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유통·서비스’ 모두 혁신
- 지난해 상반기 매출이 2016년 전체 매출보다 커
‘밀레니얼 세대의 명품’ 된 구찌의 성공 키워드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대표적 명품 브랜드 구찌(GUCCI)의 질주가 놀랍다. 도무지 멈출 줄 모른다. 한물간 브랜드로 불렸던 세간의 평가가 무색할 정도다. 구찌 매출의 고공 행진은 연간 재정 보고서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구찌의 연간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구찌의 매출은 39억 유로(약 5조1082억원)로 전년인 2015년 38억 유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매출이 43억 유로로 오르며 12.7% 성장에 돌입했다.

이후 2017년에는 매출이 62억 유로(41.8%), 2018년에는 82억 유로(33.4%)로 크게 뛴데 이어 2019년에는 상반기에만 46억 유로를 달성하기도 했다. 막 성장세에 돌입한 2016년의 매출과 비교하면 2019년도 상반기 매출이 2016년도 전체 매출보다 많다. 4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매출이 무려 두 배 오른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구찌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작년 6월부터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가 격화하면서 아시아 명품 시장이 위축된 점과 지난해 세계 명품 성장률이 4%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찌는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 성공 비결① 사람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감각
‘밀레니얼 세대의 명품’ 된 구찌의 성공 키워드
구찌 부활의 일등 공신은 단연 ‘사람’이다. 구찌는 1998년 최대 전성기를 맞이한 이후 하락세를 걸었다. 이후 2014년 무명 디자이너였던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발탁했다.

이때만 해도 명품업계에서는 ‘구찌가 진짜 망해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CD라는 자리가 브랜드의 정체성과 콘셉트를 총괄하는 역할인데 무명 디자이너가 제대로 해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더욱이 미켈레 CD가 2015년 발표한 구찌의 디자인은 업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절제된 구찌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형형색색의 꽃과 나비·새·잠자리·도마뱀 등을 요란하게 수놓아 경쟁사들의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미켈레 CD의 감각은 탁월했다. 촌스럽고 요란한 듯 보인 이 디자인은 자연미를 살린 빈티지 미학으로 칭송받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다. 세월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던 구찌에 질렸던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깬 미켈레 CD의 화려한 디자인에 열광했다.

특히 과하다 싶은 패턴에 다채로운 색채가 더해진 구찌 컬렉션은 개인의 개성과 만족감을 추구하는 중국의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자)와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자)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며 중국 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품 브랜드로 거듭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과 영국에서 ‘잇츠 구찌(It’s gucci)’라는 속어가 10대와 2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무언가가 ‘힙(hip)하고 쿨하게 느껴지는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구찌의 디자인을 보고 비웃은 경쟁사들을 놀리는 말이기도 했다.

구찌의 인기는 국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도 유독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한 마케팅연구소가 전국 15~34세 남녀 중 최근 6개월 내 패션 제품 구매 경험자 500명을 대상으로 패션 명품 브랜드 인식과 소비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로 구찌가 꼽혔다.

응답자의 41.2%가 구찌를 지목했고 그 뒤를 이어 샤넬(24.8%)과 루이비통(7.2%)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구찌는 10대 후반(61.9%)에게 가장 인지도 높은 브랜드로 30대 초반(21.8%)의 인지도와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 성공 비결② 온라인
- 명품업계 최초 온라인 전용 상품 출시


구찌의 성공 전략 중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로 꼽아야 하는 것은 바로 온라인 강화다. 반대로 그동안 어지럽게 형성돼 있던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정리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실제로 구찌는 한창 어려움을 겪던 기간인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20개나 되는 매장을 열었다. 심지어 중저가 백화점에서도 팔았다. 문제를 인식한 구찌는 2016년부터 과감하게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했다.

그 대신 온라인 강화에 더욱 힘을 쏟았다.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구색 맞추기 식으로 웹사이트를 운영해 왔던 것과 달리 구찌는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을 전개했다. 구찌는 ‘구찌닷컴’을 통해 ‘온라인 전용’ 상품들을 출시했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절대 구매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차별성을 뒀다.

이와 함께 구찌는 소셜 미디어가 젊은 층들이 브랜드에 관해 이야기하는 메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임을 인지하고 스냅챗과 인스타그램 같은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제품 가격을 내리지는 않되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액세서리 아이템을 위주로 해당 채널의 콘텐츠를 기획한 것이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젊은 작가나 연예인 등 인플루언서들을 섭외해 구찌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각종 온라인 채널을 통해 홍보에 나섰다. 현재도 구찌는 지속적으로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소셜 미디어에 제품을 노출시키고 있다.

◆ 성공 비결③ DIY
- 고객 맞춤 서비스 라인 확대


구찌의 다양한 시도 중 고객들을 가장 감동시킨 사례를 꼽으라면 바로 ‘DIY(Do It Yourself)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구찌는 명품업계 최초로 고객의 개성을 반영한 맞춤형 디자인 가방을 2017년부터 선보였다.

제품에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동식물 자수를 넣거나 다양한 색상의 악어가죽·뱀가죽·스웨이드(새끼 양이나 새끼 쇠가죽 뒷면을 보드랍게 가공한 가죽) 소재를 장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밀라노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 플래그십 매장에서 처음 시작한 이 DIY 서비스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 매장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구찌는 현재 가방을 비롯해 에이스 스니커즈와 프린스타운 신발, 일부 남녀 의류 등에 DIY 서비스를 적용 중이다.

한편 구찌는 입생로랑·보테가베네타·발렌시아 등을 보유한 명품 패션 기업 케어링그룹 내 하나의 브랜드지만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케어링그룹의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명실상부한 간판 브랜드로 거듭났다.

케어링그룹의 2019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케어링그룹의 전체 매출 76억 유로(약 10조3600억원) 중 구찌의 매출은 46억 유로(약 6조원)로 전체 그룹 매출의 62%를 차지한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