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1년 새 2건의 기술수출로 계약금만 255억원
-“독창적 신약 개발 기술 성과”
R&D 플랫폼으로 연타석 홈런 친 JW중외제약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수액제 점유율 1위 기업 JW중외제약이 연이어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8월 아토피 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을 덴마크 레오파마에 넘긴 데 이어 최근 중국 심시어파마슈티컬그룹 계열사인 난징 심시어동유안파마슈티컬(이하 심시어)과 통풍 치료제 파이프라인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JW중외제약은 2건의 기술수출로 총 2200만 달러(약 260억원)의 계약금을 챙겼다. 이는 JW중외제약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216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한 파이프라인 탐색 등 차별화한 연구·개발(R&D)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JW중외제약은 아토피 치료제에 이어 통풍 치료제의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잠재 성장성과 기업 가치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토피·통풍 치료제 파이프라인 기술수출

JW중외제약은 중국 심시어와 통풍 치료제 파이프라인 ‘URC102’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9월 27일 공시했다.

JW중외제약은 심시어에 URC102에 대한 중국(홍콩·마카오 포함) 시장에서의 독점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넘겼다. 총계약 규모는 7000만 달러(약 820억원)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만 달러(약 60억원)와 임상 개발·허가·상업화·판매 등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으로 최대 6500만 달러(약 760억원)를 보장받았다.

제품 출시 이후 심시어의 순매출액에 따라 10% 이상의 로열티도 받는 조건이다.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의 URC102에 대한 권리는 JW중외제약 소유다.

통풍은 크게 요산이 체내에 너무 많이 생성되는 ‘과다 생성형’과 요산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 ‘배출 저하형’으로 구분된다. 통풍 환자 중 약 90%가 배출 저하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존 배출 저하형 통풍 치료제는 부작용 문제로 처방에 제한이 있다.

URC102는 배출 저하형 통풍에 유효한 파이프라인으로 요산 배출을 촉진한다. JW중외제약은 총 140명의 통풍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a상에서 URC102의 안전성과 혈중 요산수치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심시어는 종양·신경·염증·면역 질환 분야의 R&D 중심 제약 기업이다. URC102로 중국 시장에서 통풍 분야를 새롭게 개척해 나간다는 목표다. 중국은 통풍 치료제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시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세계 통풍 환자 약 3500만 명 중 중국 환자가 약 1400만 명(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국 통풍 치료제 시장은 1억514만 달러(약 1230억원)로, 세계시장(26억6811만 달러)의 4%에 불과다.

JW중외제약은 중국 기술수출을 계기로 다른 국가에 대한 기술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를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글로벌 기술이전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약 3조원 규모인 세계 통풍 치료제 시장은 2025년께 약 1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열 JW중외제약 개발본부장은 “잠재적 성장성을 고려해 중국을 1차 타깃으로 전략적 기술 제휴 사업을 전개해 왔다”며 “최근 통풍 치료제의 부작용 이슈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신약에 대한 수요가 높고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URC102의 글로벌 진출 기회를 더욱 다각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은 이번 계약에 앞서 지난해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8월 덴마크 레오파마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JW1601’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총계약 규모는 4억200만 달러(약 4700억원)다.

JW중외제약은 한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에서 JW1601을 독점적으로 개발하는 등 상업화 권리를 넘기는 조건으로 레오파마로부터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1700만 달러(약 200억원)를 받았다.

JW중외제약은 또한 임상 개발부터 판매까지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최대 3억8500만 달러(약 4500억원)를 받기로 했다. 제품 출시 이후 레오파마의 순매출액에 따라 최대 두 자릿수 비율의 로열티도 받기로 합의했다.

JW1601은 ‘히스타민 H4’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 세포의 활성과 이동을 차단하고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의 신호 전달을 억제한다. 피부에 바르는 기존 아토피 치료제와 달리 먹는 약으로 개발 중인 만큼 환자의 편의성도 개선할 수 있는 혁신 신약(first-in-class) 파이프라인으로 꼽힌다.

JW중외제약은 지난 1월부터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 1상 시험(반복 투여)을 진행 중이다. 단회 투여 임상 시험은 최근 마쳤다. 레오파마는 JW중외제약의 임상 1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시험 계획(IND)을 신청한 상태다.

이 본부장은 “한국인 대상 단회 투여 시험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레오파마도 신속히 IND를 신청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레오파마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JW1601을 글로벌 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아토피 피부염 신약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파이프라인 9종 발굴
R&D 플랫폼으로 연타석 홈런 친 JW중외제약
JW중외제약은 연이은 기술수출의 비결로 인공지능(AI)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과 독창적 신약 개발 기술을 꼽는다. JW중외제약 신약연구센터는 생체 현상을 조절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모방한 2만5000여 종의 화합물 라이브러리인 ‘주얼리(JWELRY)’를 보유하고 있다.

JW중외제약 신약연구센터는 Wnt 신호전달 경로에 작용하는 화합물을 선별하는 ‘고속 스크리닝 시스템(HTS)’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Wnt 신호 전달 경로를 억제하거나 활성화하는 저분자 화학물질을 발굴해 항암제와 면역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탈모·치매 등 재생의학 분야로도 개발 영역을 확대 중이다.

JW중외제약의 자회사 C&C신약연구소는 AI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인 ‘클로버’를 보유하고 있다.

클로버는 직접 실험하지 않고도 질환 특성에 맞는 파이프라인을 골라낸다. 다양한 암환자의 세포주를 이용한 약물 스크리닝과 약물 설계 프로그램 등이 데이터베이스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 특성에 맞는 파이프라인을 골라내고 상용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해 항암제 등 10여 종의 파이프라인을 발굴한 상태”라며 “앞으로도 기술수출과 같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의 상업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9호(2019.11.04 ~ 2019.1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