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SKY 캐슬’ 속 억대 입시 코디 파장…문제는 ‘학종’이 아니라 ‘욕망’
당신이 잘 모르는 사교육 시장의 오해와 진실
“어머니,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드라마 ‘SKY(스카이) 캐슬’의 명대사다.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가상의 주택단지 SKY 캐슬에서 자녀의 명문대 입시를 위해 그야말로 ‘전쟁’을 벌인다.

자녀를 명문대로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들은 무엇이든 하고 자녀는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행태를 풍자하고 파멸에 이르는 결과를 그려냈다.

‘SKY 캐슬’ 열풍이 불면서 함께 주목 받는 직업이 있다. 바로 ‘입시 코디네이터(입시 코디)’다. 드라마 속 입시 코디는 자녀의 학교 생활부터 심리 상태와 수면 환경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한다.

드라마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크다. 사교육에 대한 비판과 함께 비교과 중심의 ‘학생부 종합 전형’이 대세를 이루는 교육제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입시 코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입시 컨설팅 학원의 전화가 빗발치는 모순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과연 현실에서도 입시 코디가 존재할까. 그렇다면 입시 코디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치동에 있는 한 입시 컨설팅 학원 관계자는 “드라마 방영 이후 학원에 오는 문의 전화가 작년에 비해 4~5배가 늘었고 입시설명회를 열면 300명은 거뜬히 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시 코디는 현실에서도 존재했다.

다만 드라마에서처럼 고액으로 컨설팅을 받는 입시 코디는 불법이다. 강남 대치동과 서초 등을 중심으로 비교과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입시 컨설팅 학원이 이미 양지로 올라와 있다. 전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입시 컨설팅 학원은 248개다. 그중 176개가 서울·경기에 있다.

수능과 내신 위주의 교과를 가르치는 사설 입시학원(4만 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최근 들어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합법적으로는 드라마에서처럼 입시 코디가 몇 십 억원을 받을 수는 없다.

입시 컨설팅 학원의 대부분이 모여 있는 강남·서초 교육지원청은 입시 컨설팅 상한액을 1분에 5000원(1시간 30만원)으로 제한하고 이를 넘어서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실제 대치동 입시 컨설팅 학원의 평균 금액은 시간당 20만~30만원 사이였고 짧게는 9시간(6개월 과정)부터 길게는 24시간(1년 과정)까지 존재했다.

실제 입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A 씨는 “전국적으로 입시 코디가 만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치동 등 강남의 일부 교육 특수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 강남을 벗어난 서울 지역에는 고액 입시 컨설팅이나 입시 코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치동에 있는 한 학생부 종합 전형 전문 학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강사진 소개가 나왔다. 서울대 박사 출신, 전 중학교·고등학교 교사, 창업가 출신, 대형 학원 컨설턴트 출신 등 다양한 스펙의 강사진이 소개돼 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주를 이루는 정시 대비 강사들에 비해 학력보다 다양한 경험 위주로 강사진이 구성돼 있었다.

입시 코디는 교과 과목 위주의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비교과를 관리하며 진로를 설계하기 때문이다. 비교과는 교과 활동을 제외한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되는 교내 활동을 의미한다.

“생기부에 들어가는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 과목별 활동, 봉사 활동, 독서 활동 등 모든 활동을 학생에 맞게, 학교에 맞게, 학과에 맞게 전부 컨설팅한다. 만약 교내 대회가 있다면 어떤 주제로 나갈지 같이 계획서를 만들고 발표 준비와 보고서 준비까지도 지도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모든 아이들의 자율 활동을 생기부에 세세하게 적어줄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그 자리에서 써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 문장 하나까지도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지 함께 준비한다.” 대치동에서 일하는 입시코디 B 씨의 설명이다.

기존에도 입시 컨설팅 학원은 존재했다. 하지만 역할은 달랐다. 기존 입시 컨설팅 학원은 학생들의 수능 등급에 따라 합격할 수 있는 학교와 학과를 예측해 추천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이 대입의 대세를 차지하면서 입시 컨설팅의 외연이 확장된 것이다.

