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205호 (2019년 01월 02일)

수소차, 위기의 자동차 산업 구할 수 있을까

-정부, 2019년 보조금 3배 늘리고 충전소 구축 박차

-수소버스 이어 수소택시도 투입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한국의 수소연료전지차(FCEV, 이하 수소차) 기술력은 현대자동차의 주도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의 지원이 다소 부족해 대중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보였다.


정부의 상황에도 이해는 간다. 국내에서 수소차를 생산하는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 전폭적으로 지원하면 자칫 현대차에 대한 특혜로 비쳐질 수 있어 주저해 온 게 사실이다. 이랬던 정부가 그간의 기조를 바꾸고 향후 수소차 보급 확대에 적극 나서기로 결정했다. 수소 경제 선점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산업 또한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 수소차 카드를 꺼내 든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는 1회 충전으로 최대 609km까지 달릴 수 있다. 현재 세계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소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2019년부터 정부는 수소차 지원 예산을 크게 늘리고 보조금 제공과 충전소 구축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정부 주도하에 수소차가 거리 곳곳을 누비는 ‘수소 경제’ 시대가 한 발 앞당겨 도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12월 18일 열린 ‘2019년 업무 보고’에서 ‘자동차 부품 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내놓고 2019년 수소차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공개했다. 


◆수소차 보조금 대폭 늘어나

  
정부의 방안은 비싼 가격과 충전소가 부족해 수소차 구매를 꺼리는 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한 전략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통해 2022년 수소차 누적 보급 목표를 기존 1만5000대에서 4배 이상 늘린 6만5000대로 재설정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업무 보고에 참석해 “수소차는 초기에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수요를 늘려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소차 산업 육성 의지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2019년에는 2018년보다 수소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2018년 수소차 보급 예산 규모는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해 약 480억원이었다. 2019년 관련 예산은 1421억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예산 중 절반이 넘는 900억원이 보조금 지원에 투입된다.


정부에 따르면 2018년 예산은 수소차 700여 대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2019년 예산으로는 4000여 대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현대차가 판매 중인 수소차 넥쏘의 가격은 약 7000만원에 달한다. 보조금 없이 구매하기에 부담스럽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공하는 최대 3500만원의 보조금을 모두 받으면 3000만원대에 살 수 있지만 문제는 책정된 보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넥쏘만 보더라도 2018년 3월 출시 직후 사전 계약 물량이 1000대를 넘어서며 순식간에 보조금이 고갈되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포기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2019년부터는 보조금이 모자라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그 규모를 넉넉하게 잡았다는 설명이다.


수소차를 사서 굴리더라도 수소 충전소가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영업 중인 수소 충전소는 시험용으로 운영되는 곳을 포함해 전국 15곳에 불과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충전소 한 곳을 건설하는 데 수십 억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국내 등록된 수소차는 920여 대밖에 되지 않는다. 수소 충전소를 운영해도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기업이 무턱대고 나서 충전소를 늘리기 어려운 만큼 정부에서 충전소 구축 시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해 왔다. 


이를 파악한 정부는 2019년 지원 예산을 더욱 늘려 수소차 충전소 구축에도 보다 힘쓸 예정이다. 관련 예산도 당초 300억원에서 45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예산은 현재 전국 15개에 불과한 수소 충전소를 2019년 80여 개까지 늘리는데 쓰인다.





수소 충전소를 만드는 데 구축비용과 함께 양대 ‘진입 장벽’으로 여겨졌던 관련 규제 역시 이미 완화하기로 한 상태다. 2018년 12월 15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서다.


정부는 현재 일반주거·공업지역에만 허용된 수소 충전소를 준주거·상업지역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교통량이 많은 도심에서 쉽게 충전소를 열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수소 충전소 규제도 크게 완화  


수소 충전소가 철도로부터 30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제도 없앴다. 따라서 철도 인근에 있는 기존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에 융·복합 형식 또는 단독 형태의 설치도 가능해졌다. 


이동식 수소 충전소 설치도 허용은 물론 수소 충전소가 부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도록 옥외 광고물 설치도 허용할 방침이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2022년까지 정부는 수소 충전소를 전국에 310개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대중교통에도 수소 차량을 대거 투입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그 수가 워낙 작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2018년 서울과 울산 정규 노선에 수소버스 2대를 투입한 바 있다. 


2019년에는 7개 도시에 35대를 투입해 도로 위를 오가는 수소버스를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예산도 2019년에는 70억원이 잡혔다. 차츰 이 규모를 늘려 2022년까지 수소버스 보급 규모를 2000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또 2019년 서울에 수소택시 10대를 투입하는 시범 사업도 진행한다. 


