힐스) 시공권을 따냈고 이후에도 방배5구역, 반포주공 1·2·4주구, 대치쌍용2차 등에 ‘디에이치’ 간판을 달 수 있었다.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 이후 다수의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을 확보한 셈이다.

대우건설 역시 푸르지오써밋이라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워 서초삼호1차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점유했다. 지난해 9월 강남권 내 사업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되는 신반포 15차 재건축 사업 수주에도 성공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를 일찌감치 론칭(2013년)한 대림산업 역시 아크로리퍼파크(신반포)를 비롯해 아크로리버뷰(반포)·아크로서울포레스트(성수)·아크로리버하임(동작) 등 강남 노른자위 재건축 단지를 다수 수주했다. 이에 더해 2017년에 서울 집값을 견인하는 강남3구 멤버인 서초동에서 동아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도 했다.

덩치가 큰 건설사만 하이엔드 브랜드를 만든 것은 아니다. 중견 회사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는 추세다. 두산건설은 ‘더 제니스(THE ZENITH)’ 브랜드로 지방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부산 내 부촌으로 평가되는 센텀시티에서 두산위브제니스 위용은 대형 건설사 못지않다.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들의 인기는 지방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2018년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방에서 분양된 단지는 총 220개 단지로 총 청약자 수는 120만8099명이었다.

이 중 10대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는 49개 단지(컨소시엄 포함)로 전체 분양 단지의 약 4분의 1에 불과했다. 반면 청약자는 전체의 절반이 몰렸다. 브랜드 단지 총 청약자는 57만2905명으로 전체 청약자의 약 47.42%에 달했다.

1순위 경쟁률 상위 단지에서도 브랜드 아파트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지방 1순위 평균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중 7개 단지가 브랜드 아파트였고 7개 단지에는 총 29만574명의 청약자가 신청, 전체 청약자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청약자들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7호(2019.08.12 ~ 2019.08.1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