B 씨는 “비교과 사교육의 특징은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라며 “교과 입시를 준비하는 대형 학원들의 독보적인 커리큘럼이 이제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교과 사교육 시장에서는 엄마들이 ‘우리 아이가 수열의 극한을 어려워하니 그 단원을 특별히 더 챙겨 주세요’라고 했다면 지금은 ‘우리 아이 서울대 보내 주세요’가 계약 조건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생기부 작성, 교내 대회 수상, 봉사 활동, 보고서, 자기소개서, 면접 등 모든 요소가 학생 개인별 특성에 맞춰 작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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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종합 전형 오해 풀어야
입학사정관제가 정식으로 시행된 2008년부터 비교과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입학사정관제는 내신 성적과 수능 점수만으로 평가해 오던 점수 위주의 획일적인 대학 입학 전형 제도를 탈피하기 위해 시행됐다.

대학 입학생들의 잠재 능력과 소질·가능성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정성평가의 취지다. 하지만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학생과 학부모가 대회를 직접 만들어 놓고 대상을 가져가거나 교수와 함께 소논문을 쓰는 등 교외 활동을 중심으로 폐해가 발생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2015년부터 학생부 종합 전형이 시행됐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는 교외 활동 실적을 올릴 수 없다. 오직 교내 활동과 교내 수상 실적, 독서 활동, 봉사 활동만 기재할 수 있다.

교과과정 역시 중요하다. 서울대 공식 발표 자료에 따르면 단순히 내신 등급만 보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의 교과 성적 분포, 과목의 수강자 수, 원점수, 학년별 성적 변화 등 다양한 환경과 정보를 통해 학업 능력을 평가한다.

탐구나 연구 활동이 어려운 학교라면 주어진 여건 내에서 자신의 학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피력하면 된다.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지낸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입학사정관제 시절에는 해외 봉사, 장관상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며 “그 시대의 잣대를 가지고 학생부 종합 전형을 비판하면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선발되는 많은 아이들이 대개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공부를 열심히 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진 이사는 “시대가 달라지면서 공부의 형태도 달라졌다”며 “수능과 같은 선택형 문제를 잘 풀어 점수가 잘 나오는 수동적인 방식에서 교내 활동을 통해 본인의 관심사를 찾아보고 탐구하는 능동적인 방식으로 변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대입에서도 학생부 종합 전형은 입시의 대세였다. 상위 17개 대학 정원 내 기준 학생부 종합 전형 비율은 40%였다. 절반 가까이를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선발한 것이다.

특히 서울대는 최근 3년간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모집 인원의 75% 이상을 선발하고 있다. 고려대도 모집 인원의 80% 가까이를 학생부 위주 전형(학생부 교과 전형과 학생부 종합 전형을 모두 포함)으로 뽑고 있다.

또 학생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학교별 편차가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이 늘자 2022년부터 학생부에 기입할 수 있는 활동의 개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대입 제공 수상 경력 개수가 학기당 1개로 제한되고 자율 동아리 활동 기재도 제한된다.

교내 활동과 관련되지 않은 소논문이나 방과 후 학교 활동, 학교 밖 활동 역시 쓸 수 없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학생들의 비교과 항목 기재에 제한이 많아 학생부가 정성평가 도구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이어진다.

드라마 ‘SKY 캐슬’ 열풍과 숙명여고 사태로 학생부 종합 전형은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라는 오명을 썼다.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사교육이 활황을 띤다는 비판은 틀렸다고 말한다. 실제로 학생부 종합 컨설팅 학원 수(248개)는 일반 입시 보습학원(4만 개)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교육 전문가 C 씨는 “학력고사 시절이나 정시가 대세이던 시절에는 중3 엄마들이 강남으로 전입신고를 했고 대치동 모든 학원이 수능을 준비했으며 고액 과외, 고액 논술이 존재해 왔다”며 “강남에서의 고액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늘 있어 왔고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사교육의 행태도 변하고 있는 것일 뿐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인해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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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생성하는 사회구조가 문제

사교육 시장은 늘 성행해 왔고 사교육 시장을 악용하는 사례 역시도 이미 많이 존재해 왔다. 과도기적인 교육 시스템 역시 양지의 사교육 시장과 음지의 사교육 시장을 만들어 왔다.