이번에 세운 목표가 달성된다면 정부는 2022년 수소차 산업이 보다 활성화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전면에 나서 수소차 활성화를 외치게 된 주된 원인으로는 ‘위기감’을 꼽을 수 있다. 한국보다 기술이 뒤처진 일본과 중국 등이 정부가 수소차의 시장성을 주목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2014년 ‘수소 사회’를 천명했다. 일본은 당시 수소 사회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도쿄올림픽(2020년)을 기점으로 수소차 4만 대, 충전소 160개소를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수소차 굴기’를 전면에 내걸고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보급·충전소 1000곳 설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까지 한국이 가장 뛰어난 수소차 관련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공세에 자칫하면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수소차가 불러올 경제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50년 수소와 관련된 산업 분야에서 연간 2조5000억 달러의 시장 가치가 창출되고 30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2030년 ‘연간 50만 대 수소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실화된다면 연간 경제 효과는 25조원, 간접 고용을 포함한 취업 유발 효과는 22만 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 역시 그간 오랫동안 자동차 시장이 가솔린과 디젤로 양분됐다면 미래 자동차 시장은 ‘전기’와 ‘수소’가 움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수소차는 완전히 충전하면 주행거리가 600km 이상으로 전기차보다 100~200km 정도 길다. 충전 시간도 3~5분으로 짧다. 하지만 충전소 구축에 넓은 면적이 요구되고 차량 내부도 수소탱크 적재에 따른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반대로 전기차는 차량의 공간 활용도가 높다. 또한 주택이나 상가 곳곳에 큰 부지를 요구하지 않고 간편하게 충전소를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소차와 전기차는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향후 각자의 경쟁력 있는 영역에서 상호 보완재로서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며 “단거리 승용에서는 전기차가 유리하고 상용차 등 장거리 중대형 시스템에서는 수소차의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동향에 따른 강약 조절도 필요해”  


인프라 구축만 완성된다면 전기차보다 수소차 운영이 수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는 전력망하고 상관관계가 있다. 지금은 그 수가 미미해 전력망에 영향을 별로 주지 않으니 상관이 없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전력망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와 달리 수소차는 독립된 인프라로 운영되는 만큼 향후 전기차보다 운용 측면에서 더 쉬워질 가능성이 있다.” 박진남 경일대 신재생학과 교수는 이같이 진단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내수와 해외 판매 부진으로 국내 완성차업계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인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는 만큼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소차’ 카드를 꺼내 들고 다시 한 번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도모한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수소차가 활성화되는 시기가 현재로선 언제가 될지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운용의 묘’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지만 아직까지는 미완성에 가깝다. 현재 수소차에 쓰이는 수소는 원유에서 석유화학제품을 만들 때 발생하는 ‘부생 수소’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배출돼 완벽한 친환경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물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방식이 가장 친환경적이지만 문제는 이 방식을 활용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동도 쉽지 않다. 워낙 가벼운 물질이어서 압축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가 궁극의 차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수소와 관련한 기술 확보가 덜된 상황”이라며 “지금 유럽이나 미국이 수소차보다 전기차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로 수소차 시장이 아직 확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미래 대비 차원에서 수소차 확대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수소차가 어느 시점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돈이 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흐름을 보다 면밀히 파악해 강약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돋보기
<수소차 확대 의지에 관련 기업 성장 기대감 커져>


정부가 수소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어떤 기업이 수혜를 볼지도 관심사다. 1순위는 단연 현대자동차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소차를 생산하는 만큼 현대차를 바라보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수소차 계획을 발표한 것도 세계 최고 수준인 현대차의 기술력을 바라보고 실행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전기 연료 개발을 시작으로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2006년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독자 개발에 성공하며 주요 부품을 국산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해 주목받았다. 특히 2018년 출시한 넥쏘는 1회 충전 항속거리가 609km로 글로벌 시장에 현존하는 수소차 중 최장거리 주행을 자랑한다.


이런 경쟁력을 기반으로 향후 본격적인 수소차 확대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18년 12월 11일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다. 124개에 달하는 협력사와 함께 2030년 수소전기차 연간 5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7조6000억원을 들여 연구·개발(R&D)과 설비 확대에 주력한다. 


때마침 정부 지원까지 더해져 이 같은 현대차의 계획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2019년 말까지 충북 충주에 있는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연료전지 스택) 생산 확대를 위한 제2공장 신축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연간 3000기 규모인 생산능력이 2022년 4만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드는 장치인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은 수소차의 엔진 격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충주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대량생산 체제 구축은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것으로, 수소차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덩달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유니크와 평화홀딩스다. 두 곳 모두 현대차 수소차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수소차 관련 설비와 원료 제조업체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수소가스 생산 업체인 풍국주정은 수소가스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상장사로 투자자들의 돈이 최근 몰리고 있다. 수소차 충전소 8개를 운영하며 국내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이엠코리아도 주목받는 수소차 관련 업체들 중 하나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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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1-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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