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인맥q IBK기업은행]
학연·지연 타파한 ‘탕평 인사’ 주목

“앞으로 내부 줄서기와 처신에 능해 또는 연고와 연줄이 있어 승진했다는 말이 결코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의 취임 일성이다. 김 행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취임사에서 “학연·지연 등 모든 연고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여러분의 능력과 열정만 보고 인재를 널리 등용 하겠다”며 이러한 ‘탕평 인사’ 계획을 밝혔다.

이후 올 초부터 상반기 인사와 자회사 대표 선임 등 주요 인선이 이뤄졌다. 김 행장이 강조한 탕평 인사는 지켜졌을까. IBK금융그룹을 이끄는 주요 임원 24인을 분석했다.
IBK임원 스펙 ‘1962년생, 수도권대 경영학 석사’
◆전체 임원 24인 분석

‘1962년생 호랑이띠, 일반고 출신의수도권 대학 경영학 석사.’ IBK금융그룹 주요 임원 24인의 평균 ‘스펙’이다.

2017년 3월 기준으로 IBK기업은행의 행장 및 부행장 등 주요 임원 17명과 비(比)은행 부문의 자회사 7곳(IBK캐피탈·IBK투자증권·IBK연금보험·IBK자산운용·IBK저축은행·IBK시스템·IBK신용정보)의 대표이사 7명 등 총 24인의 연령과 출신 대학, 학과 등을 분석한 결과다.

IBK금융그룹 주요 임원의 면면을 들여다보면‘SKY’는 기본에 MBA를 졸업했을 것 같은 ‘금융권 임원’에 대한 환상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마련이다. 출신 대학과 소재지, 최종 학력 등 그 어디에서도 뚜렷한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 IBK금융그룹의 탕평 인선을 항목별로 들여다봤다.
IBK임원 스펙 ‘1962년생, 수도권대 경영학 석사’
먼저 IBK금융그룹에서 별을 단 이들의 연령은 1960~1964년생이 14명(58%)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에서도 1962년생과 1961년생이 각각 6명과 5명으로 IBK금융그룹 임원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11명 모두 IBK기업은행 부행장으로, 이 중 올 초 부행장에 선출된 4명 중 3명이 1962년생으로 집계됐다. 그야말로 호랑이띠 임원의 전성기다.

최고령 임원은 1955년생인 이수룡 IBK기업은행 감사, 최연소 임원은 1965년생 이호형 IBK신용정보 대표가 차지했다.

자회사 대표 7명의 평균나이가 1959.4년생이란 점에 비춰 보면 이 대표가 비교적 빠르게 대표직에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이 대표는 부행장 출신, 즉 내부 인사는 아니다.

대개 학연과 지연의 연결점으로 지목받는 ‘출신고’에선 중복 고등학교가 24개 중 단 2곳에 지나지 않았다. 경북고 출신이 2명이고 그 외에는 모두 다른 학교다.

과거 금융권 인재의 산실인 상고 출신은 24명 중 6명(25%), 공고 출신은 1명, 이 밖에 17명(71%)은 일반고 출신이다.
IBK임원 스펙 ‘1962년생, 수도권대 경영학 석사’
IBK금융그룹식 탕평 인사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출신 대학(학사)’ 부문이다.

동일 대학 출신은 많아야 2명으로 대학별 고른 분포가 돋보였다.

경북대·동국대·이화여대·전남대·충남대(가나다순) 등 5곳의 대학이 각각 2명(8%)씩, 총 10명(40%)의 임원을 배출했다.

이 밖에 13개 대학에서는 모두 1명씩이다. 일반적으로 금융권 임원 출신 대학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 또한 각 1명(4%)씩 총 3명(12%)에 지나지 않았다.
IBK임원 스펙 ‘1962년생, 수도권대 경영학 석사’
이를 지역별로 봐도 수도권과 지방에 큰 차이가 없었다.

IBK금융그룹 주요 임원들의 출신 대학 소재지는 수도권(서울·경기)이 13명(57%)으로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경북(13%)·경남(9%)·대전광역시(9%)·전남(9%) 등 지방대학 출신 인사 또한 10명으로 43%에 달했다.
IBK임원 스펙 ‘1962년생, 수도권대 경영학 석사’
출신 학과(학사 기준)는 예외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업의 특성상 경영학과 경제학이 14명(61%)으로 다른 학과를 압도했다.

경영학이 8명(35%)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학은 6명(26%)이었다.

이 밖에 법학 3명(13%)과 행정학 2명(9%), 상업교육학(이하 4%)·영문학·통계학·회계학이 각각 1명씩을 차지해 사실상 경영·인문 위주의 인사들이 ‘별’을 달았다.

탕평 인사는 최종 학력에서도 빛났다. 주요 임원들의 최종 학력은 고졸에서 MBA까지 다양한 분포를 나타냈지만 이 중에서도 학사 출신이 15명(63%)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어 석사가 6명(25%), 석사 중 MBA(별도) 출신은 2명(8%)이다.
IBK임원 스펙 ‘1962년생, 수도권대 경영학 석사’
‘고졸 신화’도 그룹이 학력보다 능력 위주의 인선을 시도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리상고를 졸업한 강남희 IBK기업은행 기업고객그룹 부행장, 여기에 대문상고를 졸업한 후, 입행 이후에 ·석사 졸업장을 따낸 배용덕 개인고객그룹 부행장까지 포함하면 ‘고졸 신화’를 쓴 고졸 출신 부행장은 2명이다.

