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117호 (2017년 04월 26일)

“로봇, 내 일자리 빼앗은 대신 세금을 내라”

[테크놀로지]
로봇시민법 제정과 ‘로봇세’ 논의 갑론을박…기술혁신 방해 반박도

[한경비즈니스=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까지 AI가 전 세계 일자리의 25%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매년 발표되는 미래 직업 예측 보고서는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을 공통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빌 게이츠가 던진 새로운 화두 

이런 이유에서일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올 2월 한 인터뷰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을 사용하면 로봇 사용자에게 소득세 수준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 창업자 외에도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과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 등도 로봇세 도입을 주장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로봇세의 근거는 로봇 자동화로 급격하게 사라질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을 거둬 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세의 정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봇의 존재 가치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까지 소위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존재해 왔던 공장자동화에는 왜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논쟁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포디즘과 컴퓨터를 이용한 생산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생산 설비 체계를 갖춘 시스템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면 로봇에만 세금을 부과한다고 주장한다면 이전과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2017년 1월과 2월은 로봇과 관련한 인류 역사에 의미 있는 달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1월 12일 유럽연합(EU) 법제사법위원회는 로봇에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s)’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시민법(European Civil Law Rules on Robotics)’을 찬성 17표, 반대 2표, 기권 2표로 제정 결의했다.

로봇시민법의 의미는 고도로 정교한 자동화 기능을 갖춘 로봇은 ‘전자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로봇이 자율권을 갖고 있다면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을 로봇 자신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에 신기원을 연 것이다.

EU 법제사법위원회는 ‘로봇시민법’의 제정과 함께 자발적인 윤리적 행동 강령도 함께 제안했다. 또 로봇공학의 사회적·환경적 및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규제하고 법적·윤리적 기준에 따라 운영되는 것 등도 이에 포함된다.

예컨대 이 강령에서는 로봇 제작자에게 비상사태 시 로봇을 끌 수 있도록 ‘동작 정지(kill)’ 스위치를 포함하는 것을 권고하는 식이다.

로봇을 만들 때 제작자가 지켜야 할 윤리 강령은 로봇의 제작 원칙이라는 주제로 오랫동안 논의돼 왔다. EU 법제사법위원회가 제안한 로봇의 윤리 행동 강령은 이미 1950년에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아이, 로봇(I, Robot)’이란 책에 기인한 아시모프의 법칙을 그대로 가져온 결과다.

이제까지 로봇의 제작 원칙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아시모프의 법칙은 로봇에 관한 세 개의 법칙을 말한다. 이 법칙은 현재도 그대로 통용될 정도로 명확한 로봇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첫째 원칙은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인간이 해를 입는 것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로봇의 존재 원인이 인간을 위해서라는 대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둘째 원칙은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해를 미치지 않고 인간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 상황에서 로봇은 무조건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셋째 원칙은 ‘1원칙과 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은 자율권을 갖고 있는 ‘전자 인간’으로 존재하기에 자신의 생명과 안위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로봇 해악 방지, AI의 윤리와 가치


반면 미국에서는 AI가 가져올 위험을 피하고 인류 공영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올 1월 6일 미국 캘리포니아 아실로마에서 열린 AI 콘퍼런스에서 ‘아실로마 인공지능 원칙(Asilomar AI Principles)’이 발표됐다.

이 원칙들은 AI를 인류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5개의 연구 이슈와 13개의 윤리와 가치, 5개의 장기적 이슈 등 총 23개 원칙을 공표한 ‘아실로마 인공지능 원칙’은 AI 컴퓨터인 ‘알파고’를 만들어 유명해진 하사비스를 비롯해 약 1200명의 AI와 로봇 연구자들, 스티븐 호킹과 엘론 머스크 등 2300명이 넘는 전문가가 서명했다.

