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업계의 이단아’…XGOLF 이어 “O2O로 재도약”}
조성준 그린웍스 대표 “반바지 라운딩, 국내선 왜 안 되죠?”
(사진) 조성준 그린웍스 대표.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XGOLF는 2003년 설립 이후 국내 온라인 골프 부킹 업계 1위에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회원이 70만 명으로 ‘고객은 갑이고 골프장이 을’인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XGOLF는 지난해 매출 51억원, 영업이익 10억원 정도를 거뒀다. 올해는 매출 70억원에 영업이익 2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골프와 부킹’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넘어 골프의 대중화 바람을 선도해 온 조성준 그린웍스 대표의 경영 비결은 뭘까.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충암고 졸업 후 미국 새크라멘토주립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했어요. 2남 2녀 중 막내입니다.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에 돌아와 보니 가족은 물론 장모까지 모시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가족 중 세 명이 보살핌이 필요한 선천적 장애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일반 기업 연봉으로는 생계 자체가 어려웠죠.

가족 모두를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사업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유학 시절 눈여겨봤던 골프 부킹 대행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죠.

13년 전 친구와 만든 법인이 ‘그린웍스’입니다. 골프 부킹 사이트는 ‘XGOLF’고요.

XGOLF, 긍정적 이미지는 아니었어요. 골프라는 단어 앞에 ‘엑스(X)’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자극적으로 비칠 수 있는 시대였죠. 하지만 적어도 네이밍에 있어서는 차별화를 두고 싶었습니다.”

▶안착 비결은 뭔가요.

“당시 한국의 골프장은 190개 정도였어요. 알아서 잘됐기 때문에 제삼자의 도움이 필요 없었죠. 가만히 있어도 고객이 먼저 골프장을 찾아오던 때였으니까요.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골프 부킹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었어요. 국내에도 비슷한 사이트가 하나 있었는데 저는 그야말로 발로 뛰었습니다.

창업 후 7년 동안 온 골프장을 돌아다니며 ‘ARS 예약 시대는 끝났다’고 설득했죠. ‘온라인 골프 부킹 서비스로 전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어요.

그러다 정부 규제가 완화되고 골프장 인허가가 활발해졌어요. 우리 회사가 빛을 발하는 시점이 온 거죠.

극장이나 야구장 티켓은 수수료 없이 누구나 살 수 있어요. 반면 골프장을 예약할 땐 회원과 비회원에 따라 책정 가격이 다릅니다. 멤버십을 이용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사례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 다 아실 겁니다.

현재 퍼블릭 골프장과 회원제 골프장 비율이 50 대 50으로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향후엔 퍼블릭 골프장 비율이 점점 높아질 겁니다.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해당 골프장 회원은 2만~3만원대 수수료만 내고 라운드를 할 수 있어요. 비회원은 어떻습니까. 20만~30만원의 높은 그린피를 지불해야만 라운딩이 가능해요. 정말 불합리하지 않습니까.

포기하기 싫어 끈질기게 노력했더니 지금은 골프 좀 즐긴다고 하는 사람은 XGOLF를 이용해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경영자로서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 회사 설립하고 아무것도 모를 때는 ‘고객에게 잘해야 한다’고 무작정 임직원을 쪼아대기만 했죠. 경영 노하우가 어느 정도 쌓이고 난 후엔 ‘임직원이 행복해야만 고객에게도 긍정적 에너지가 전달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창립 10주년 행사 때는 현금 1억원을 직원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고요. 연차가 어느 정도 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여행을 보내고 명품 지갑에 5만원권을 여러 장 채워 선물로 주기도 했죠. 직원들이 기뻐하는 걸 보면 저도 힘이 솟았습니다.”

▶업계 최초로 ‘골프장 반바지 라운딩 캠페인’을 진행하셨는데.

“최근 외국 골프 대회에선 유명 골퍼들이 반바지를 입고 필드 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곤 하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반바지 차림으로 라운딩을 즐긴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요.

예전과 달리 골프장이 고객을 고르는 게 아니라 고객이 골프장을 골라 가는 시대가 됐어요. 섭씨 영상 40도에 달하는 한여름 불볕더위에 발목까지 오는 긴 바지를 착용하라고 강요하는 기존 골프장들의 규제는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트렌드가 변한 만큼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골퍼들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 골프장 반바지 라운딩 캠페인을 3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70여 개 골프장이 동참하고 있고요.

다른 골프장도 굳이 반바지를 착용한 채 자유롭게 라운딩을 즐기려는 신혼부부 등을 막지는 않는 분위기가 됐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국내 골프 문화, 더 바뀌어야 합니다.”

▶오프라인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요.

“요즘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가 이슈잖아요. 기존엔 사업 모델 자체가 고객을 모아 골프장에 보내는 일이었는데, 이용 고객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골프장 측에서 위탁 운영 제안이 들어오더라고요.

파주에 있는 ‘데니스GC’를 운영한 지 두 달 정도 됐고 논현동에 있는 골프 연습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4인 무기명 회원권이 대세인 만큼 무기명 골프 선불카드인 ‘신 멤버스’도 3개월 정도 운영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뜨겁습니다.

1차 판매를 마감하고 소수 회원 위주로 유지 중인데요, 기존 온라인 비즈니스를 비롯해 오프라인 사업 확장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