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로봇을 만드는 기업들 ①두산로보틱스]
-‘협동 로봇’으로 글로벌 시장 겨냥한 두산로보틱스…자체 기술개발로 가격 경쟁력 앞서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4차 산업혁명 시대, 로봇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로봇을 만드는 기업들을 방문해 혁신 기술과 로봇 경쟁력에 대해 들어본다. 첫 업체로 두산로보틱스를 찾았다. 제조 기술 향상을 위한 제조업 솔루션으로 산업용 로봇, 그중에서도 ‘협동 로봇’을 생산하는 곳이다.
튀김 튀기고 음료 서빙도…‘6개 토크 센서’ 로봇 팔 힘 제어
“하나의 로봇이 탄생하기까지 총 4개 공정을 거칩니다. 로봇을 만드는 곳에도 로봇이 생산 라인에 투입됩니다. 8kg짜리 무거운 모듈은 작업자가 한손으로 지탱하면서 볼팅 작업을 하기 어려운데 이때 협동 로봇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산업로에 자리한 두산로보틱스 공장에서 안내자가 말했다. 이곳은 두산로보틱스 본사이면서 생산 기지다. 약 4454㎡의 공간, 일반적인 제조 공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조용하고 깔끔하다. “공장을 쇼룸화한 것”이라고 방수용 두산로보틱스 차장이 말했다. 고객들에게 로봇이 실제 공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업무 분담이 되는지 보여주는 공장 겸 쇼룸이다.

작업자들 뒤쪽에 팔 모양의 로봇들이 이리저리 휘젓고 있다. 셋째 공정인 테스트 라인 풍경이다. 1~2차 공정을 거쳐 완성된 로봇들은 이곳에서 24시간 동안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주로 로봇의 동작이나 부하 테스트가 실시된다. 로봇 팔이 사람과 같이 여러 방향으로 관절을 꺾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각 축마다 ‘토크 센서’가 내장돼 있어 가능한 일이다. 테스트 라인을 거쳐 캘리브레이션 라인에서는 특히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검·교정한다. 이곳에서 연간 1만 대의 로봇이 생산된다.

산업용 로봇의 진화, 협동 로봇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7월 설립된 두산그룹의 로봇 사업 전진기지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그룹 신성장 동력의 일환으로 로봇 사업을 키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프로젝트로 로봇 사업에 착수하면서 독립 법인으로 승부수를 내걸었다. 그룹 내 유일한 로봇 계열사로, 특히 ‘협동 로봇’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협동 로봇(코봇 : collaborative robot)은 협업 로봇이라고도 부른다.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사람과 함께 일하고 사람을 도우면서 ‘제3의 손’ 역할을 하는 게 특징이다. 1960년대 이후 오늘날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는 산업용 로봇은 제조업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 왔다. 최근 제조업 혁신의 일환으로 공장도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용 로봇도 여러 방면으로 진화하고 있다. 협동 로봇은 산업용 로봇의 한 분야이면서 산업용 로봇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새로운 형태의 로봇이다.

유니버설 로봇이 이 시장을 개척해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신생 기업뿐만 아니라 화낙·ABB 등 글로벌 로봇 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협동 로봇은 지난해 이후 연평균 6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 분야다. 두산은 로봇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바로 이 협동 로봇 시장을 주목했다. 자체 기술로 4개의 모델을 개발, 2017년 말 양산을 시작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세계가 주목할 만한 로봇을 내놓았다고 자부한다”고 이병서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말했다.

이 대표는 “로봇 강국 독일 무대에서 인기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양산을 시작한 이후 유럽 최대 규모의 로봇·자동화 분야 전시회인 ‘오토매티카 2018’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고 현장에서 100여 개 업체와 구매 계약을 논의하거나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박 회장도 함께하며 힘을 보탰다.

또한 지난해 12월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36%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두산로보틱스는 시작부터 “주 무대는 글로벌”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현재 독일·중국·미국 등 10여 개국에 진출하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전기·전자’ 분야가 주요 고객이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 로봇은 M시리즈로 선보인다. 좁은 공간에서 빠른 반복 작업을 하는 M0609, 최대 가반 중량(들어 옮길 수 있는 무게) 제공으로 중량물 작업에 효과적인 M1509, 다양한 작업 공정에 적합한 기본 모델 M1013, 2개 이상의 작업 공정이나 원거리 작업 시 최고 효율을 내는 M0617이 그것이다.

