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영화] 무대 전율을 그대로 옮긴 밀실 공포극
감독 심성보
출연 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이희준, 문성근, 김상호, 유승목

한때 여수 바다를 주름잡던 배 전진호는 더 이상 만선을 거두지 못하고 감척 사업 대상이 된다. 전진호를 잃고 싶지 않은 선장 철주(김윤석 분)는 선원들에게 밀항을 돕는 일을 제안한다. 인정 많은 기관장 완호(문성근 분), 선장의 명령이라면 뭐든 따르는 갑판장 호영(김상호 분), 돈이 세상에서 최고인 롤러수 경구(유승목 분), 언제나 욕구에 충실한 선원 창욱(이희준 분), 뱃일을 갓 시작한 막내 동식(박유천 분)은 철주와 함께 배에 오른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온 수많은 밀항자와 선원들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다.

한국 연극계의 걸출한 바탕으로 꼽히는 극단 연우무대가 무대에 올렸던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겨 왔다. 망망대해,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바다 안개가 내리누르는 이곳에서 아무도 도망갈 수 없다. 전진호에서 벌어지는 모든 아비규환의 폭력은 밀실 공포극처럼 진행될 수밖에 없다.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처럼 강렬한 밀도의 밀실 공포극은 하나의 우화처럼 제시될 수밖에 없다.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변화의 리얼리즘보다 각자 맡은 선 굵은 성격을 충실하게 형상화한다는 데서 오는 낯섦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강렬한 성격의 충돌과 갈등이, 다음 장면에서 대체 어떤 사건이 터질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기도 하다. ‘나쁜 아버지’를 연기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윤석부터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우려를 단숨에 뛰어넘는 박유천까지 배우들의 앙상블도 훌륭하다.



안녕, 헤이즐
[영화] 무대 전율을 그대로 옮긴 밀실 공포극
감독 조시 분
출연 셰일린 우들리, 안셀 엘고트, 냇 울프, 윌렘 데포

공기통을 캐리어처럼 끌고 호흡기를 생명줄처럼 차고 있는 헤이즐(셰일린 우들리 분). 자신을 시한폭탄이라고 여기며 타인과의 진정한 교류를 거부하던 그녀는 암 환자 모임에서 만난 어거스터스(안셀 엘고트 분)에게 설렘을 느낀다. 각자의 이유로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던 두 청춘은 마침내 사랑을 고백하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의 그림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비긴 어게인
[영화] 무대 전율을 그대로 옮긴 밀실 공포극
감독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는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한 애인 데이브(애덤 리바인 분)와 함께 뉴욕에 오지만 스타가 된 데이브의 마음은 어느새 변해 버린다. 왕년의 스타 음반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 분)은 우연히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고 음반 제작을 제안한다. 거리 밴드를 결성한 그들은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진짜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 간다.



제로법칙의 비밀
[영화] 무대 전율을 그대로 옮긴 밀실 공포극
감독 테리 길리엄
출연 크리스토프 왈츠, 맷 데이먼, 틸다 스윈튼, 벤 위쇼

연산 시스템 회사 맨컴에서 일하는 컴퓨터 천재 코언(크리스토프 왈츠 분)은 매일 똑같은 삶을 살며 존재의 근본적 이유를 알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 우연히 맨컴의 회장(맷 데이먼 분)을 만나 미스터리한 제로 법칙 프로젝트를 제안 받고 회사에서 파견한 상담 전문가 쉬링크-롬(틸다 스윈튼 분)의 도움을 받으며 일하던 코언은 극한의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