박사 출신이 1명도 없다는 점에 비춰 보면 파격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약진도 돋보인다. 올해 초 IBK기업은행의 역대 셋째 여성 부행장으로 자리한 최현숙 카드사업·신탁사업그룹 부행장, 자회사 최초의 여성 대표인 김성미 IBK저축은행 대표가 금융권의 유리천장을 깨고 당당히 별들의 무대에 입성했다. 최 부행장과 김 대표 모두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IBK기업은행, 현장경영·능력중시 인사 개편

통계가 입증하듯이 IBK금융그룹의 올 초 인선에서도 능력 위주의 탕평 인사가 적용됐다. 김도진 행장은 올 1월 17일 진행한 IBK기업은행 상반기 정기 인사에서 신임 부행장 4명을 내정하는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인선 키워드는 ‘현장’과 ‘고객’이다.
IBK임원 스펙 ‘1962년생, 수도권대 경영학 석사’
IBK임원 스펙 ‘1962년생, 수도권대 경영학 석사’
△경수지역본부장과 강동·강원지역본부장을 거치며 화성·평택·속초 등지에서 현장 경영의 힘을 보여준 배용덕 경수지역본부장이 개인고객그룹 부행장을 맡았다.

△남부지역본부장과 인천지역본부장을 역임하며 남동공단·구로공단 등 중소기업금융의 격전지에서 입지를 다져온 김창호 남부지역본부장이 소비자브랜드그룹을 맡았다.

△강동·강원지역본부장, 영업부장을 거치며 국제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갖춘 오혁수 강동·강원지역본부장이 충청·호남그룹의 수장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강서·제주지역본부장과 여신관리부장을 역임하며 그룹 내 최고의 ‘여신 관리 전문가’로 통하는 최현숙 강서·제주지역본부장이 카드사업·신탁사업그룹 총괄로 올라섰다.

곧이어 IBK기업은행 수석부행장(전무이사)에는 임상현 당시 IBK저축은행 대표가 임명됐다. 현직 부행장이 아닌 자회사 대표가 전무이사에 선임된 것은 IBK기업은행 사상 최초다.

이례적 인선을 주도한 이는 김 행장이다. 그는 IBK저축은행 대표 부임 후 창사 최대 이익을 기록한 임 전무이사의 노하우를 통해 은행·캐피탈·저축은행 등 금융 자회사와의 시너지 창출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7개 자회사, 7인의 금융 전문가로 시너지 강화

김도진호(號)를 도와 IBK금융그룹의 ‘제2 도약’을 책임질 자회사의 대표이사 인선도 최근 마무리됐다.

전임 대표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생긴 IBK캐피탈·IBK자산운용·IBK신용정보 등 3곳과 임 전무이사의 은행 복귀로 공석이 된 IBK저축은행 대표까지 총 4곳이다.

이들 자회사 대표 선임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은행장 제청에 금융위원회가 임면하는 구조다. 대개 IBK기업은행에서 부행장으로 3년 임기를 채운 ‘금융 전문가’들이 선임된다. 이번 인선도 예외는 아니다.
IBK임원 스펙 ‘1962년생, 수도권대 경영학 석사’
IBK임원 스펙 ‘1962년생, 수도권대 경영학 석사’
김 행장은 IBK캐피탈 대표로 이상진 전 IBK기업은행 여신운영그룹 부행장을 낙점했다.

‘여신 전문가’로 통하는 이 대표는 경서지역본부장과 IB본부장을 거쳐 여신운영 그룹장을 역임했다.

IBK자산운용 대표에는 기업고객부장과 인천지역본부장 등을 거친 시석중 전 마케팅그룹 부행장이 자리했다. 두 대표 모두 법학과 출신이다.

권선주 전 행장에 이어 둘째 여성 부행장에 오른 김성미 개인고객그룹 부행장은 IBK저축은행 수장에 선임됐다.

김 대표는 7개 자회사 대표 중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대표로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 다수 지점장과 남중지역본부장 등을 거쳤다. 소매금융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보통 ‘금융 당국’ 출신 인사가 자리했던 IBK신용정보 대표에는 이번에도 부행장 출신이 아닌 이호형 금융위원회 국장(당시 주중 대한민국대사관 재정경제금융관 파견)이 선임됐다. 전임자인 김정민 전 대표 역시 기획재정부 재정관리협력관 출신이었다.

김 행장은 이들 신임 대표 4명과 기존 3명의 자회사 대표와 함께 은행과 자회사 간, 자회사 상호 간 시너지 효과를 더해 비은행 부문에서 이익 비율을 2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대표들의 각오도 단단하다.

김성미 대표는 “IBK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과 대비되는 가장 큰 강점은 IBK금융그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다는 것”이라며 “모행과 금융그룹 자회사와의 시너지 강화를 통해 수익 구조를 튼튼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진 대표 역시 “IBK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수익성과 건전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경영전략을 짤 것”이라고 덧붙였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