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혁 대명코퍼레이션 사장

[스페셜 인터뷰] “신성장 동력, ‘상조’와 ‘항공’서 찾겠다”
대명그룹은 한국의 종합 레저 사업 부문에서 독보적인 1등 기업이다. 관계사인 대명코퍼레이션은 그룹의 사업 다각화와 신성장 동력을 찾는 핵심 기업. 그룹 내 ‘신사업본부’에서 출발할 때부터 대명코퍼레이션을 이끌고 있는 이는 서준혁(31) 사장이다.

기업의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일만큼 중차대한 임무가 또 있을까. 30대 초반의 젊은 최고경영자(CEO)에게 이런 막중한 임무가 맡겨진 데는 이유가 있다. 서 사장은 창업자인 고(故) 서홍송 회장의 외아들로, 현 박춘희 회장에 이어 대명그룹을 이끌어갈 2세 경영인이다.

미래의 CEO가 그룹 전체의 성장 동력을 찾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룹의 미래 전략, 사업 비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추진력, 오너로서의 카리스마는 여느 중견 CEO 못지않다는 게 그를 바라보는 업계의 평가다.

대명코퍼레이션의 설립 배경이 궁금합니다.

대명그룹의 메인 스트림은 역시 레저 부문입니다. 업계 1등이지만 콘도미니엄 사업이라는 게 현금 유동성도 떨어지는 등 내실을 기하기 힘든 구조죠. 앞으로 3~5년 안에 5개 정도의 호텔과 리조트를 새로 오픈할 예정이지만, 정말 보수적으로 잡아도 10년 후에 지금과 같은 대명그룹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신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계기죠.

경험과 나이에 비해 비즈니스 감각이 좋은 것 같습니다.

경험 이야기를 하자면 ‘신사업본부’ 시절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군요. 사실 2007년 대명에 처음 들어와 처음 한 게 대명관광을 종합 여행사로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엔 버스 운행만 했죠. 결론을 말씀드리면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고 사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의욕만 앞섰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비용 구조나 사업 방향이 완전히 엉터리였죠. 1년도 안 돼서 문을 닫았습니다.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벌인 첫 사업이 실패한 거죠. 그룹 내에서도 ‘서준혁은 아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어요.

그래서 법인을 분리해 나오신 겁니까.

그룹 전체적으로도 신사업에 대한 공감은 충분했어요. 하지만 누구도 직접 나서는 사람이 없었죠. 독이 든 성배라고나 할까요. 어차피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책임질 사람이 저니 “제가 하겠다”고 자원한 격입니다. 사실 회사 안에선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법인을 분리하고 사무실도 따로 얻었죠.

[스페셜 인터뷰] “신성장 동력, ‘상조’와 ‘항공’서 찾겠다”
2세 경영인이라는 후광효과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재계의 많은 2~3세들이 회사의 엄청난 지원을 받으며 신사업을 추진하곤 하죠. 물론 저도 비즈니스 환경면에서 다른 분들보다 유리한 면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조심했던 것이 ‘경험도 미천한 사람이 회장 아들이라는 것만으로’라는 식의 구설이었습니다. 종로에서 33㎡(10평) 남짓한 오피스텔을 얻어 직원 5명으로 출발했습니다. 적금 하나 든 것을 깨 자본금 3억 원을 마련했죠.

법인 설립 3년 만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처음 시작은 ‘베거백’이라는 외식 부문이었습니다. 2009년 봄에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는데, ‘오너, 회장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CEO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현재는 외식, 대명리조트 안의 유통사업부로 시작한 굿앤굿스(유통), 일반 자재·건자재·식자재를 통합한 구매 부문, 에어아시아 등의 항공·호텔 사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요 자회사로 ‘대명라이프웨이’ 등이 있죠.

대명라이프웨이로 상조업에 뛰어든 게 화제입니다.

기존 레저업과 시너지를 낼 사업 영역을 찾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 끝에 나온 게 대명라이프웨이입니다. 처음엔 상조업이 있는 줄도 몰랐죠. 그러다 2009년 가을쯤에 처음으로 지인에게 상조 비즈니스를 들었습니다. 얘기를 듣고 공부를 해가며 ‘이거다’라는 판단이 섰죠.

대명라이프웨이가 기존 브랜드에 비해 갖는 장점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대명만큼 상조 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레저와 상조는 모두 서비스업입니다. 대명코퍼레이션을 설립하면서 ‘휴먼 네트워크 비즈니스’ 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미래 비전을 선포했습니다.

레저업 자체가 웰빙을 추구하는 것인데, 즐기는 것 못지않게 ‘웰다잉’도 소중하죠. 최고의 의전 서비스는 물론 건강검진, 리조트와의 제휴 서비스 등이 이뤄집니다. 장례식장과 묘원을 한꺼번에 서비스하는 수직 계열화가 가능한 곳도 대명라이프웨이뿐이죠.

앞으로 그룹의 운영 계획과 비전이 궁금합니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철칙은 ‘문어발식 확장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지 못하면 가치가 없다는 뜻이죠. 우선 비즈니스호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올해 안에 명동 론칭을 시작으로 강남과 홍대 등 외국 관광객 수요가 많은 곳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항공 관련 신규 사업도 준비 중입니다. 지금은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의 한국 영업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어아시아는 아시아 최대의 저가 항공사죠.

항공 사업에 대한 관심이 특히 큰 것 같습니다.

현재는 외국 항공사들의 한국 내에서의 공항 운영과 마케팅 등에 그치고 있습니다. 리조트 사업의 해외 진출도 꼭 필요한데, 그러려면 교통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항공 사업 진출을 추진 중인 이유죠. 기존 국적사 같은 매머드급은 힘들어도 저가 항공사 수준은 뛰어넘는 콘셉트가 아닐까 합니다.

호텔로 치면 특급 호텔 밑의 ‘부티크’ 호텔 개념이라고 보면 좋을 듯하군요. 앞으로 대명그룹은 네 개의 큰 축으로 운영될 것입니다. 태생이 건설인데, 현재 도급 순위 90위권인 대명건설을 5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건설·레저·(상조를 바탕으로 한)실버·항공 사업에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젊은 CEO로서 특별한 경영 원칙이 있습니까.

무엇보다 사람, 즉 인재 관리에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 인력입니다. 대명의 각 사업장도 관리자급 여성 직원을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죠. 앞으로 3년, 늦어도 5년 안에 팀장급의 30% 이상을 여성 인재들이 맡을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레저·라이프웨이 등은 여성의 섬세한 터치가 필요한 대표적 사업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여성 스스로도 역차별에 대한 한계를 두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약력 : 1980년생. 2008년 대명레저산업 신사업본부 본부장. 2008년 대명코퍼레이션 사장(현). 2010년 대명라이프웨이 사장(현). 2011년 대명엔터프라이즈 사장(현).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