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플래티넘’ 브랜드 론칭
- 올해 4200가구 공급 이어 내년 7000여 가구 공급 예정
‘위기는 곧 기회다’ 주택 사업 강화 나선 쌍용건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주택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건설업계가 변화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가계 부채 대책과 함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까지 대폭 삭감되면서 내년 건설 부동산 산업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주택과 토목 등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그동안 진출하지 않았던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과 반대로 오히려 주택 사업을 강화하고 나선 건설사가 있다. 바로 쌍용건설이다. 모그룹의 부도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부활한 쌍용건설은 ‘건설 명가’ 재건을 외치며 주택 사업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로 했다.

◆ 주택 사업 강화로 건설 명가 부활 노린다
‘위기는 곧 기회다’ 주택 사업 강화 나선 쌍용건설
2018년 10월 17일. 회사 창립 41주년을 맞은 이날 쌍용건설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주택 사업 브랜드와 함께 하반기 아파트 분양 계획을 발표했다.

기자들에게 그동안 사용해 오던 ‘예가(藝家)’ 브랜드를 ‘더 플래티넘(The PLATINUM)’으로 변경하고 내년 주택 공급을 7000가구 이상 추진한다는 전략을 소개했다.

같은 시간. 창립 41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쌍용건설 본사에서는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직접 나서 회사의 새로운 도전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한 걸음 물러나 있던 국내 주택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어야 할 때가 됐다”며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과잉공급 우려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쌍용건설과 김 회장의 주택 사업 강화 깜짝 발표는 언론 및 건설 부동산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예정된 주택 사업을 축소 또는 연기하느라 분주한 상황 속에 쌍용건설은 오히려 정반대의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한 속내를 들여다보면 쌍용건설의 주택 사업 확대 카드에는 건설 명가 부활이라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1990년대 중반 연매출 3조원, 국내 시공 능력 평가 6위를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던 쌍용건설은 2013년 12월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난을 겪으며 법정관리(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2015년 두바이투자청(ICD)이 새 주인이 되면서 1년 3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하지만 회사를 새롭게 정비하고 사업의 기틀을 준비하느라 주택을 지을 토지 확보 및 신규 수주에 이렇다 할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 국내 시공 능력 평가에서 2017년 22위, 올해 30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5년간(2013~2017년) 쌍용건설의 아파트 공급 현황을 살펴보면 2013~2015년 3년간 0가구, 2016년 757가구, 2017년 468가구를 공급하는데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주택 사업 강화를 염두에 둔 공격적인 주택 사업을 진행했고 시장 상황과 별개로 주택 사업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쌍용건설은 올해 1~9월 2500여 가구를 분양했고 남은 3개월(10~12월) 안에 1700여 가구의 분양을 준비하는 등 총 4200여 가구를 올해 공급할 예정이다.

전년에 비해 9배, 지난 5년간 공급된 주택 공급의 3배가 훌쩍 넘는 올해 쌍용건설의 주택 사업 강화가 몸풀기였다면 내년부터는 새로운 브랜드 더 플래티넘을 앞세워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움직임도 전 방위적이다. 브랜드 통합은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왔고 현재 5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주택사업부는 계속 인원을 충원하며 확대에 나서고 있다.

◆ 해외가 인정한 기술력, 국내 주택에
‘위기는 곧 기회다’ 주택 사업 강화 나선 쌍용건설
법정관리를 거치고 새로운 주인을 맞기까지 어려운 시간을 보낸 쌍용건설은 사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건설사다. 특히 주택 사업보다 건축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쌍용건설은 미국 건설 전문지인 ENR이 발표한 순위에서 호텔 시공 분야 세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에는 지면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진 건물로 싱가포르의 새로운 상징으로 불리는 마리나베이 샌즈호텔을 완공했다.

이 밖에 자카르타 그랜드 하얏트호텔, 괌 하얏트 리젠시호텔, 두바이 주메이라 에미리트 타워호텔 등을 시공했다.하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2013년부터 매년 수주 잔액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다.

수주 잔액은 2012년 4조579억원에서 이듬해 2조7304억원으로 급감했다. 2014년엔 1조6654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원 이상 감소했다. 2015년에도 감소세는 이어졌고 수주 잔액은 1조4121억원까지 축소됐다.

쌍용건설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2015년 2월 두바이투자청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부터다. 입수·합병(M&A)을 통해 법정관리에서 졸업한 이후 쌍용건설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주주를 등에 업고 대외 신용도가 상승하면서 수주 경쟁력을 회복했다.

법정관리 직후 쌍용건설은 해외 사업을 중심으로 일감을 확보했다. 2015년 말 수주한 8억4000만 달러 규모의 로열 아틀란티스호텔을 비롯해 팜 게이트웨이(3억8600만 달러), A 프로젝트(3억7000만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업장의 총공사비는 16억 달러에 달한다.

해외 사업 호조 덕분에 2016년 수주 잔액은 2조원대를 회복했다. 2016년 말 기준 쌍용건설의 수주 잔액은 2조1362억원이다. 지난해엔 부진했던 국내에서도 활기를 띠며 일감을 확보해 나갔다.

지난해 국내 사업의 신규 수주액은 1조4075억원이다. 주요 신규 수주로는 △부산 사직아시아드 쌍용예가(2020년 1월 준공 예정) △의정부 을지대학교병원 및 캠퍼스 신축 공사(2020년 10월 준공 예정)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쌍용건설의 수주 잔액은 2조4981억원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쌍용건설은 올해 목표 실적 ‘매출 1조3374억원, 영업이익 183억원’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비율이 높은 해외에서만 올 들어 당초 목표치(5599억원)를 웃도는 7300억원을 수주했다. 해외 수주액은 지난해(2501억원)의 3배에 가깝다. 지난 3월 대우건설과 공동으로 7800억원대 싱가포르 WHC 종합병원 사업(쌍용건설 지분 40%)을 따낸 데 이어 지난 8월 말 말레이시아 옥슬리타워(3500억원)와 두바이 안다즈호텔(700억원) 공사도 단독 수주했다.

전문가들은 쌍용건설이 두바이투자청을 주인으로 맞은 후 개선된 신용도와 고급 건축, 고난도 토목공사 분야의 기술력이 어우러지며 해외 공사 입찰에 성공한 것이 실적 향상의 이유라고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주택 사업에도 적극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동욱 쌍용건설 주택사업부 상무는 “쌍용건설은 최근 몇 년 동안 주택 사업을 다시 전개하기 위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정비했다”며 “이제 쌍용건설이 주택 사업을 제대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6호(2018.10.29 ~ 2018.11.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