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좋은 리더로 가는 첫걸음
리더와 구성원의 '동상이몽' 해결법
(/게티이미지뱅크)


[한경비즈니스=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리더 : “쉽지 않죠. 팀원들이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르고 원하는 것도 제각각이라….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최대한 들어주려고 하고 공정하게 대하고 있습니다.”

#구성원 : “팀장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거죠. 얘기한다고 바뀔 것도 아니고요. 어차피 팀장님 머릿속에 답이 다 있잖아요.”

다른 회사의 리더와 구성원이 하는 말이 아니다. 한 회사, 같은 팀의 리더와 구성원을 ‘따로’ 인터뷰하다 보면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잘한다’고 믿는 상사와 ‘부족하다’고 말하는 구성원, 단지 평가 기준이 달라서일까. 어쩌면 둘 사이에 건너지 못할 강이 흐르는 것은 아닌지 리더의 상황으로 들어가 보자.

◆당신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

많은 리더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자기는 지금 잘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성과를 잘 내 왔기에 그 자리에까지 올라 왔고 그래서 지금 일하는 방식이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믿는다.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리더들을 만나 얘기를 듣다 보면 이런 착각이 얼마나 강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아무도 ‘피드백’을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구성원에 대한 피드백’을 꼽는데, 역설적이게도 ‘리더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이 만나보지 못했다.

자신에 대한 피드백이 왜 중요할까. 글로벌 컨설팅 기업 헤이그룹은 리더 1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자기 인식 수준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자기 인식 수준이 높은 리더의 92%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대 30%의 성과를 더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문제는 명확해졌다. 리더의 자기 인식 수준을 어떻게 높일까. 가장 쉬운 방법은 리더도 많은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현실적인 대안은 안 된다.

관리자급 리더가 자기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에게 ‘앞으로 내 업무 방식에 대해 피드백 좀 해 달라’고 말한다면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솔직하게 피드백하기 쉽지 않다.

자신의 상위 리더를 찾아가 “제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앞으로 좀 잘 피드백 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한다면 어떨까. 그런 요청을 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함은 물론 큰 각오를 하고 말을 꺼냈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 올라올 때까지 네 문제가 뭔지도 몰라. 그게 제일 큰 문제야”라는 타박을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결국 살 길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메타 인지’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메타 인지는 쉽게 말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공한 리더일수록 이 능력이 퇴화되는 듯하다.

잘했으니까 여기 이만큼까지 왔다고 믿기 때문에…. 그래서 리더는 메타 인지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시 말해 ‘자기가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3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방법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미 시작됐다. ‘자신이 아는 게 전부가 아님’을 인식하는 게 출발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핸들과 반대로 움직이는 자전거 타기다.

영상 속 주인공은 이 자전거를 탈 수 있기까지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리고 단언하건대 이 자전거 타기에 누구도 한 번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자신의 강의 경험으로 이를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몸속에 배어 있는 자전거 타는 습관 때문에 ‘정상’ 자전거를 타던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나왔기 때문이다. 리더십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엉뚱한 자전거 타는 얘기를 하는 이유는 조직 운영에도 이런 모습이 너무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모

든 사람은 ‘자신이 하던 대로’ 하는 게 편하다. 자료 수집을 할 때도, 분석 보고서를 만들 때도, 고객을 만날 때도, 자꾸 예전 습관이 나온다. 그래서 이렇게 하지 않는 구성원의 업무 방식을 못마땅하게 느낀다. 이를 BLM(Be (Behave) Like Me)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BLM을 벗어나려는 인식, 그게 출발이다.

◆좋은 리더는 설명도 잘한다

둘째는 생각의 속도를 늦추려고 노력하기다. 한국에서 ‘넛지’라는 책으로 행동경제학을 대중화한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미 15년 전인 2002년 대니널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심리학 교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사건’을 만들었다.

행동경제학을 창시한 지성인으로 꼽히는 카너먼 교수는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사고 체계를 2가지로 구분했다. 시스템 1 사고는 직관적 판단이다. 갑자기 소리가 나는 곳으로 주의를 돌리는 것, 물체의 크고 작음을 구분하는 것, 끔찍한 사진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는 것 등이다.

자동적이고 즉각적 반응을 관장하는 것이 시스템 1 사고다. 반면 시스템 2 사고는 의식적인 분석과 추론의 과정이다. 시끄러운 방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내용에 집중해 듣는 것, 비슷해 보이는 두 개의 사물에서 차이점을 발견해 내는 것, 복잡한 주장의 논리적 허점을 찾는 것 등이다.

자신이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할 순간이라면 시스템 1과 시스템 2 사고 중 뭐가 필요할까. 당연히 시스템 2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 시스템 1이 훨씬 더 많은 영향을 주며 이 때문에 각종 착각과 편향에 빠진다고 말한다.

결국 ‘빠른’ 사고인 시스템 1이 작동하려고 할 때 ‘느린’ 사고인 시스템 2가 활동할 ‘시간’을 만들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의 관리자나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구성원의 제안 내용이나 보고서를 평가할 때 생각의 속도를 한 템포만이라도 늦춰 보자.

