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스타트업 ‘더트라이브’, 기존 구독료 50~70% 수준
- 현대차·금융사도 파트너로 참여
국내서 자리 못 잡은 ‘자동차 구독’ 모델…중고차로 가격 낮춘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국내에서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제조사 중심으로 조금씩 선보이던 구독 서비스는 시장의 기대치보다 높은 이용 요금으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지만 최근 한 스타트업이 중고차를 이용한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늦어도 9월 안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는 ‘더트라이브’라는 스타트업이 그 주인공인데, 이 회사의 서비스는 미국의 중고차 소매 핀테크 기업 ‘페어(Fair)’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가 생각하고 있는 사용료에 맞춰 차량·연식·주행거리 등을 고려해 중고차를 제공한다. 더욱이 구독 기간 동안 차량에 대한 보증과 애프터서비스는 물론 보험료까지 지원하는 세부 서비스가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와 수요자들이 서비스 출시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미국·유럽에서 급성장하는 구독 시장

제조·중고차·렌터카·리스·카셰어링·금융사 등 중고차와 연관 있는 업계에서는 더트라이브가 시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 상당히 신경 쓰는 분위기다.

우선 구독 시장 형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판매→할부→렌트→리스까지 잘 진화해 온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이 유독 일정 기간 사용료를 내고 이용하는 구독 시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구독 서비스 흐름과는 상반된다. 미국과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구독 시장이 시장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고 구독 전문 서비스 업체인 페어(미국)와 드로버(영국) 등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미국은 구독 서비스 이용자가 2년 만에 3만 명을 넘어섰고 서비스 제공 기업 페어는 1조원 투자 유치를 이끌어 냈으며 드로버는 현재 구독자가 3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반면 국내는 제조사인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차 그리고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당초 목표의 50% 이하의 실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 특성상 새 차를 서비스로 제공하다 보니 감가상각과 수익 구조에 따른 이용 요금이 비싸 소비자들에게 잘 먹히지 않는다. 현대차 차량 구독 서비스의 월 이용료는 ‘제네시스 스펙트럼’ 149만원, ‘현대 셀렉션’ 월 72만원,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 월 129만원 등이다.

수입차 업체 중엔 BMW 미니(MINI)가 유일하게 구독 서비스인 ‘올 더 타임 미니’를 선보이고 있는데 차량에 따라 월 89만9000원, 99만9000원으로 역시 이용료가 비싸다. 올 더 타임 미니 역시 당초 목표보다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차량 구독 서비스와 비슷한 장기 셰어링 서비스를 내놓은 카셰어링 기업 쏘카의 ‘쏘카 페어링’이 월 47만9000~119만원대로 비교적 가격대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차량 소유자가 따로 있다는 점에 진정한 구독 서비스와는 거리가 있다.

아직 더트라이브 구독 서비스에 대한 월 사용료는 발표되지 않았는데 현재 제조사들이 선보인 구독 가격의 50~70%대로 선정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관련 업계 관심과 지원 쏟아져
국내서 자리 못 잡은 ‘자동차 구독’ 모델…중고차로 가격 낮춘다
이렇다 보니 관련 기업들과 잠재적 이용 고객들은 더트라이브가 내놓을 중고차 구독 서비스가 구독 시장 형성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매매 상사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더트라이브라는 구독 서비스가 제대로 출시된다면 중고차 시장은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오히려 중고차 업자에게는 판매처가 다변화되는 셈이니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중고차 플랫폼 몇몇 곳은 더트라이브에 중고차 시세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파트너로 관계를 맺기 위해 협의 중이다.

금융사들의 기대도 크다. 자동차 금융시장이 큰 만큼 많은 금융사와 카드사가 더트라이브 파트너사로 등록해 놓은 상태이며 구독 서비스 전용 금융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조사인 현대차도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현대차 ‘MaaS(Mobility as a service) 개발팀’을 투입해 구독 서비스 전용 단말기를 개발 중이다.

이들 업체들이 더트라이브에 거는 기대는 단순히 구독 시장 형성만은 아니다. 신뢰가 좀처럼 쌓이지 않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보증이다. 중고차는 차량 보증·가격·애프터서비스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진 시장이다.

하지만 더트라이브의 구독 서비스로 이용하면 차량에 대한 보증은 물론 이용하는 기간 내내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차 시장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트라이브 구독 서비스를 사전 예약한 한 구독자는 “새 차를 사기엔 부담이 되고 중고차를 사자니 차량에 대한 품질에 대한 걱정이 컸다”며 “월 50만원대의 차량 구독을 생각 중인데 이 정도 가격이면 차량 감가삼각·정비·보험료를 생각하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더트라이브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5000만원, AI엔젤클럽 1억4000만원, 현대차 스타트업 육성팀 1억원,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TIPS)) 창업팀 선정으로 6억원 등 약 9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 [인터뷰]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
- “3분기 내 정식 서비스 론칭…중고차 거래 대체재 될 것”
국내서 자리 못 잡은 ‘자동차 구독’ 모델…중고차로 가격 낮춘다
2016년, 34세에 모아 뒀던 5000만원을 투자해 벌인 사업 ‘더트라이브’. 전민수 더트라이브 대표가 직장 생활을 하던 당시 외국(인도)에 파견 나가 차를 구매할까 망설이던 자신의 모습을 보며 생각한 아이디어가 시발점이었다.

중고차 구독이라는 생소한 서비스에 벤치마켓 할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준비했다. 투자 유치와 협력사 모집, 플랫폼 개발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드디어 그동안 준비한 서비스의 냉정한 평가를 받으러 나선다. 전 대표는 담담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그가 만든 구독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 더트라이브는 어떤 회사인가.
“더트라이브는 중고차 구독 서비스를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스타트업이다. 서비스는 평균 연식이 3년 정도 된 중고차를 단기 대여해 주는 방식이다. 일반 신차는 감가가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우선 신차처럼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중고차를 사업 대상으로 삼았다.”

▶ 사업 추진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더트라이브 창업은 2016년이다. 하지만 이 사업 모델에 대한 관심은 2014년부터 가지고 있었다. 인도 자동차 이커머스 플랫폼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데 인도에서 일하면서 자동차 소유와 공유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차를 살 때 급작스럽게 목돈이 나가거나 소유했을 때 부대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 봤다. 이 무렵부터 차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 정식 서비스 시작은 언제인가.
“올해 3분기 내로 준비하고 있고 이르면 8월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한국판 페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차이점이 있다면.
“페어와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자는 것이 다르겠다. 국내는 중고차 거래가 활발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중고차 거래에 대해 불안감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고차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두운 면을 해소할 수 있는 대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구독 서비스 이용객 연령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아무래도 50대 이상은 자동차를 직접 소유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 초년병인 30대와 40대까지가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차를 보유하는데 큰 목돈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젊은 고객층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빠른 주기로 차량을 교체하고 싶어 하는 욕구 또한 젊은 층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 서비스 론칭 후 구독자는 얼마나 유치할 것으로 보나.
“현재 구독 예약자는 20명 정도이고 올해 말 목표는 300명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22년 1만5000명을 목표로 삼고 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9호(2019.08.26 ~ 2019.09.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