23개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원칙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분명히 설명하고 있다. 먼저 연구 목표를 살펴보면 AI 연구의 목표는 방향성이 없는 지능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유용하고 이로운 혜택을 주는 지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인간을 위한 AI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또 AI를 개발하는데 AI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 그리고 개발자 간의 건전한 교류와 협력·신뢰·안전 등의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AI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연구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둘째, 윤리와 가치 부분을 살펴보면 AI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 가치 침해나 개인 정보 보호, 자유에 대한 침해 등 책임 있는 행동과 가치를 준수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 있다.
또한 AI가 일부의 이익을 가져오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인류 공동 번영을 위한 기술로서 AI에 의해 만들어진 경제적 번영은 널리 공유돼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이슈는 AI가 가져올 인류에 대한 위협을 방지하고 인류의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담고 있다. 가령 AI는 한 국가나 조직이 아닌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개발돼야 하고 안전과 통제 조치를 엄격하게 받아야 한다는 식이다.

이 같은 원칙들은 궁극적으로 AI와 로봇이 가져오는 해악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다. 하지만 AI와 로봇의 능력은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기 때문에 인간이 합리적인 통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감이 크다.

예컨대 2016년 7월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경찰이 로봇을 투입해 경찰 저격범을 사살한 사건은 윤리 논쟁을 일으켰다. 당시 사용한 로봇은 자율성을 가진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 원격조작해 특정 지점까지 보낸 후 폭탄을 터뜨리는 기능을 가진 것이다.

이는 비록 원격조작 방식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로봇을 이용해 민간인을 죽였다는 것은 로봇의 사용에 관한 윤리적 논쟁을 가져왔다. 미국은 해외 전쟁터에서 오랫동안 로봇을 전투에 투입해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 로봇을 살상용으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더 컸다.

◆로봇세 도입 부결…기술혁신에 방해

다시 로봇세로 돌아가 보자. 로봇에 ‘전자 인간’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시민법’이 통과된 지 한 달 후인 2월 17일 유럽 의회에서는 로봇세 도입에 대한 결의안 투표가 있었다.

로봇이 시민의 역할을 하게 됐으니 시민이 갖는 주요한 의무인 세금 문제를 다루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일 것이다. 로봇의 도입에 의한 노동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시도로 이뤄진 로봇세 도입 결의안 투표는 인류 노동시장의 한 획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반대 396표, 찬성 123표, 기권 85표로 부결됐다. 2017년 1월과 2월의 상황을 정리하면 로봇에 ‘전자 인간’이라는 권리와 책임을 부여했지만 막상 로봇세 도입은 부결함으로써 로봇이 인간과 같은 책임은 갖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내린 것이다.

로봇세 도입이 부결된 이유에는 세금 제도가 혁신에 방해가 된다는 점이 가장 결정적이다. AI와 로봇 개발로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 제도로 인해 발전의 방해물이 생기면 안 된다는 논리인 것이다.

또 완전경쟁 시장에서 세금, 관세 부과 등 정부의 개입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이 생겨 사회 후생이 감소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와 함께 로봇을 도입해 생산성이 증가되면 이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보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성급한 정책적 판단이라는 비판도 컸다.

‘로봇시민법’이 담긴 보고서는 로봇과 AI가 다양한 산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사실상 무제한적인 번영’을 이끌어 낼 수도 있지만, 이는 고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논리적인 판단 과정을 겪는다면 고용과 관련한 세금을 통해 장·단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로봇세 논쟁은 미래 사회에서 복잡하게 논의될 주요 이슈를 담고 있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AI 자동화가 발생시킬 실직 사태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는 사회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기본 소득 보장이나 노동자 재훈련, 기술 발전 속도의 완급 조절이나 실직자를 지원하기 위한 재원 마련 등의 논의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첫 출발점이다.

국제로보틱스연맹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의 진출이 가속화돼 한국에서 산업용 로봇의 지역별 매출 비율이 2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용 로봇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이 참여하는 상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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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4-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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