자기 과거 경험치만으로 질책하기 전에 최근에 달라진 것은 없는지 확인해 보는 것, 몇 사람의 얘기를 듣고 결론 내리기 전에 의도적인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 등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몰랐던 걸 알 수 있고 결국 자신의 메타 인지 능력 역시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

셋째 방법은 설명하기다. ‘느낌적인 느낌’이 아닌 자신이 아는 것, 결정한 것에 대해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가 자신의 설명을 듣고 ‘알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공부를 ‘그냥’ 잘하는 친구와 ‘진짜’ 잘하는 친구의 차이가 여기에서 갈린다. ‘그냥’ 잘하는 친구의 설명은 긴가민가 모호하다. 하지만 ‘진짜’ 잘하는 친구에게 들으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제대로 아는 상태에서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리더에게 중요하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판단과 지시로 움직인다. 결국 리더가 얼마나 잘 설명해 주느냐에 따라 이들의 성과가 달린 셈이다. 하지만 자기만족을 위해 소위 ‘설명충’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자신의 설명을 듣고도 상대가 여전히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면 기꺼이 (물론 조금은 자존심 상하고 속이 쓰리겠지만) 자기도 잘 모르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름을 함께 채워 더 완벽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 시행착오와 개선 노력이 자신의 메타 인지 능력을 높여줄 것이다.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한 번 물어보자. 자신이 모르는 게 무엇인지. 이 질문이 자신에게 새로운 앎을 가져다줄 것이다.

◆직원 아이디어가 더 좋다는 ‘인식의 전환’

리더는 조직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하지만 그 성과의 대부분은 구성원의 손과 발에서 나온다. 결국 리더는 자기만 잘해선 안 된다. 구성원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 그래서 조직 성과 달성에 어떻게 기여하도록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두 가지를 알아보자.

충분한 성공 경험이 있는 분야의 조직을 이끌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어디의 성공 확률이 더 높을까. 많은 사람들은 전자가 당연히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구단에 ‘스타 출신’ 지도자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미국프로농구(NBA) 감독의 프로필을 보면 이게 답은 아닌 것 같다. 2017년 현재 현역 감독 30명 중 NBA 선수 경험이 있는 감독은 13명, 절반이 채 안 된다. 3년 넘게 한 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은 9명인데 이 가운데엔 7명이나 NBA 출신이 아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22년째 이끌며 현역 최고 감독으로 꼽히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 명문 구단인 보스턴 셀틱스를 이끌고 있는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 등 최근 ‘잘나가는 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들이 우리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뛰어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들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공감(empathy)이다. 선수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어려움에 대해 함께 힘들어 해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좀 의아하다. NBA 선수 경험도 없는 이들이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어야 상대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연구 결과 그 반대로 나타났다.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행동이 오히려 공감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힘들었던 과거의 일을 잊는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 예컨대 슬럼프나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내 기억에 이 정도는 별문제 아니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은 이미 자기는 그 문제를 극복해 냈기에 현재의 고민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걸 이겨내지 못하는 구성원의 정신력을 탓할지 모른다.

이는 운동선수의 세계에서만 통하는 논리가 아니다. 조직에서도 리더가 관련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구성원들은 더 힘들어한다. 리더 본인이 속속들이 다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리더가 처해 있는 상황과 역량은 현재 구성원의 눈높이나 수준과는 다르다. 다른 잣대와 환경에서 같은 기준을 들이미는 것은 위험하다. 자기 판단하에서의 공감이 아닌 구성원이 맞닥뜨린 상황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공감하려면 구성원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야구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 그가 미국에서 선수 생활 중 힘들었던 것 중 하나로 꼽은 것은 무엇일까.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나 언어일까. 답은 ‘질문’이었다. 경기가 끝나면 라커룸에 모여 경기에 대한 일종의 ‘품평회’를 한다. 이때 감독이 물었다. “왜 그 상황에서 커브를 던졌어.” 한국에서의 답은 명확했다. “죄송합니다.” 뭔가 잘못됐기에 묻는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에선 달랐다. 정말 ‘왜’ 그 공을 던졌는지 궁금해 묻는 게 메이저리그 감독의 운영 방식이었다. 그때부터 박찬호 선수도 ‘고민’을 하며 야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리더에게 필요한 둘째 덕목이 그래서 ‘질문하기’다. 질문의 중요성, 방법에 대한 얘기는 워낙 많다. 여기선 질문을 던지는 리더의 마음가짐에 대해 알아보자.

당신이 리더라면 구성원에게 질문을 던질 때 어떤 생각을 할까. 혹시 질문을 통해 참여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하니 일종의 요식행위로 묻고 있지 않을까.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이면서 괜히 듣는 척 하고 있지는 않을까.

기껏 던진 질문에 구성원들이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얘기해 봐야 결국 본인 생각대로 할 거면서…’라는 일종의 패배감. 그래서 질문을 통해 진짜 가치를 얻어내려면 리더 먼저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리더의 아이디어보다 직원이 제시하는 아이디어가 더 좋을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질문하는 행동이 중요하지 그 안에 깔린 자신의 의도가 뭐가 중요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예민하다. 리더가 던진 말 한마디는 물론 얼굴 표정 하나, 사소한 몸짓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자신의 대답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주는 리더의 진정성에 반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모여 개인의 발전, 조직의 성장이 이뤄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글을 쓰는 내내 머릿속에 한 사람이 계속 맴돌았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얼마나 스스로를 잘 알고 있는지, 얼마나 그들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공감하고 있는지, 진짜 질문을 하고 있는지.

독자 중 리더가 있다면 스스로를 한 번 되돌아보자. 그리고 조만간 리더가 될 현재의 팔로워들도 생각해 보자. ‘자기 리더는 문제가 많아’라는 생각이 아닌 ‘자신의 현재’는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자신은 어떤 리더가 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