실물로 본 M시리즈는 산업용 로봇의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랐다. 외관상 하얀색의 곡선 패턴으로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몇 개의 터치만으로 조종할 수 있다. 움직이는 로봇 팔에 슬며시 손을 대니 ‘우웅’ 하고 닿는 즉시 동작을 멈췄다. 휴대전화 진동과 같은 크지 않은 울림의 자연스러운 터치감이었다. “안전성과 편리성을 최우선으로 설계했다”고 로봇 초창기부터 개발 과정에 참여한 김형중 책임이 설명했다.

M시리즈는 4가지의 중요한 가치를 따르고 있다. ‘안전한(Safe)·능숙한(Dexterous)·쉬운(Easy)·유연한(Flexible)’이다. 협동 로봇의 지향점은 기존 산업용 로봇의 한계점을 생각하면 명확히 보인다. 일반적으로 산업용 로봇은 사고 우려 때문에 안전 펜스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협동 로봇은 안전을 위해 마련됐던 로봇 전용 공간 없이도 사람 바로 옆에서 활동한다. 동작 속도를 늦추거나 정지하는 식으로 ‘따로 또 같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또 기존 산업용 로봇은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정 기술을 숙지한 전문가가 로봇을 다룰 수 있어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튀김 튀기고 음료 서빙도…‘6개 토크 센서’ 로봇 팔 힘 제어
튀김 튀기고 음료 서빙도…‘6개 토크 센서’ 로봇 팔 힘 제어
경쟁력은 ‘힘 제어’…6개의 센서 유일

두산 로봇의 차별점은 ‘힘 제어’에 있다. ‘토크 센서’가 핵심 기술이다. 안전성과 편의성을 추구하는 협동 로봇 가운데서도 성능 측면에서 고품질을 추구했다. “1세대 로봇은 전류 제어 방식으로 충돌에 대한 감지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면 2세대 로봇은 센서를 장착해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힘을 바로 측정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위치 제어, 힘 제어가 되면 정밀 안전뿐만 아니라 정밀 조립에 강점을 가져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기존 로봇 기업이 토크 센서를 한 개 장착하고 있다면 두산로보틱스의 로봇은 업계 최고로 6개가 포함된 게 큰 차이다.”

M시리즈 협동 로봇을 활용한 두산인프라코어 인천공장은 지난해 7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으로부터 ‘협동 로봇 설치 안전 인증 1호’로 선정됐다. 이곳에선 엔진 내부에 연료를 분사하는 ‘직분사 인젝터 압입 공정’ 작업을 협동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로봇 팔의 6개 관절마다 토크 센서를 장착하면서 손재주도 좋아졌다. 0.1mm의 반복 정밀도를 통해 사람의 손재주가 필요한 섬세하고 까다로운 작업도 수행 가능하다고 두산로보틱스 측은 밝혔다.

반면 가격은 더 낮췄다. M시리즈의 한 대 가격은 3000만원대다.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할 때 유사한 성능의 제품보다 1000만원 정도 낮춘 것이다. 초창기 두산그룹 내에서 로봇에 특화된 인원으로 작게 시작해 자체 기술을 개발하면서 규모를 키워 오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심플함을 추구했다. 다양한 로봇 동작을 간편한 스킬 앱(skill app) 형태로 구현해 로봇 사용 경험이 없는 일반 사용자도 빠르고 손쉽게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직관적인 사용성과 제품 디자인을 인정받아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2017년 ‘사용자 경험(UX)’ 부문에 이어 2018년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 2년 연속 수상했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로봇 전체의 외형과 기능으로도 상을 받고 사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터페이스 부문에서도 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협동 로봇은 제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 M시리즈도 다양한 업종으로 고객사를 확대하는 중이다. 국내 협동 로봇 안전 인증 최초 1호 사업장인 두산인프라코어에서는 하루 900회 정도 사람이 어깨 힘을 이용해 부품을 눌러 조립하던 과정을 로봇이 대체했다.

또 산업용 차량 부품 업계의 자동차 내장재 글루잉 작업에도 쓰였다. “자동차 내장재에 접착제를 도포하는 공정으로 분사 버튼을 쥐고 넓은 영역을 도포하면서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는 공정이었는데, 로봇이 대체하면서 일정한 속도로 일정한 양을 도포하게 돼 품질도 향상되고 작업자 작업 환경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특이하게는 ‘튀김을 튀기는 로봇’도 있다. 로봇 팔이 사람 대신 치킨을 튀기는 작업을 한다. 음료 서빙 로봇도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제조업 공장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유통업 등 적용 분야를 넓혀 갈 계획이다.

