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중국의 글로벌 진출 성공·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회복 가능성 점치는 시기

[한경비즈니스=최형욱 IT 칼럼니스트] 2017년 1분기 스마트폰 시장과 관련해 여러 시장조사 보고서가 발표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채 애플·화웨이·오포·비보가 그 뒤를 따르며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일단 중국 삼총사(화웨이·오포·비보)가 연간 5억원대 수준의 중국 내수 시장에서 1~3위를 번갈아 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분이 전체 글로벌 시장 순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맏형 격인 화웨이를 제외하곤 아직까지 대부분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실적은 중국 내수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1분기 성적표’가 던진 숙제
(사진) 서울 용산구 한 휴대전화 매장에서 지난해 1월 3일 LG유플러스 직원들이 화웨이 Y6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스마트폰사, ‘제2 중국’ 찾아라

이런 상황에서 시장조사 기관 칸타월드가 발표한 이번 분기 스마트폰 시장 보고서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선진 유럽 시장, 특히 ‘유럽연합(EU) 5’라고 불리는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 22%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는 내용이 주목받고 있다.

이 또한 대부분의 중국 업체들은 내수 판매가 대부분이고 결과적으로 22%의 시장점유율은 화웨이 혼자 올린 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언제까지 내수에만 집중할까.

사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애플처럼 정말 글로벌 시장 전체를 목표로 하기보다 일단 소규모 지역에 집중하고 있고 그 첫째 대상이 바로 인도다.

인도 시장은 2014년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2015~2016년 레노보·오포·비보·러에코·화웨이 등이 본격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인도 시장에 집중하고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단일 시장 중 가장 큰 내수 시장을 가진데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30% 수준으로, 2015년을 기점으로 연간 판매 대수가 1억 대를 넘기 시작했다.

또 아직까지 롱텀에볼루션(LTE) 보급이 50%가 안 돼 국민 간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인도 정부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지금의 인도 상황이 중국의 2012~2013년 스마트폰 시장과 많이 닮아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낮은 소득수준과 스마트폰 보급 시작, 원활한 데이터망의 보급까지 모든 것이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장악하기 시작했던 당시의 중국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이런 시장에서 초기에 ‘가성비’, ‘온라인’, ‘리테일 확장’ 등 다양한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했고 성공을 거뒀다. 결과적으로 지금 중국 업체들의 인도 시장 장악을 위해 펼치는 전략을 보면 중국에서 성공했던 전략을 거의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인도를 넘어 동남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와 같은 이머징 시장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시장에 조금씩 접근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가입 형태로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시장이 존재한다. 한국처럼 통신사를 통해 단말을 구입하고 약정과 함께 단말 요금까지 묶어 지불하는 시장과 소비자가 단말을 먼저 구입하고 마음에 드는 통신사의 심(SIM) 카드를 구입해 정액만큼 사용하는 시장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1분기 성적표’가 던진 숙제
◆유럽·북미 선진 시장도 격전

선진 시장은 전자가 많다. 더욱이 약정 기간 동안 단말 요금을 나눠 내거나 일정 금액을 통신사를 통해 할인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역시 선호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는 그만큼 통신 사업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시장이고 통신사의 정책에 따라 단말 판매의 규모가 바뀔 수 있다. 말 그대로 진입 장벽이 높다.

삼성전자처럼 10년 이상 단말 사업을 하면서 전 세계 단말 사업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한 단말 판매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역시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 시장의 통신 사업자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지금도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 중이다.

사실 2012~2013년만 해도 유럽이나 미국의 통신 사업자들은 중국 스마트폰이 품질이 나쁘고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이른바 ‘짝퉁’ 수준의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을 단박에 바꾼 선봉대가 나타났다. 바로 중국 스마트폰의 맏형 ‘화웨이’와 유니콘 ‘샤오미’, 통신 회사로 시작한 ‘ZTE’다.

화웨이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유럽 선진 시장을 주요 목표로 하고 2014년 영국 런던에서 있었던 ‘어센드(Ascend) P6’의 제품 발표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화웨이는 유럽 시장에서 낯선 브랜드는 아니었다. 그동안 쌓아 온 네트워크 장비 사업이 스마트폰의 영업 전략에 큰 도움을 줬다.

이러한 네트워크 덕분에 화웨이는 영국을 시작으로 독일·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와 같은 서유럽뿐만 아니라 노키아의 고향인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에서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예외였다. 특히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도·감청 의심으로 미 의회에서 수입 제재를 받으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미국 내 소비자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 미국 시장에는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맞았다.

샤오미는 아직까지 선진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훙미’ 출시 이후 가격이 싸지만 품질이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와 함께 글로벌 시장의 유명 언론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러한 홍보는 샤오미뿐만 아니라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도움을 줬다. 과거에는 중국 제품이 그저 싸기만 하고 품질이나 디자인이 형편없는 제품이라는 인식에서 괜찮은 제품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됐다. 이는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중국 내수 시장, 삼성전자의 하락세

ZTE는 미국에서 성공한 유일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다. 한때 중국 내수 시장에서 2~3위를 기록했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중국 내수보다 해외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NBA나 NHL과 같은 미국 스포츠 구단들과의 협력을 통해 스포츠 마케팅을 비롯해 미국 통신 사업자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로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최근에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3위 자리를 두고 LG전자와 치열한 싸움을 벌일 만큼 크게 성장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힘은 결국 내수 시장에서 나온다. 이런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온다. 사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했던 2012~2013년을 제외하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3% 초반에서, 일부 시장조사 기관은 2%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갤럭시 노트7’의 발화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논란 때문에 판매량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지만 계속해 떨어지던 판매량에 조금의 영향을 주는 수준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공백을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1분기 성적표’가 던진 숙제
화웨이를 비롯해 오포와 비보가 나란히 1~3위를 기록하고 있고 샤오미·메이주·지오니와 같은 업체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의 분석처럼 중국 업체들의 단말 한 대의 마진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적자를 보는 수준이 아니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적지만 마진을 남기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이나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풍부한 자금이 없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러 지역에 투자하거나 또는 이미 삼성전자나 애플이 들어가 있는 시장에서 이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여력은 없다.

분명한 것은 시간을 들여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업체가 다수인데다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다는 데 그 무서움이 있다.

글로벌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공장과 함께 다양한 부품 업체들과 거기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종류의 값싼 부품들이 언제든지 새로운 완성 제품을 만드는 업체를 탄생시킬 토대를 이루고 있다. 또 ‘화이트 박스(무명 기업)’라고 불리는 업체들 역시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부분들이 삼성전자로선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고 더 나아가 과거의 점유율까지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결국 안방에서 적을 막아야 좀 더 효과적이고 쉽게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는 이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지 5년 남짓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한 것들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 보인다. 그리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1분기의 성적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회복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