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혁신의 프런티어③]
-‘국내 2위’ 택배 사업 추가해 종합 물류 기업으로…2025년 매출 5조원 노린다
합병 끝낸 롯데글로벌로지스, 진천 메가허브 등 공격 투자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쇼핑의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유통 기업들은 예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됐다. 이는 곧 물류의 전 과정이 유통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유통 채널의 기반이 될 물류 인프라 구축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계열사가 바로 ‘롯데글로벌로지스’다.

지난 3월 롯데는 물류 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와 2016년 현대그룹의 물류 기업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해 사명을 바꾼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통합한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탄생시켰다.
그룹의 유일한 물류 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합병과 동시에 매출 3조원 규모의 국내 2위 물류사로 발돋움했다. 이들의 목표는 2025년 매출액 5조원의 ‘글로벌 톱 티어’ 물류 기업이다.
합병 끝낸 롯데글로벌로지스, 진천 메가허브 등 공격 투자
◆1996년 롯데그룹 ‘최초’ 물류사로 시작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목표는 막연한 꿈은 아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물류 기업이 갖춰야 할 유리한 조건을 몇 가지 갖추고 있다. 첫째는 그룹사의 유통 물량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전신인 롯데로지스틱스는 1996년 그룹 최초의 물류 회사로 설립됐는데 그룹사의 물류 서비스를 도맡으며 입지를 넓혀 왔다.

1990년대 중반은 편의점과 마트 등 새로운 유통 형태의 등장으로 물류 서비스의 강화가 곧 유통의 경쟁력으로도 이어지는 시기였다. 롯데로지스틱스는 1996년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롯데리아·롯데마트·롯데닷컴·롯데슈퍼 등의 물류를 수행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유통을 넘어 그룹의 식품·화학·제조 등 전체 산업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물류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삼자 물류(3PL)로 진출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전환된 시기가 2009년이다. 롯데로지스틱스는 국내에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함과 동시에 해외 진출도 서둘렀다. 2009년 중국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2010년)·베트남(2015년)·카자흐스탄(2016년)에 해외 거점을 마련했다. 2010년 이천 물류센터 인수와 김포 온라인센터 구축으로 인프라를 다졌다.

최근 들어 물류, 그중에서도 B2C는 단순히 물건을 배송하는 것을 넘어 ‘라스트 마일’에 집중하고 있다. 변화하는 물류 시장의 트렌드를 좇기 위해 롯데그룹은 2016년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해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재탄생시켰다. 택배 사업에 진출, 종합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택배 브랜드인 ‘롯데택배’는 1993년 택배 사업을 시작한 후 전국적 배송 네트워크를 갖추고 성장해 왔다. 서울시 장지동에 있는 동남권 물류 단지를 비롯해 전국 주요 지역에 15개의 터미널과 40개 집배센터, 800여 개의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한 후 롯데로지스틱스와의 합병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국내 유통·식품·제조 등 다양한 업종에서 물류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지닌 롯데로지스틱스와 고성장 시장인 택배 사업과 해외 12개국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에 강점을 둔 롯데글로벌로지스(현대로지스틱스)의 통합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사의 특화된 영역을 활용해 해외 현지의 물류, 포워딩, 국내 내륙 수송, 창고 운영과 라스트 마일 배송까지 이어지는 물류 전체 영역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굴지의 물류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 떠오른 것은 당연했다.
합병 끝낸 롯데글로벌로지스, 진천 메가허브 등 공격 투자
◆3PL 경쟁력 향상으로 화주 니즈 충족

통합 법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 항만 하역, 3PL(창고·운송), 국제 물류 사업, 음·식료품과 담배 도매 사업을 수행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019년 상반기 사업별 매출액 비율을 살펴보면 복합 운송을 수행하는 글로벌 부문이 34.97%, 택배 운송이 31.16%, 공급망 관리(SCM) 부문 중 3PL 운송이 33.37%, 항만 운영이 0.5%를 차지한다.

3PL은 화주 기업이 물류 관련 비용 절감과 물류 운영의 선진화,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 기능을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것이다.


출발은 그룹 내 물량을 처리하는 2자 물류였지만 2000년대 들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PL의 비율을 차차 높이고 있다. 기업의 서비스를 물류가 좌우하게 되자 전문 물류 기업들은 3PL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고객사에 최적의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며 성장 동력을 창출하게 됐다.

기존의 수·배송, 창고 보관, 유통 가공, 수출입 운송, 통관과 함께 최근에는 IT 솔루션을 활용해 화주 기업에 물류 네트워크와 프로세스에 대한 정밀 진단을 시행하고 그에 맞는 운영 대안을 도출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3PL을 담당하는 SCM사업본부는 최근 5년간 약 43% 성장했다. 산업군별 전문성을 확대해 기존 거래처의 서비스 품질 개선과 업무 범위를 확대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 기존 거래처 외에도 자동차 부품 유통사업부문에서 단계별로 인프라를 확대하고 영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SCM사업본부는 자동차 물류의 인프라 구성에 따른 네트워크 구축과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는 헬스 케어 시장의 물류 인프라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SCM사업본부는 유통 물류와 제조 물류의 사업부문으로 나눠 다양한 화주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유통과 제조 물류 부문에서는 국내 최고의 SCM을 통해 선진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전문적인 물류 컨설팅을 통해 화주사의 물류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통해 물류 운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실현한다”고 설명했다.

