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245호 (2019년 10월 09일)

최신원의 ‘선택과 집중’…주유소 버리고 렌털 키우는 SK네트웍스

[CASE STUDY : 기업 탐구]
-전통 종합상사 탈피해 렌털 왕좌로 새로운 도전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약력 : 1952년생. 경희대 경영학과 졸업. 1994년 선경 전무. 1996년 선경 부사장. 1997년 SK유통(현 SK네트웍스) 대표이사 부회장. 2000년 SKC 대표이사 회장. 2016년 SK네트웍스 대표이사 회장(현).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SK네트웍스는 1953년 직물 회사로 시작한 이후 한국 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면서 무역상사로, 정보통신 단말기와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유통 기업으로 변신을 거듭해 왔다.

그 과정에서 유공을 인수해 당시 선경직물이 지금의 SK그룹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올해 창립 66주년을 맞은 SK네트웍스는 세상의 흐름을 선도하며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사전에 파악하고 충족시키려는 ‘도전과 혁신의 DNA’로 미래 사업을 공략하고 있다.

SK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에 뿌리를 두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최신원 회장 취임 이후 전통적인 종합상사의 틀을 깨고 렌털 분야로 사업을 확대 개편하고 있다.

정보통신과 상사 부문은 여전히 전체 매출 비율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지만 최 회장 취임 이후부터 패션 브랜드 매각과 면세점 사업 중단 등 비주력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며 신성장 동력인 렌털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16년 동양매직(현 SK매직), 2018년 AJ렌터카 등을 인수하면서 SK네트웍스 사업의 무게중심을 상사에서 모빌리티·홈케어 분야로 옮겼다.



◆ SK家 2세 최신원, 구원투수로 등판

SK네트웍스를 이끄는 최 회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형이자 SK 오너 일가의 맏형이다.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 이념 아래 사촌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고 최종건 창업자의 아들인 최신원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SK그룹 2대 회장인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촌 경영 체제를 이어 가고 있다.

다만 사실상 최신원 회장 형제는 SK네트웍스와 SK디스커버리를 통해 그룹 내에서 독립 경영을 해오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2015년 SKC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사회공헌 활동에 전념해 오다 2016년 SK네트웍스 등기이사에 선임되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최 회장은 2016년 SK네트웍스가 KT렌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고 면세점 사업권 연장에 실패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해 큰 폭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을 통해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

SK그룹의 모태 기업인 선경의 부사장과 SK유통 부회장을 맡은 바 있는 최 회장에게 SK네트웍스는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2016년 경영 복귀 이후 자사주를 계속 사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30차례 이상 자사주를 매입했다. 기업 이슈가 발생했을 때 소량으로 SK네트웍스 주식을 장내 매수했는데 올해만 6차례 사들였다.

그렇게 3년 동안 최 회장은 0.47%에서 0.77%까지 회사 지분을 늘렸다. 이는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행보라기보다 향후 사업 개편 효과를 통한 실적 개선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책임 경영’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실제 최 회장은 SKC 회장 시절에도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를 자주 매입했었다.




◆ ‘렌털에 집중’ 사업 재편 박차

모빌리티와 홈 케어를 핵심 축으로 체질 개선과 동시에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10월 10일 예정된 웅진코웨이 본입찰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굵직한 국내 M&A 인수전의 단골손님으로 SK네트웍스가 거론되는 배경은 최 회장이 경영을 맡은 2016년부터 SK네트웍스가 M&A를 통해 외형 성장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SK네트웍스는 웅진코웨이의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꼽히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자회사 SK매직의 170만 계정과 웅진코웨이의 740만 계정을 합하면 1000만 계정을 보유한 독보적인 렌털 사업자가 될 수 있다.

SK네트웍스가 전국의 직영 주유소 338곳을 매각하려는 이유도 웅진코웨이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주간사회사로 선정해 주유소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전국에서 338개 직영 주유소를 운영하는 SK네트웍스는 주유소 자산을 매각 후 재임대(sale and lease back) 형태로 유동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수개월 전부터 관련 작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직영 주유소 부지 등 보유한 자산 가치는 최소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주유소 사업을 정리하면 매각가가 2조원대 안팎으로 추정되는 웅진코웨이 인수 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SK네트웍스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가 직영 주유소 매각 자금으로 신성장 동력 사업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사업은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고 전기차 등의 보급으로 기존 사업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유소 사업 부문은 2016년 매출 1조8343억원, 영업이익 485억원에서 이듬해 각각 1조8425억원, 383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 1조4357억원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208억원에 그쳤다.

주유소 사업 몸집 줄이기는 2017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SK네트웍스는 LPG 충전소를 SK가스에 넘겼고 가맹 주유소 사업을 담당하는 홀세일사업부를 SK에너지에 매각했다.

