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154호 (2018년 01월 10일)

넷플릭스·유튜브의 ‘진격’…초대형 M&A로 대응 나선 디즈니

[테크놀로지]
‘IT 기업 vs 미디어 기업’, 불꽃 튀는 콘텐츠 전쟁



[한경비즈니스=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2017년 12월, 거대 인수·합병(M&A) 소식이 글로벌 경제의 화두로 부상했다.

미디어 강자 디즈니가 21세기폭스의 영화 및 TV 사업부를 부채를 포함한 661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인수한 것이다. 디즈니는 21세기폭스 인수를 두고 케이블 통신 기업 컴캐스트와 경쟁했지만 결국 승리했다.

과거 실적 부진에 비틀거리던 디즈니는 경쟁 기업 인수를 통해 성공적으로 부활한 전례가 있다. 2006년 디즈니가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을 앞세운 ‘토이스토리’ 등 흥행작을 연이어 선보인 픽사를 인수한 사례다.

당시 픽사의 공세에 주춤하던 디즈니가 도리어 픽사를 인수함으로써 부족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 즉 디즈니의 전통적인 콘텐츠 문화와 성격이 다른 기업을 과감히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디즈니의 한 수 

디즈니의 전략은 마블 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통해 다시 한 번 대성공을 거뒀다. 디즈니는 2009년 ‘캡틴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등 방대한 히어로 캐릭터를 보유한 마블을 인수했다.

디즈니는 마블의 인기 캐릭터를 활용해 ‘어벤저스’ 시리즈 등 다양한 영화를 제작해 전 세계적 흥행을 거뒀다. 풍부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한 디즈니는 2017년 미국 영화 시장에서 유일하게 시장점유율 20%를 넘어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21세기폭스 역시 ‘아바타’, ‘혹성탈출’ 등 여러 글로벌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든 경험이 있다. 게다가 ‘엑스맨’, ‘판타스틱4’, ‘데드풀’과 같이 다수의 인기 캐릭터도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는 기존에 보유한 콘텐츠에 더해 21세기폭스의 콘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스포츠 중계 채널 스카이(Sky) 등 여러 채널의 지분도 확보하면서 영화와 TV를 아우르는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한 배경으로 새롭게 부상한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기업 넷플릭스를 지목하고 있다. 스트리밍 콘텐츠 배급 업체였던 넷플릭스는 이제 명실상부한 콘텐츠 제작 기업의 지위를 굳히고 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전격적으로 결별을 선언했다. 여러 언론들은 21세기폭스 인수를 계기로 디즈니가 넷플릭스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디즈니의 견제가 보여주듯 넷플릭스는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보기술(IT) 기업 중 하나다. 넷플릭스는 2017년 1억15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11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릴 만큼 고성장이 기대된다.  

넷플릭스의 빠른 성장 비결은 바로 경쟁력 높은 콘텐츠 제작이다. 여러 미디어 기업의 콘텐츠를 공급받던 넷플릭스는 최근 여러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만든 콘텐츠를 자사의 미디어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도록 공급해 신규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넷플릭스가 만드는 콘텐츠의 수준도 전통 미디어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하우스 오브 카드’, ‘아메리칸 반달’ 등 넷플릭스의 드라마는 세계적으로 흥행했고 작품성도 큰 호평을 받았다.

또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옥자’ 등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은 드라마를 넘어 영화까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업계는 이제 넷플릭스의 플랫폼은 물론 콘텐츠 경쟁력도 주목하게 됐다. 자체 콘텐츠의 두드러진 성공으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2018년 콘텐츠 제작에 무려 8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평가절하하던 주요 미디어 기업들도 이제는 넷플릭스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전통 미디어 기업을 위협하는 것은 넷플릭스만이 아니다.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IT 기업들이 콘텐츠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콘텐츠 사업을 저울질하던 기업들은 넷플릭스의 성공을 바라보며 콘텐츠 비즈니스의 기회를 확신하게 됐다.

현재 막강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개인 제작 콘텐츠(UCC) 플랫폼인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은 개인들의 참여만으로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했다.

최근 구글은 유료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를 통해 ‘싱글 바이 30’ 등 직접 제작한 드라마를 공급하고 있다.



구글·아마존이 이끄는 플랫폼 경쟁

‘아마존 프라임’으로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아마존 역시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이다. 아마존은 2010년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아마존 스튜디오를 통해 ‘트랜스페어런트’, ‘보슈’ 등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보유한 페이스북 역시 콘텐츠 확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자사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드라마·코미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다수 제작사와 협력하는 한편 자사 콘텐츠 개발에도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튠스와 애플뮤직 등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을 보유한 애플 역시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콘텐츠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애플이 홈박스오피스(HBO)와 워너브러더스 등을 보유한 미디어그룹 타임워너를 인수할 계획이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콘텐츠 사업을 단숨에 강화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지만 콘텐츠 제작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는 등 애플의 콘텐츠 확보 전략도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IT 산업의 중심에 선 콘텐츠

오늘날 콘텐츠가 IT 기업들의 주요 화두로 부상한 요인은 무엇보다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책·TV·영화 등 한정된 매체로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넘어 이제는 PC나 스마트폰 등 여러 플랫폼을 넘나들며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개인 방송과 같은 신종 멀티미디어 채널이 활발히 등장하는 가운데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 제작 기술 역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제 역량 있는 콘텐츠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이를 다방면의 매체로 제공해 더욱 풍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우수한 콘텐츠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포켓몬’은 등장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탄탄한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포켓몬을 활용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세계적 열풍을 불러올 수 있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도 과거에 인기를 끈 영화나 드라마 등을 새롭게 리메이크해 제작하는 사례도 갈수록 늘고 있다.

게다가 콘텐츠는 한 번의 소비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 마블의 영웅 캐릭터들은 만화와 영화는 물론 피규어·게임·패션 등 각종 비즈니스로 이어지고 있다.

마블은 영웅 캐릭터 각각의 콘텐츠 제작에 그치지 않고 여러 캐릭터들이 촘촘히 연결되는 ‘마블 유니버스’라는 독창적 가상 세계를 구상했다. 마블 유니버스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는 짜임새 높은 스토리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까지 폭넓은 소비층을 확보했다.

이처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소비자의 확산은 콘텐츠의 인기를 끌어올려 다방면의 비즈니스 가치를 더욱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콘텐츠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그간 공생 관계를 유지했던 IT 기업과 전통 미디어 기업 간 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기술과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은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한편 주력 비즈니스와 콘텐츠 간 시너지 창출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반면 미디어 기업들 역시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IT 기업들이 지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들려는 채비를 갖추고 있다.

21세기폭스 인수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훌루의 최대 주주로 등극한 디즈니 역시 넷플릭스에 경쟁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강력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시되던 IT 산업에서도 우수한 콘텐츠 확보 여부가 차별화 포인트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자체 콘텐츠 역량을 확보하거나 혹은 외부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한 제휴 및 인수 등 다양한 전략이 등장할 여지가 크다.

앞으로 여러 기업들의 적극적인 콘텐츠 확보 전쟁은 2018년 IT업계의 트렌드를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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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8-01-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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