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성숙기 진입한 모바일 게임]
두놈게임즈 강문성·강수경 씨…모바일이 피운 꽃 ‘인디 게임’을 말하다
두놈게임즈, “인디 게임은 주도권을 찾는 일”
(사진) 두놈게임즈 개발자 강문성(왼쪽) 씨와 아트디렉터 강수경 씨.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주도권을 갖기 위해 안정된 시스템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대형 게임사의 안정적 지위를 버리고 인디 게임 시장에서의 모험을 시도한 이들이 있다. 역할수행게임(RPG)으로 획일화된 게임 시장에서 다양한 장르로 개발자의 꿈을 피우고 싶은 두놈게임즈의 이야기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국게임개발자협회와 공동 주최한 ‘2016 글로벌 인디 게임 제작 경진대회’에서 일반부 제작부문 대상을 수상한 영예의 주인공 두놈게임즈의 개발자 강문성(34) 씨와 아트디렉터 강수경(35) 씨를 만났다.

Q. 두놈게임즈는 어떻게 만들었나요.

강문성 “과거 게임사에서 같이 근무했어요. 그때도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은 있었는데,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했죠.

하지만 게임 개발을 돕는 제작 엔진(도구)들과 앱스토어 등이 활성화하는 모바일 게임 시대에 접어들면서 굳이 회사가 없어도 먹고살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더 이상 회사에 남아 누군가 시키는 게임을 만들기는 싫더라고요.”

Q. 대상을 받은 ‘매드니스티어 라이브(Mad- nessteer Live)’는 어떤 게임인가요.

강수경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자동차 운전을 방송 소재로 활용해 유명한 방송 진행자(BJ)가 되는 과정을 소재로 한 캐주얼 레이싱 액션 게임이죠. 제가 게임 그래픽을, 문성 씨가 개발을 맡았습니다.”

Q. 모바일 시대에 돌입한 이후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는데.

강문성 “요즘 ‘내가 10년만 늦게 태어났으면…’이란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아요. 예전에는 게임 개발을 위한 첫 시작인 점찍는 것부터 사운드 제작까지 전부 다 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허들’이 많이 낮아졌어요.

유니티·언리얼 등 게임 제작 도구들이 나오면서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됐죠. 개발자 없이도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이젠 게임 그 자체만 고민하면 돼요.”

Q. 인디 게임을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요.

강문성 “아직 개발자 간 합의를 내린 정의는 따로 없다고 봐요. 자본과 독립적일 수 없기 때문에 순수예술이라고도 할 수 없죠. 다만 ‘내가 주도권을 갖고 있느냐’가 인디 게임과 비(非)인디 게임을 구분 짓는 차이라고 봐요.”

Q. 개발 환경이 어렵지는 않습니까.

강수경 “'매드니스티어 라이브'를 만들 때 3개월을 목표로 했어요. 그래야 제작비용도 덜고 다른 게임들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기간이 1년으로 늘어났어요. 엎고 또 엎고…. 5번을 수정했어요. 밤낮없이 일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였죠.”

강문성 “우리 두 사람이야 게임 개발에 대한 숙련도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개발 환경이 어렵다고 느끼진 않아요.

다만 혼자 해 본 경험이 없다 보니, 다시 말해 내 인생에 대해 주체적이었던 시간이 없었다 보니 방향성을 찾아 이를 단기간 내 해내는 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 결국 ‘대한민국 교육제도의 문제’라는 결론까지 내리게 됐죠.(웃음)”
두놈게임즈, “인디 게임은 주도권을 찾는 일”
(사진) 두놈게임즈의 모바일 캐주얼 레이싱 액션 게임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Q. 인디게임에 드는 제작비용은 어떤가요.

강수경 “1인 개발자부터 7~8명 팀을 이룬 개발자들까지 인디 게임의 제작비는 천차만별이에요. 인건비를 빼면 사실상 비용은 거의 들지 않죠.

사운드나 홍보도 기존 인맥을 이용하거나 그런 게 없다면 인디 커뮤니티에서의 재능 기부 등을 활용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어요. 문제는 생존입니다. 열정이 없으면 버틸 수 없죠.”

Q. 수익성도 궁금한데.

강문성 “게임 수요만 있으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수수료와 ‘인앱 광고(앱 내 광고)’ 수입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은 돼요. 그 이상으로 버는 이들도 많고요. 어차피 소수로 활동하기 때문에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요. 하지만 실패를 하면….

해외 인디 시장은 실패하더라도 치명상을 입지 않지만 한국에선 우리처럼 경력 단절에 퇴직금까지 걸고 시작하기 때문에 한 방에 터뜨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Q. 모바일게임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 인디게임이 답이 될 수 있나.

강문성 “해답은 아니지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봐요. 획일화된 장르로 흘러가는 게임 시장에 ‘너희가 생각하는 재미는 이것뿐이냐’라고 던져줄 수 있는 역할이죠. 시장에는 블록버스터도 있고, B급 감성이 깔린 인디게임도 있고 다양한 장르가 존재해야 해요.”

Q. 인디 게임 꿈나무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강수경 “여유가 있으면 바로 시작하는 게 좋아요.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인디 게임이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강문성 “저는 좀 생각이 달라요. 크든 작든 게임사에 먼저 취업해 게임 제작 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협업 과정을 보고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개인 가게를 내기 전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듯 2~3년 정도는 배움 과정이 필요해요. 물론 그 사이에도 습작은 꾸준히 해야겠죠.”

Q. 두놈게임즈의 목표는 뭔가요.

강수경 “이달 중 ‘매드니스티어 라이브’를 구글과 iOS에 출시할 거예요. 주 타깃은 북미 시장이고요. 국내시장만 보고 도전하기엔 너무 아까운 시대잖아요.

이번에 대상을 수상한 덕분에 내년 2월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캐주얼 게임 콘퍼런스 ‘캐주얼 코넥트 유럽(Casual Connect Europe) 2017’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이후엔 다음 게임을 준비할 것이고요. 좀비·퍼즐·슈팅 등 아이디어만 8개 정도 잡혀 있어요.”

강문성 “직장에 다닐 때보다 일이 더 많고 고되지만 지금 이 삶이 너무 행복해요. 죽을 때까지 인디 게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주위에선 사업을 더 키우고 투자를 받으려면 법인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걸 목표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투자를 받는 순간 자율성이 사라질 테니까요.”

poof34@hankyung.com

[기사 인덱스]
-성숙기 진입한 '모바일 게임'…'빛 좋은 개살구' 우려도
-'쏠림 현상 심화' 빅3 매출 비율 70%
-'레드오션' 모바일 시대, 개발자의 눈물
-"인디 게임은 주도권 찾는 일"
-2016 뜨겁게 달군 '모바일 게임' TOP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