이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은 최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3년 차를 맞은 최 회장은 그동안 사업권 연장에 실패해 영업을 이어 가기 어려워진 면세 사업을 접었고 패션 사업은 현대백화점그룹에 넘기는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그 대신 알짜 사업인 렌털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신성장 동력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그 결과 SK네트웍스는 모빌리티와 홈 케어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AJ렌터카를 인수해 업계 1위인 롯데렌탈(롯데렌터카)와 함께 ‘빅2’ 체제를 공고히 했고 최근에는 양 사의 렌터카 사업을 내년 통합하기로 결정해 향후 더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







◆ 모빌리티·생활가전 혁신 가속

최신원 회장은 통 큰 베팅으로 렌털 등 미래 성장형 사업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모빌리티와 홈 케어 분야의 혁신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DT)을 통해 기업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여 가는 ‘고객 가치 탐험가’라는 비전 달성을 추진할 방침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통합 멤버십 구축과 렌터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최초 모바일 주유 애플리케이션인 ‘자몽’과 자사 직영 주유소 멤버십인 ‘해피 오토 멤버스’를 하나로 묶어 2018년 1월 주유·충전·세차·정비 등 자동차 관련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통합 멤버십 ‘모스트(Most)’를 출시했다.

또 스마트 주차 솔루션 전문 기업인 파킹클라우드와 제휴, 주차 관련 서비스를 추가하고 통신사·신용카드사와 협력해 모빌리티 관련 고객 관점에서의 다양한 혜택을 더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의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해 서울 강동구 길동에 전기차 전용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충전소’를 구축하고 있고 10여 개의 직영 주유소에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설치해 하반기부터 상용 운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1999년 사업 시작 이후 20주년을 맞은 스피드메이트는 경정비업계 리딩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SK네트웍스의 렌터카 사업 브랜드인 SK렌터카는 2009년 3800대 규모로 서비스를 시작해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이어와 2017년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지난 1월 업계 3위인 AJ렌터카 인수를 마무리하며 사업 규모와 서비스 품질 모두에서 경쟁력을 높이게 됐다는 평가다.

기존 롯데렌터카·AJ렌터카와 3강 체제를 이루고 있던 SK네트웍스는 2018년 말 AJ렌터카를 인수하면서 2강 체제로 렌터카 시장을 재편한 바 있다.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강점을 지닌 AJ렌터카와 내년 사업을 통합함에 따라 렌털 사업 전반에 걸친 시너지가 기대된다.

홈 케어 분야에서도 SK매직을 중심으로 혁신을 이어 가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16년 동양매직(현 SK매직)을 6100억원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렌털 사업에 뛰어들었다.

새로 출범한 SK매직은 2016년 매출 4372억원, 2017년 5241억원, 2018년 6438억원을 올리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매출은 78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제 명실상부한 SK네트웍스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SK네트웍스와 관계사들과 협업해 정수기·가스레인지·공기청정기 등 주력 제품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탑재하는 혁신을 거듭한 결과다.

렌털 계정 수도 직수형 정수기 등의 호조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누적 168만 계정을 달성하며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6년 인수 당시 97만 계정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180만 계정 달성을 예상한다.

가전 점유율도 가스레인지 40%, 전자레인지 34%, 전기오븐 37%, 식기세척기 68% 등 고른 분포로 1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SK매직을 통해 정수기와 가스레인지 등 기존 핵심 제품에 대한 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고 공기청정기·전기레인지 등 성장 시장에 대해서도 신모델 출시와 마케팅 강화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SK매직은 렌털 영업의 핵심인 MC 조직을 지속 확대하는 동시에 온라인 채널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며 “혁신을 계속 이어 가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렌털 누적 계정 300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매직은 호실적에 힘입어 2020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작업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SK매직의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10일로 예정된 웅진코웨이 본입찰에 SK네트웍스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렌털업계 1위인 웅진코웨이 인수에 성공하면 몸값 1조원대의 렌털 공룡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돋보기 :  SK네트웍스 위기 극복 스토리]

-분식회계 사태 위기 딛고 고강도 경영 혁신으로 워크아웃 조기 졸업

SK네트웍스는 늘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전신이었던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2003년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를 받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자구 노력으로 3년 6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003년 분식회계 사태 해결을 위해 SK네트웍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2700여 명 가운데 750명을 구조조정하는 뼈를 깎는 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채권단이 제시한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목표를 2003년부터 4년 동안 매년 초과 달성했다.

신규차환유동화증권(CBO)도 1년 만에 상환했다. 당시 국내 채권단은 받을 돈의 30%, 해외 채권단은 받을 돈의 43%를 상환받기로 합의했었는데 이 돈을 1년 만에 자체 자금으로 갚은 것이었다.

이때 최태원 SK 회장은 보유 중이던 워커힐호텔 지분 40.7%를 SK네트웍스에 무상 증여했다. 당시 최 회장이 SK네트웍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통해 ‘워커힐호텔 지분을 포함해 보유 중이던 계열사 지분을 사재 출연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SK네트웍스는 2003년 9월 채권단과 경영 정상화 이행 약정을 체결한 지 3년 6개월 만인 2007년 4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당초 졸업 예정 시점인 2007년 말보다 무려 8개월이나 앞당긴 것이었다.

SK네트웍스는 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계기로 ‘제3의 창업’에 나선다는 각오로 2007년 7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지배 구조 논란과 분식회계 등 과거 유산을 완전히 청산하고 책임 경영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SK네트웍스는 분식회계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현지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주유소·경정비 사업과 휴대전화 유통 사업을 연계한 에너지·정보기술(IT) 복합 마케팅을 추진하며, 그룹 내 ‘차이나 인사이더(외부자가 아닌 내부자로서의 중국 시장 접근 전략)’ 시대를 가장 먼저 열었다.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은 지금도 SK그룹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5호(2019.10.07 ~ 2019.10.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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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0-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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