항만 운영 사업도 SCM사업본부에 속해 있다.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부산 신항에서 최신식 장비와 시스템으로 글로벌 대형 선사에 24시간 항만 하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한국 수출입 무역의 대표 관문 역할을 수행한다.

근소한 차이로 가장 높은 매출액 비율을 차지하는 글로벌 사업본부는 해운과 항공 포워딩을 비롯한 복합 수송(Intermodal), 교차 국경 무역(CBT : Cross Border Trade) 등 고객의 니즈에 맞는 모든 국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며 세계 14개국 34개 거점 등 200여 개의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물류 관리 효율화와 고객 서비스 증대를 위해 첨단 물류 정보 시스템으로 전 세계 화물의 이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직구·역직구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천공항 물류 단지 내 자동화 특송 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택배 사업 투자

2PL과 3PL에 이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총력을 기울이는 분야는 ‘택배’다. 택배 시장점유율 2위를 둘러싸고 한진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택배 시장은 CJ대한통운이 48%로 압도적 1위롤 차지하고 한진과 롯데가 12~13%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장점은 모기업 롯데그룹이 가진 탄탄한 유통 인프라다. 자사의 온라인 물량을 처리할 수 있어 경쟁사들보다 한층 더 유리한 입지를 가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매년 성장하는 택배 물량도 또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난해 택배 시장은 전년 대비 8.7% 성장했고 연간 물동량은 25억 개를 돌파했다.

사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택배 사업 부문은 2016년 인수 후부터 적자를 지속해 왔다. 투자비용과 인건비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적자 규모가 줄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상반기 택배사업부문의 영업손실은 124억9500만원에서 올해 65억2100만원으로 축소됐다. 택배 자동화 시설 등에 대한 투자로 고정비용을 축소시켰고 롯데그룹 편입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서서히 나온다는 분석이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 부문에 꾸준히 투자했다. 이는 물류가 ‘규모의 경제’에 부합하는 사업군이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도심형 물류 단지인 동남권 물류 단지를 오픈해 도심형 택배 네트워크 확대와 수도권 당일 배송을 가능하게 했다. 또 의류 택배 분야에서 강점을 더하기 위해 2016년 5월 덕평물류센터를 열었다. 택배 분야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진천 택배메가허브터미널을 준공할 예정이다. 2022년 1월 준공 예정인 진천 택배메가허브터미널은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탑재해 하루 150만 박스를 처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택배 터미널이다.

이와 함께 수도권 7개 의류 물류센터를 통합해 생산성과 운영 효율을 높여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6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여주 통합물류센터를 준공할 계획이다. 또한 영남권에도 현재 분산돼 있는 물류 시설을 통합해 800억원 규모의 영남권 통합물류센터를 준공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을 넓히는 데도 주력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6월 19일 카카오페이와 함께 카카오페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운 카카오페이 배송 서비스는 카카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주문하고 결제해 편리하게 보낼 수 있는 택배 서비스다.

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모든 물류센터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으로의 전환을 꾀한다. 자동화 설비와 IT 시스템을 결합한 스마트 물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업무 환경을 개선한 후 대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3년까지 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물류 경쟁력 강화, 서비스 고도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글로벌 톱 티어’ 물류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돋보기 :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는?

물류 경쟁력 강화 적임자…택배 적자 탈출이 과제
합병 끝낸 롯데글로벌로지스, 진천 메가허브 등 공격 투자
지난해 10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 회장은 5년간 50조원 투자와 7만 명을 고용한다는 ‘5개년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이 계획에는 물류 시설과 시스템 등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올해 롯데그룹은 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글로벌로지스를 통합해 그룹 내 물류 사업을 강화했다. 향후 유통의 경쟁력까지 좌우하게 될 중책을 수행할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수장으로 박찬복 대표가 낙점됐다. 박 대표는 2017년 롯데로지스틱스 대표로 재직하며 유통과 물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을 얻었다.

1961년생인 박 대표는 중앙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1988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롯데케미칼 감사실, 재무팀, 롯데장학재단 재무 임원을 거쳤다. 2009년 롯데로지스틱스 경영관리·유통물류 부문장, 2017년 롯데로지스틱스 대표를 지냈고 2019년 통합법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대표로 취임했다.

박 대표는 롯데 인수 후 꾸준히 적자를 지속해 온 택배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 적자를 축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진을 따돌리고 택배 시장점유율 2위의 목표를 이뤄야 한다.

박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통합법인 출범식에서 “전략적인 인프라 확충과 시너지 극대화, 디지털 기술 기반의 물류 서비스, 혁신적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2025년 매출 5조원을 올릴 수 있는 물류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또 임직원이 혁신과 열정을 품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8호(2019.08.19 ~ 2019.08.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