로봇은 혁신 기술이면서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명과 암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사람의 일과 로봇의 일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곳 개발자들은 로봇을 개발하기 전 200여 개 공장 현장을 방문해 작업자들의 불편 사항을 들으면서 해답을 찾았다. 단순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하는 작업자들은 “자녀들에게 같은 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이 대표는 “로봇이 좋아하는 일은 사람이 싫어하는 일이다. 사람은 사람이 잘하는 일, 로봇은 로봇이 잘하는 일을 한다는 게 협동 로봇의 개념”이라며 “기존에 노동자들이 하기 싫어했던 단순 반복적이거나 무게를 실어 작업해야 하는 일 등을 로봇이 하는 대신 사람은 그 옆에서 고부가가치 작업을 하는 식으로 협업을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작업 방식”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이병서 두산로보틱스 대표
“산업용 로봇 비중 1위 한국, 이제는 글로벌 로봇 기업 나와야”
튀김 튀기고 음료 서빙도…‘6개 토크 센서’ 로봇 팔 힘 제어
이병서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25년간 두산그룹·두산중공업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친 후 2015년 두산로보틱스 설립과 함께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그는 “한국은 제조 인구당 산업용 로봇 사용 비율이 가장 높다”며 “이제는 글로벌에서 두각을 보이는 로봇 기업들이 나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로봇 사업을 하면서 왜 협동 로봇이라는 분야에 초점을 맞췄나.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로봇 개발에 뛰어드는 후발 주자로서 레드 오션보다 유망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봤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중국 등이 이미 많이 점유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장점을 활용해 빠르게 앞서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 협동 로봇이었다.”

로봇에 뛰어들면서 인수·합병(M&A)보다 자체 개발을 택했다.
“물론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았지만 로봇에 대한 토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은 제조 인구당 산업용 로봇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로봇 보급률이 가장 높은 반면 일본이나 유럽처럼 내로라할 만한 업체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한국에서 로봇을 전공했거나 연구하는 교수·연구기관 등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했다. 더 빨리 개발하기 위해 디자인 싱킹과 같은 나름의 방법론을 썼고 실수를 저지르고 빠르게 배우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또 수정 과정을 반복하는 식으로 짧은 기간에 개발의 완성도를 높였다.”

해외시장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해외시장에서 ‘우리는 한국 사람이다. 제조에 능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하는데 다 이해하더라.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사용자 관점에서 개발했다. 개발 당시 200군데의 엔드 유저들을 만나 그들의 페인 포인트를 듣고 시장의 니즈를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기존 로봇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로봇을 사용하기 위한 전문가가 또 필요하다’는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려고 애썼다. 로봇은 손이 없는 팔까지만 제공하기 때문에 엔드 이팩터라고 불리는 손을 붙이거나 주변 기계와 연동해야 한다.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확장성 있게 만들었다는 점도 고무적인 일이다. 기존에는 무게나 무게중심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면 우리 로봇은 자동적으로 측정·입력하는 등 편의 기능이 향상됐다. 해외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또 디자인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을 녹여 냈다. 협동 로봇이 가져야 할 친근하고 안전한 설계, 가까이에서 일하더라도 부담 없는 파트너 등의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좋은 평가를 얻은 비결인 것 같다.”

향후 비전은 무엇인가.
“앞으로 사람과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온다. 코봇이라는 분야는 확장 가능성이 많다. 우리는 초기부터 센서 기반의 2세대 코봇으로 시작을 했다. 해외 진출에서 첫 무대를 독일로 택한 것도 프리미엄 시장을 내다봐서다. 로봇 강국 독일에서 먼저 성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로 뻗어간다는 전략이다. 일차적으로는 제조업 분야, 나아가 서비스업 분야에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서비스 중 가장 큰 부분인 물류에서 두산로지스틱스와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낼 생각이다. 앞으로 생각지 못한 많은 융합을 통해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지난주 미국 아마존이 연 콘퍼런스에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한 말이 기억난다. 10년 뒤 어떤 변화가 올 것이냐는 질문에 ‘이것저것 다 잡는 유니버설 그리퍼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당장 사람이 하는 일을 로봇이 하는 데는 큰 한계가 있다. 그 변화의 과정에서 코봇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추구한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공간에서 사람은 사람이 잘하는 일, 로봇은 로봇이 잘하는 일을 하는 데 우리의 역할도 있을 것이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9호(2019.06.17 ~ 2019.06.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