입시 코디 B 씨는 “한국에선 창의성을 평가한다고 하면 창의성을 만들어 주는 학원이 생길 것이고 진실성을 평가한다고 하면 학원에서 진실성을 만들어 줄 것”이라며 “이 사회에서 어떤 교육제도도 사교육을 피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사교육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기 전에 사교육이 성행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사교육은 오랜 시절 교육과 입시 제도의 변화를 거쳐 오면서도 풀지 못한 난제다. 수능은 정량평가이기 때문에 반복 학습이 중요하며 재수생이 유리하다는 문제도 꾸준히 지적 돼 왔다. 또 사교육이 밀집한 교육특구 쏠림 현상은 오랫동안 정시 위주의 입시 제도에서 거론된 문제점이다.

지난해 서울대 정시모집 합격자 3명 중에 1명은 전국 16개 고교에서 나왔다. 정시에서 10명 이상을 배출한 16개 고교는 자사고 7개교, 일반고 7개교, 외고 1개교, 전국 단위 자율학교 1개교였다. 일반고 7곳은 교육특구 중심의 수도권 고교로 지역 간 격차도 뚜렷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에서 서울대 정시 합격자 수가 가장 많았다.

반면 수시 합격 지역과 고등학교는 더 다양해졌다. 여론의 비판과 달리 수시 전 전형을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운영하면서 경남 고성군, 경남 하동군, 경북 예천군, 전남 고흥군, 전남 완도군, 전북 무주군, 전북 임실군 등 최근 3년간 서울대 합격 실적이 단 1명도 없었던 7개 군 지역에서 서울대 합격자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3년간 합격자 배출에 실패했지만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일반고는 전국에서 91개교에 달했다.

◆공교육 시스템 개선이이 우선돼야
교육 전문가들은 대부분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대학은 인재상에 맞는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취지를 살리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공교육이 수시나 학생부 종합 전형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성태 공부의신 대표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좋은 제도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아직 일선 학교는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담임 한 명이 모든 학생의 생활기록부 활동을 다 책임져 주지 못하니 학생들이 학원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부 종합 전형이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개선을 바탕으로 서서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뿌리를 두고 있는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거의 100년에 걸쳐 자리 잡은 제도”라며 “한국에서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단기간에 수시의 70% 이상까지 확대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목적 중 하나는 공교육의 정상화였다. 학교 수업보다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수능 대신 내신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토대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고와 특목고의 모든 인프라에서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 중 정시와 수시를 합산하면 1위부터 17위까지를 자사고·영재학교·외고·과학고 등이 싹쓸이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활동하는 자율동아리 활동의 비율도 특목고가 더 높았다. 특히 과학영재학교의 자율동아리 활동 참여율은 5개교 평균 287.4%로 전국 평균 52.8%보다 5.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학생 1명당 3개가량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당신이 잘 모르는 사교육 시장의 오해와 진실
교육 전문가 C 씨는 “특목고는 모든 활동을 학교에서 전담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의 비율이 낮다”며 “드라마 ‘SKY 캐슬’에서도 학교 시스템이나 학교의 역할은 빠져 있다. 모든 엄마들이 한서진(‘SKY 캐슬’ 염정아 분)이 안 되려면 공교육 시스템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문제도 있다. 비교과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신은 내신대로, 수능은 수능대로 교과 관리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와 성적을 기반으로 평가하고 수능 최저 등급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입시 코디 B 씨는 “아이들을 평가하는 요소는 ‘잠재력’, ‘전공 적합성’ 등 몇 가지 용어로 정의되지만 생기부에 적어야 할 항목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교육정책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너무 빨리 변하는 것도 문제다. 올해 고1~3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학년별로 대입 지형이 제각각이다. 교육과정부터 수시·정시 선발 비율, 수능 출제 범위, 학생부 기재 항목 등의 기준이 학년마다 상이하기 때문이다.

대입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빨리 변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이 받는다. 드라마와 언론의 과장도 아이들의 불안을 부추길 뿐이다.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드라마에서 과장된 내용이 나오며 학생부 종합 전형에 오해와 불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실제 대학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평가할 때는 학생이 공부해 온 환경과 지역별·학교별 격차까지 모두 고려한다. 자기 스스로 성장하며 만들어 간 자신의 이야기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8호(2019.01.21 ~ 2019.01.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